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 - 350만원 들고 떠난 141일간의 고군분투 여행기
안시내 지음 / 처음북스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350만원 들고 떠난 141일간의 여행이라니 대단하다. 그녀가 다녀온 나라를 보면 이 금액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비행기 가격만 해도 350만원이 넘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의문을 가지고 책을 펼치면 그녀가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떤 가격으로 발권했는지 보여준다. 4년 간 열심히 자료를 모으고, 일정을 짜면서 자신만의 가이드북을 만들었다고 한다. 어지간한 열정과 준비가 없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여행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떠났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부분이 더 대단한 것인지 모른다.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하면서 갈 수 없는 수많은 변명만 늘어놓는 것을 보면 더욱더.

 

적은 금액으로 가는 여행은 풍족해질 수가 없다. 숙소와 식사와 교통수단 등이 모두 최하로 갈 수밖에 없다. 인도를 떠나 모르코로 가면서 카우치서핑으로 숙박비를 줄였지만 그외 비용은 계속 지출되어야 한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것이 아마도 현지인처럼 먹고 사고 절약하는 여행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는 수많은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도움이 있었다. 이 여행기를 풍족하게 만들어주고 나도 떠나고 싶다고 마음먹게 만든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이런 사람들과의 만남 때문일 것이다. 실제 낯을 많이 가리고 적극적인 성격이 아닌 내가 이 책의 저자처럼 생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에어아시아로 도착한 말레이시아. 이곳은 인도로 가기 위한 하나의 관문이다. 그렇다고 이곳에서 만난 인연이 없을 수는 없다. 그리고 도착한 인도. 인도 여행에 관한 방송이나 책을 읽을 때면 가고 싶은 마음보다 가지 않을 이유만 더 늘어나는 것 같다. 예전에 긴 시간이 생기면 꼭 가보고 싶었던 배낭여행지가 인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많은 변화다. 이곳보다 더 한 곳으로 남미를 꼽는 사람도 있다. 대충 알면서 괜히 겁만 먹은 것 같은데 계속해서 이런 책이나 방송을 듣는 것을 보면 그 바닥에는 그곳을 가고 싶은 열망이 아직 있는 모양이다. 실제 저자도 쉼 없이 인도의 나쁜 점을 말하지만 그곳을 그리워하고 있지 않은가. 아마 그곳에서 만난 너무나도 인정 많고 좋은 사람들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자가 몇 나라를 돌고 어떤 것을 보았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실제 그런 내용을 그렇게 많이 다루지도 않는다. 머문 나라만 따지면 열 나라도 되지 않는다. 말레이시아, 인도, 모로코,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이집트, 태국 등이 전부다. 패키지로 도는 사람들이라면 10일 만에 유럽 10개국을 그냥 도는 사람도 있다. 비교되는 여행이다. 아니 그녀의 여행은 관광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돈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는지 모른다. 하루 쓸 예산을 정해놓고 싼 숙소를 구하러 다니고, 가장 저렴한 현지 식당에서 많은 이물질과 함께 식사해야 했던 일들이 자주 나오는 것을 보면 그것은 더 분명하다.

 

적은 금액과 긴 여행을 무사히 다녀왔지만 이것은 어쩌면 행운이 많았던 덕분이지 모른다. 저자 자신도 철저한 준비와 천운이 따랐다고 말한다. 무식하게 용감했고 무모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겁쟁이인 것 같은 자신의 간절함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너무나도 넓고 깊은 강을 건너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그렇게 큰돈이 아닌 여행 경비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치열하게 노력했는지 말할 때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늘어놓는 안되는 이유의 변명들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지만 먼 곳을 과감하게 다녀오는 회사 직원들의 모습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책은 각 나라 각 도시에서 만난 친구들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풍경은 실제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다. 긴 여행에는 언제나 향수병이 찾아온다. 그녀도 그때의 외로움을 심하게 겪은 모양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좋은 친구들이 나타나 그 외로움을 씻어준다. 그리고 이 여행은 자신을 과시하는 목적으로 된 것도 아니고 멋진 풍경이나 문화재를 보기 위한 것도 아니다. 가장 핵심은 역시 사람들이다. 자신이다. 여행은 언제나 자신을 발견하게 만든다. 아플 때면 왜 이런 여행을 할까 하는 회의감이 들지만 낫게 되면 또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찾게 된다. 만약 여행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이 책 앞에 나오는 저자의 기록을 참고하면 된다. 물론 엄청나게 많은 다른 정보를 읽고 정리하면서 자신만의 가이드북을 만들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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