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 어쩌면, 때로는… 그렇게
윤서원 지음 / 알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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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늘 한 지역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적게는 한 달 정도, 실제는 그보다 더 오래 머물면서 그 지역 근처를 돌아다니고 싶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직장을 다니게 되면 이런 생각은 늘 불가능한 일로 치부한다. 일주일 이상 휴가를 내는 것도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힘들다. 백수가 된다면 가능할 것 같지만 결혼이라도 했다면 역시 쉽지 않다. 하지 않았다고 쉬울까? 아니다. 생각만 하고 실천으로 옮기지 못할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 이것을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긴 사람이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다.

 

저자는 혼자 여행 10년 차다. 반듯한 직장을 다니다 백수가 된 후 한국을 떠났다. 목적지는 미국 보스톤이다. 왜 보스톤이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보스톤에 친구가 있어 방값을 절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에 친구가 있다고 누구나 쉽게 그곳에 가는 것은 아니다. 옛날부터 친구나 선후배들이 놀러오라고 했지만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나의 경우를 생각하면 이것 또한 대단한 결심과 용기가 필요하다. 아니라고? 그냥 떠나면 된다고? 그럼 당신은 멋지고 강하고 대단한 사람이다. 아니면 엄청나게 부유해서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거나.

 

3개월 동안 저자가 한 것을 보면 단순히 보스톤에만 산 것이 아니다. 뉴욕도 다녀오고, 크루즈도 타고, 캘리포니아, 로스 엔젤리스, 라스베이거스 등을 다녀왔다. 친구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아는 길도 물어봤다. 뭐 실제로 친구가 이렇게 생기지는 않았다. Meet up이란 모임을 통해 친구를 사귀었다. 이 모임에서도 단숨에 친구가 생긴 것이 아니다. 엄청난 노력을 했고, 적극적으로 다가간 결과다. 또 영어에 대한 노하우도 나온다. 단순하고 누구나 아는 것이다. ‘아무리 틀려도 뻔뻔하게 말하는 것’이다. 외국에서 우린 네이티브가 아니다. ‘You speak, I listen'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공부법이다.

 

서른네 살. 적지 않은 나이다. 물론 많은 나이도 아니다. 언제나 자신의 나이를 생각하면 많이 먹었다고 느낀다. 십 년 전 나나 지금의 나나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었다. 핑계를 대기 바빴다. 그래서 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 저자는 말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맞다. 그녀처럼 낯선 곳에 살고 싶다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하지만 이런 그녀조차도 마음먹은 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많다. 대표적으로 사랑, 결혼이다. 이것을 못했다고 문제나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삶은 또 다른 곳으로 넘어가고 있다.

 

낯선 곳에 머물다 보면 향수병이 찾아온다. 아플 때 더 하다. 친구가 생기지 않으면 더 힘들다. 예전에 치앙마이로 여행 갔을 때 장기 여행자가 밤에 술 한 잔 하자고 했다. 혼자를 즐기고 싶어 거절했다. 나의 여행이 조금 더 길고 시간의 여유가 많았다면, 아니 내가 좀더 붙임성이 좋았다면 그와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이런 아쉬움은 늘 여행이 끝나고 나면 떠오른다. 하지만 변화가 생기지는 않는다. 나의 틀을 깨트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행과 사는 것이 다르다고 말한다. 여행자들과 만나는 것과 생활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다른 모양이다. 그 속에서 느낀 외로움이 드러날 때 향수병은 더 깊어진다. 포기하고 떠날까도 생각한다. 그러나 머문다. 그 대가는 달콤하고 색다르다.

 

낯선 곳에서 살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들을 잘 적어놓았기 때문일까? 공감하는 부분도 많고, 발상의 전환도 돋보인다. 하지만 지극히 한국적인 사고들이 넘실거린다. 자신의 독립보다 남자의 도움이나 부를 바라는 부분이 나오거나 키 작은 남자 혹은 머리숱이 적은 남자를 약간 경멸하는 문장들이 보인다.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 것이겠지만 불편하다. 저자의 외모를 모르는 상태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너는?’이란 질문이 절로 나온다. 이전에 내가 예쁜 여자를 찾으면 주변에서 나보고 거울을 보라고 했던 것이 생각난다.

 

감상적이고 감정적인 글들이다. 이성을 돋보이기보다 자신의 감정과 감성에 충실하다. 내가 남자라는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불편한 부분도 많다. 차이를 잘 보여주는 글들에서는 많이 공감하고 그 재치와 표현에 놀라지만. 마음에 드는 문장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 하나를 뽑는다면 “살아지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내 생각한 대로 살고 있으니....”란 문장이다. 실제 나의 삶은 꽤 많은 부분 살아지는 대로다. 이 나이되도록 생각한 대로 산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 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하고 있지만. 저자의 관찰과 재미있는 표현들이 감수성의 옷을 입고 잘 어울려 있다. 남자보다는 여자들에게 더 맞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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