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열흘
아데나 할펀 지음, 황소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전형적인 할리우드 방식의 전개다. 취향을 많이 탈 책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내용이 아니다. 주인공 알렉스에게 거의 공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녀가 살아온 방식이나 그녀가 누린 혜택이나 7단계의 천국이란 설정 등이 반감을 불러왔다. 천국까지 등급이 나누어져 있어야 한다니 얼마나 계급적인가. 그리고 알렉스가 살면서 누렸던 엄청난 혜택과 미국 사회의 모순들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표현될 때 그 반감은 더 심해졌다. 그냥 소녀들의 판타지를 로맨틱 코미디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쉬울 텐데 그것이 잘 되지 않는다.

 

29살의 알렉스가 미니 쿠퍼에 치여 죽은 후 천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소설이다. 사랑하는 애완견 복숭아와 새벽 산책을 하던 중 차에 치여 죽었다. 천국 입장을 대기하던 중 새로운 남자 애덤을 만난다. 더 놀랍고 더 행복한 것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던 외조부모와 모리스 할아버지를 다시 만난 것이다. 이들과 만난 후 알렉스는 천국 생활을 즐겁고 행복하게 누린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잊고 엄청난 물질적 풍요 속에서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천국의 풍요로운 행복을 누린다. 그녀가 지상에서 누렸던 물질적 풍요에 더해진 물질적 풍요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으니 또 하나의 즐거움이 추가된다. 새로운 연인과는 가장 완벽한 섹스를 한다. 말 그대로 천국이다.

 

이런 그녀에게 시련이 닥친다. 그녀 생애 최고의 열흘에 대한 에세이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이 에세이가 심사에 통과하지 못하면 그녀는 현재 7단계 천국에서 3, 4단계로 떨어질 수 있다. 그것에서 누릴 수 있는 물질적 풍요는 제한이 있다. 이 상대적 발탁감에 그녀는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이 장면은 그녀의 에세이에서 그녀가 누렸던 엄청난 혜택을 생각하면 그녀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지 잘 드러난다. 그리고 작가가 설정한 천국의 모습도 지극히 계급사회적이다. 절대적인 차이도, 상대적인 차이도 다 있다. 단지 절대적인 빈곤이 없을 뿐이다. 과연 이런 천국이 행복할까? 1단계의 천국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다.

 

물론 소설의 핵심은 그녀가 생각하는 생애 최고의 열흘이다. 그녀가 힘들게 탄생한 것부터 시작하여 그녀가 죽은 후 경야까지 이어진다. 힘들게 태어난 그녀를 주변 어른들은 기적의 아이라 부르고 애지중지한다. 엄청난 미모의 엄마와 엄청난 부를 가진 아빠 밑에서 행복하게 자란다. 이 가족 중에 외조부모와 모리스 할아버지가 포함된다. 첫 키스의 강렬한 추억도 있고, 파혼한 후 엄마와의 대화 속에서 자신감을 회복한 것이나 자신의 애완견 복숭아를 산 것과 새로운 일을 자신의 힘으로 얻어낸 것 등이 담겨 있다. 이런 최고의 열흘 에세이는 결국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삶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어떤 대목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뭐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이런 것들까지 포용할 정도의 넓은 마음이 아직 나에게는 없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지만 그것을 받쳐주는 세부적인 설정이나 이야기들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알렉스에 감정이입되어 그 이야기를 즐긴다면 재밌고 즐겁겠지만 허술한 설정과 전개가 더 눈에 들어온다면 지루할 것이다. 나는 후자다. 개인적으로 천국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고, 그녀의 삶을 좀더 현실적이고 대중적으로 만들었다면 더 몰입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천국에 살면서 ‘죽는 것도 나쁘지 않네’ 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맞는 말인지 하는 의문을 뒤로 하고 말이다.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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