하우스 오브 카드
마이클 돕스 지음, 김시현 옮김 / 푸른숲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텔레비전 광고를 보기 전까지 <하우스 오브 카드>란 미국 드라마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요즘 미드를 잘 보지 않다 보니 제목을 아는 드라마가 몇 없다. 이 드라마가 얼마나 인기 있는지 당연히 몰랐다. 그런데 원작 소설이 있다.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삼부작으로 쓴 책이다. 그 중 첫 권인데 대단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우리가 잘 몰랐던 혹은 무시하고 있던 정치판의 뒷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치평론가나 기자들이 하나의 발표를 두고 수많은 가정을 세우고, 그 숨은 의도를 해석하는 작업을 하는데 이 책을 보면 모두가 사전에 합을 맞춘 것 같다. 예전에도 정치 뉴스를 보면서 다른 의도를 의심하곤 했는데 이 의심이 더 깊어질 것 같다.

 

저자는 마가렛 대처의 1987년 선거 참모장이었다. 귀족 출신에 상원 의원이었다.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대처의 선거 참모장이었다는 사실은 그 당시 영국 정치에 큰 힘을 발휘했다는 의미다. 선거전이 어떻게 돌아가고, 어떤 작전으로 상대방을 흠집내고, 자신의 후보를 부각시킬지 잘 안다는 말이다. 이것은 작가가 FU로 불리는 프란시스 이완 어카트를 창조하는데 엄청난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해서 아주 매력적이고 현실적이면서 위험한 정치인 캐릭터가 탄생했다. 그가 보여준 배후 조정 기술은 ‘권모술수’란 단어가 이렇게 잘 맞아 떨어질 수 없다. 언제나 가장 믿는 사람이 가장 무서운 적일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소설을 끌고 나가는 인물은 두 명이다. 한 명은 어카트고, 다른 한 명은 신문기자인 매티 스토린이다. 소설은 의원 선거로 시작한다. 보수당의 압승이 예상되었던 여론 조사는 선거 당일 그 어느 때보다 의석 차이가 준 채 끝난다. 원내총무인 어카트는 야심 많은 인물이다. 그는 선거 후 내각으로 들어가고 싶어 내각 개편 안을 들고 총리를 찾아간다. 총리가 이것을 거절한다. 선거 결과가 좋지 않아 내각을 개편하면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이유다. 이것은 총리가 한 선택 중 최악이 된다. 바로 어카트의 검은 욕망이 불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총리 아래에서는 자신의 어떠한 정치적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총리를 무너트리고, 자신이 총리가 되기 위한 작전을 세운다. 치밀하고 무시무시하게 위험하고 잔혹한 계획이 차근차근 진행된다.

 

매티는 뛰어난 정치 감각을 가진 기자다. 하지만 그녀가 입사한 신문사는 사주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곳이다. 편집장은 사주의 충견처럼 움직이고, 그녀의 날카로운 감각은 편집장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이때 그녀에게 도움을 손길을 내미는 정치인이 있다. 어카트다. 그는 정보를 살짝 흘리거나 노골적으로 전달하면서 그녀의 기사를 통해 자신이 바라는 작전이 신문 기사로 나오길 바란다. 그녀는 특종이나 고급 정보란 것에 홀려 그 숨겨진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 기자의 특종병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총리를 무너트리기 위한 기사나 정보 누출이 어떤 사악한 배후의 조정이 아닌가 하고. 불행하게도 증거가 단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그녀의 이런 조사가 누군가를 불안하게 만든다.

 

어카트가 자신의 정치적 술수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인물이 있다. 로저 오닐이다. 오닐의 여당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큰 실수를 했다. 코카인이다. 이 비싼 마약을 사기 위해 당의 홍보비를 사용했고 이것을 어카트에게 들통난 것이다. 약에 중독된 오닐은 악마의 계약을 맺게 된다. 그것은 어카트의 손발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바라는 바를 대신할 입과 손을 이 계약으로 어카트는 얻었다. 당 내부의 기밀정보를 다른 당 초선에게 흘리거나 언론에 보내는 등의 역할을 한다. 당연히 이것은 모두 총리를 몰아내고, 총리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어카트의 전술이다. 한 번 중독된 마약은 결코 그를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

 

소설은 이 세 사람을 중심에 놓고 펼쳐진다. 물론 핵심이 되는 인물은 FU다. 매티가 그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듯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녀는 어카트에게 매혹되었다. 정치인과 여기자의 밀월관계는 자신의 이상을 펼치는데 도움이 되질 않는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기자 정신은 자신이 소속된 언론사의 방침과 충돌한다. 한국에서 기레기들만 보이는 현실을 감안하면 박수를 치고 싶은 인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녀를 편안하게 놓아두지 않는다. 뛰어난 정치 감각을 가졌지만 그것을 발휘할 배경이 제대로 없다. 추악한 악으로 자신의 욕망을 이루려는 어카트를 전혀 견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감정이 눈을 가린다. 정보와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휘두르는 정치판에서 순수한 이상은 너무 무력하다. 정적의 반격으로 총리 선거를 사임한 홀의 의중은 정치가 얼마나 계산적이고 위험한 것인지 잘 보여준다. 이제 권력의 핵심이 된 프란시스 이완 어카트의 활약을 보고 싶다. 멋지고 현실적이면서 무시무시한 정치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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