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 카페
오정은 지음 / 디아망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이 나의 시선을 끈 것은 누구나 겪는 주변의 물건이 사라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 즉 살다가 양말 한 짝, 볼펜 한 자루 잃어버리는 일을 소재로 글을 썼다는 점이다. 여기에 전직이 의심스러운 78세의 할머니 김춘분 여사에 대한 설정이 아주 흥미로웠다. 물건이 사라지는 일과 그 물건이 나타나는 곳에 살고 있는 김춘분 할머니의 조합은 어릴 때 즐겨 읽었던 버뮤다 삼각지대의 미스터리를 떠올려주었다. 이런 설정들이 먼저 다가온 후 가볍고 경쾌한 캐릭터와 이야기들이 빠르고 부담 없이 책을 넘기게 만들었다.

 

이 소설은 SF, 판타지적인 설정을 제외하면 로맨스 소설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간다. 진지하고 무겁게 진행하는 것이 아닌 로맨틱코미디에 더 가깝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여주인공 기연이 있고, 주변에는 그녀와 연결된 부자집 아들이자 동창생인 우완과 붉은귀거북의 인연으로 그녀를 매혹시킨 카페의 주인이자 일명 미시시피로 불리는 남자가 있다. 여기에 감초처럼 등장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하는 김춘분 할머니가 있다. 이들은 기연에게 일어나는 이상한 사라짐 때문에 연결된다. 아니 우완은 사라짐이 아니라 그녀의 생각이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와 그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남자들 생각이 나면서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닌가 하는 확신을 가질 정도다.

 

기연과 우완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앞부분에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면 중반에는 납치와 살인이 나온다. 그런데 이것이 결코 무겁게 진행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엉성하다. 코믹영화에 가끔 나오는 약간 떨어지는 악당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기연 주변에 모여 뭔가를 찾는데 그 비밀이 조금 황당하다. 아니 많이 황당하다. 블랙홀과 화이트홀이 사람에게 생겼고, 이것이 물건을 한동안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블랙홀은 당연히 기연이고, 화이트홀은 우완이다. 우완이 느낀 남자에 대한 감정들이 어디에서 비롯했는지 알려주는 설정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설정을 아주 다양하게 사용하여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읽으면 상당히 재미있다.

 

라디오와 시나리오 작가를 한 이력 때문인지 문장은 경쾌하고, 장면전환은 빠르다. 곳곳에 유머 코드를 집어넣어 지루함을 막으려고 했다. 덕분에 좋아하는 장르가 아님에도 빠르게 읽었다. 엄청난 일들을 너무나도 쉽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 이 소설이 얼마나 판타지적인지 알 수 있다. 기연이 자신이 일시적으로 얻은 능력을 통해 벌이는 일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그리고 우완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몇 가지 사건들은 노골적으로 코미디를 지향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20대의 사장도 놀랍지만 그 대신 대표이사로 추대된 인물은 더 놀랍다. 작가 자신도 이 사건을 두고 막장 드라마의 한 장면을 말하는데 의도적인 패러디라고 말하는 듯하다.

 

깊이 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지만 소소한 정보와 지식들은 곳곳에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커피다. 제목부터 벌써 카페가 들어가 있지 않은가. 카페 주인 미시시피의 외가가 커피 농장을 경영하고, 그도 관심이 많다. 당연히 커피에 관한 정보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실과 가공의 비율을 적절하게 조절해서 상황을 만들고, 이것을 유쾌하게 풀어내면서 독자가 고민할 거리를 원초적으로 제거했다. 아마 이런 내용과 구성들은 라디오 작가를 하면서 닦은 실력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주인공의 나이가 스물아홉 살로 정하고, 외로움을 강하게 느끼는 것으로 만든 것을 보면서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가 살짝 떠올랐다. 상관없는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