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 아시아 문학선 13
류전윈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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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말 한 마디 때문에>의 후속작이다. 전작을 읽은 덕분인지 이번 작품은 더 재밌게 읽었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뉴아이궈다. 그의 엄마는 전작에서 아빠와 헤어진 아이 차오칭어다. 그녀가 유괴된 후 어떤 과정을 거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았는지 보여주는데 불과 수십 년 전 중국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낯선 모습이다. 읽으면서 시대를 알 수 있는 것을 그렇게 많이 발견하지 못한 전작에 비해 이번에는 휴대폰이 나와 비교적 최근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과 사연과 관계들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삶의 모습과 너무 다르다. 단순히 문화 차이라고만 하기에는 더욱.

 

말 한 마디. 정말 살아가면서 많은 상처를 주고받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말 한 마디다. 뉴아이궈가 친구와 절교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부모가 사이가 좋지 않아도, 자신들의 관계가 외부적 요인에 의해 흔들려도 굳건했던 것이 하나의 자그마한 오해에서 비롯한 말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만든다. 그런데 이해가 좀처럼 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그들이 이 오해를 바로 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이 그때까지 쌓아온 우정을 생각하면 약간 의외의 모습이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살고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말이 비수가 되어 상대방의 가슴에 꽂힌다는 표현도 있으니.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지나가는 이야기 중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주는 것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차오칭어의 양아버지가 흘린 돈을 두고 벌어진 다툼이다. 원래 두 사람은 절친한 사이였는데 이 돈 때문에 완전히 갈라진다. 돈을 두고 두 사람 사이에 숨겨져 있던 속내와 욕심이 그대로 표출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이란 것이 요물 같아서 언제 어떤 순간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그것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나 적게 하는 사람이나 상관없다. 이 사건 때문에 차오칭어가 결혼을 하게 되고, 그녀의 삶도 꼬인다. 그녀가 결혼하게 된 사연 속에 숨겨진 또 다른 비밀은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잘 보여준다. 남을 걱정하고 배려하는 것처럼 포장한 말과 행동 뒤에 숨겨진 의도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뉴아이궈의 삶을 보면 왠지 모를 여유가 느껴진다. 돈이 많아서 생긴 여유는 아니지만 일을 하면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것 같아 그렇게 느낀다. 실제 그의 삶은 여유롭지 못하다. 아내는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났고, 자신은 이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고, 친구들에게 아내에 대한 조언을 구하지만 제대로 된 해답은 하나도 없다. 그가 집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간 것은 바로 이것을 피해 달아난 것이다. 군대에서 배운 운전 실력이 그가 먹고 사는데 지장없게 만들지만 이것은 최소한의 생존 조건일 뿐이다. 아내와 결혼한 것도 사랑 때문이 아니다. 이혼하지 못한 것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연애를 하지 못한 그에게 여자는 두렵고 무서운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그때 나타난 장추홍은 그의 삶을 새롭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녀와 달아날 용기가 없다.

 

뉴아이궈의 인생을 따라가는 와중에 차오칭어와 관련된 사연들이 곳곳에 나온다. 이것은 다시 전작의 사연과 이어진다. 뉴아이궈가 엄마의 죽음 이후 이 사연을 좇아간 것도 그의 엄마가 간혹 그에게 그녀의 과거 이야기를 해준 것과 관계가 있다. 전작과 이어지면서 정말 긴 세월을 다루고 있다. 중국 현대사의 흐름 한 자락을 민중의 삶으로 표현한 것이다. 정치와 경제가 아닌 실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맺고 있는 관계를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간결하게 요약해서 그 삶의 한 단면을 극적으로 연출해내고 있다. 마지막 장면은 열린 결말이다.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하지만 예상한대로 그 결말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가 장추홍에게 하고 싶었던 말 한 마디가 궁금해진다. 이 말 한 마디가 엄마의 양아버지 우모세의 말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류전윈의 소설에 더욱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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