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콜렉터 30
아르노 슈트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임사체험을 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관’을 사용한다는 것을 읽을 적이 있다. 관의 뚜껑이 닫히기 전에는 오히려 편안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에 의해 그곳에 갇힌다면 어떨까? 아마도 엄청난 공포가 몰려올 것이다. 폐쇄공포가 몰고 오는 심리적인 타격과 살고자 하는 욕망이 만들어내는 발버둥이 극한으로 이어질 것이다. 가끔 밀폐된 공간에 갇힌 사람들의 손가락이 어떤 상태인지 보여줄 때 이것은 더욱 분명해진다. 이 소설의 첫 부분은 바로 이런 경험을 하는 에바의 꿈으로 시작한다. 읽으면서 그 절박함과 공포가 나의 뇌리 속에 파고들어 끔찍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초반부를 읽었을 때 이 소설이 판타지 호러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에바의 꿈이 현실의 희생자들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스티븐 킹을 존경한다고 했기에 더욱 그랬다. 현실적으로 관에 갇힌 채 죽은 희생자들과 에바가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고, 관에 갇힌 꿈을 꾼다는 설정이 그런 쪽으로 생각이 흘러가게 만들었다. 가끔 이것과 비슷한 설정으로 초현실적인 상황을 다루는 소설들을 읽었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더 읽으면서 작가가 초현실적인 능력을 배제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제 생각은 다른 비슷한 소설을 찾는 것으로 바뀌었고, 과연 이 악몽의 정체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소설을 이끌고 나가는 경찰은 베른트다. 내가 느끼기로 그는 명탐정의 조건을 하나도 갖추지 않고 있다. 이 말은 평범한 경찰이란 말이다. 사건에 대한 열정이 있고, 상황에 따라 분노할 줄 아는 인간적인 경찰이다. 그에게는 좋은 부하 경찰이 있다. 유타다. 이 둘이 콤비가 되어 희생자들과 주변 인물들과의 연관 관계를 파악하고, 이 사건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더럽고 추악하고 끔찍한 사실들을 하나씩 밝혀낸다. 이 과정에 독자는 그들 중 누군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범행을 저질렀고, 범인이 누군지 추측한다. 중간에 나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와 살인자인 듯한 남자의 독백은 이것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범인이 계속해서 말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공포다. 그가 희생자들을 관에 넣고 죽이는 것은 이것과 관계가 있다. 이 살인이 에바의 꿈과 연결되고, 그녀의 몸에 끔찍한 상처가 생길 때마다 이 공포는 점점 더 그녀의 영혼을 잠식한다. 에바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아버지가 남겨 놓은 유산으로 좋은 회사의 대주주가 되었지만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둔 상태고,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친구도 단 한 명뿐이다. 이렇게 된 사연이 나올 때 죽은 그녀의 남동생과 첫 번째 희생자인 그녀의 여동생이 그녀의 과거를 하나씩 밝혀주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백미는 바로 관에 갇힌 에바의 행동과 심리 묘사에 있다.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그녀가 느끼는 공포가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이 때문에 어느 순간 범인을 쉽게 추리하게 된다. 이와 비슷한 책을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 영화였나? 혹시하고 다른 반전을 기대했는데 예상한 결말로 이어졌다. 뒤로 가면서 이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를 더 많이 보여준다. 하지만 몰랐던 것 하나는 ‘왜?’ 였다. 아직 여기까지 나의 경험이나 추리가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인 베른트를 비롯한 형사들의 모습은 초현실로 이어질 것 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돌리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지금 보는 독일의 모습 뒤에 어떤 끔직하고 섬뜩한 과거가 있었는지도 같이 보여준다. 이런 종류의 추리를 읽지 않은 독자라면 굉장히 신선하고 충격적으로 다가올 내용이지만 지금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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