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으로 산책 - 고양이 스토커의 사뿐사뿐 도쿄 산책
아사오 하루밍 지음, 이수미 옮김 / 북노마드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자그만 책이다. 문고본 크기다. 책을 받고 크기에 놀랐다. 예전에 이런 판형과 인쇄된 것을 본 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문고판이 먼저 떠오른 것도 최근에 흔히 볼 수 없는 크기이기 때문이다. 옛날에 이런 문고본을 옷 속에 넣고 다니면서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분량도 그렇게 많지 않다. 221쪽 정도다.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이런 크기도 분량도 아닌 고양이 눈으로 도쿄를 산책한다는 글 때문이다. 물론 내가 관심을 가진 부분은 고양이 눈이 아니다. 도쿄 산책이다. 겨우 한 번 방문한 곳이지만 수없이 많이 읽은 일본 소설과 드라마 덕분에 도쿄는 낯선 곳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곳들은 흔히 가거나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더 눈길이 갔다.

 

고양이 눈은 사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실제 고양이도 아니고 사람이 고양이 눈을 가진다는 것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으면서 이런 생각은 조금씩 사라졌다. 하루밍의 마음속에 살고 있는 고양이가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잔잔한 일상의 재미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열여섯 편의 에세이 속에 각각의 지도가 나와 지명과 건물 이름 등을 알려주지만 가본 적 없는 곳이 낯선 상태에서 제대로 머릿속에 들어올 리가 없다. 이때 고양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열심히 찾으려는 마음을 진정시켜주고 가볍게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뭐 그렇다고 내 눈에 특별한 것이 보일 리는 없지만 여유와 따스함이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고양이 눈으로 산책을 하다 보니 고양이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저자 자체가 고양이를 좋아하니 매번 나오는 고양이에 대한 설명이 재미있다. 고양이의 생각이나 행동이나 관계 등을 말해주는데 실제 그런가 하는 의문도 살짝 들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정도 애정과 관찰로 고양이를 봤다면 믿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까 하고. 에세이 한 편에 하루밍 마음속에 살고 있는 고양이의 탄생과 첫 만남 등의 이야기를 풀어내었는데 멋진 한 편의 단편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였다. 유쾌하고 즐거우면서 유머가 넘치는 글이었다. 마지막 문장은 가슴이 살짝 아팠지만.

 

처음에 이 책도 다음에 가게 될 도쿄 여행안내서 중 하나로 이용할 생각을 했었다. 낯선 도쿄의 거리를 돌아다닌다는 설정에 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기대는 지극히 도쿄인의 일상적인 행적 때문에 점점 사라졌다. 화려함도 자세한 묘사도 많이 생략되어 있어 꼭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잘 생기지 않는 것이다. 제목처럼 고양이 눈으로 산책하다 보니 보통의 인간의 눈에는 크게 관심이 가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도쿄여행 시 숙소였던 우에노의 모습이 그렇게 확 와 닿지 않는 것도 인간 여행자의 시선으로 돌아다녔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간략한 지도와 귀엽게 그려진 일러스트는 또 한 번 쉴 틈을 준다. 너무 많이 쉬나? 물론 이것이 이 에세이가 주는 매력이기는 하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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