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븐스 섀도우
데이비드 S. 고이어.마이클 캐섯 지음, 김혜연 옮김 / 청조사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최근에 극장에 자주 가지 않고 있다. 그런데 몇 편의 영화는 극장에서 보았다. 그 몇 편의 영화의 원작자가 쓴 소설이 바로 이 작품이다. 그러니 관심이 가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거기에 SF 장르라고 하니 더 좋다. 이런 기대를 안고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기대는 솔직히 너무 과했다. 영상으로 표현된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야기 속으로 빨아 당기는 힘이 약했다. 이미 다른 영화에서 본 이미지나 다른 SF 소설에서 읽은 이미지들이 겹치면서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두 공저자가 역할을 어떻게 나누었는지 모르겠지만 NASA와 키아누라는 행성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이나 과학 지식들이 상당히 정교하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미국과 러시아, 인도, 중국 연합의 대결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조금은 의외다. 특히 이 연합의 우주센터가 인도에 있다는 설정은 이쪽 분야의 문외한인 나에게는 의외의 설정이다. 몇 년 사이 엄청나게 발전한 중국을 생각하면 더더욱. 하지만 현실에서 우주선이나 우주공학이나 지식에서 가장 앞선 것은 역시 NASA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이들의 비중이 약하게 나오는 것은 조금 아쉽다.

 

일명 키아누는 태양계 밖에서 날아온 지구 근접 천체(NEO)다. 정확한 정체를 알 수 없어 NASA와 연합에서 이 천체에 각각 우주선을 보낸다. NASA는 데스티니 7호고, 연합은 브라마 호다. 두 세력 사이에 경쟁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우주선의 선장들은 모두 NASA에서 교육을 받았다. 데스티니 7호의 선장 잭은 이전에 발사된 우주선의 선장으로 뽑혔다가 아내의 죽음으로 몇 년간 기회가 없었고, 브라마 호의 선장은 여러 번 대기권을 다녀온 우주인이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지원이나 특별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은 NASA가 월등히 뛰어나다. 이것을 기본으로 깔아놓고 이야기가 진행된다.

 

지구 근접 천제로의 착륙을 먼저 과학적으로 보여주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이 천체에서 수증기를 품어내는 베수비오 분출구 때문에 생기는 사고와 이 분출구를 탐험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사고가 중요한 것은 사고를 당한 인물이 선장 몰래 가져온 물건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바로 이 분출구를 통해 들어간 내부의 환경과 앞으로 일어날 놀라운 현상들이다. 그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역시 내부에서 만난 죽은 자들의 재생이다. 잭의 경우는 아내 메건이고, 브라마 호의 우주인 루카TM의 경우는 조카 카밀라다. 나탈리아의 경우 자신을 겁탈하고 괴롭혔던 인물이 재생되는 것을 보고 공포에 질려 죽여버린다. 이 재생을 보고 들은 백악관의 판단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즉 파괴다.

 

이 재생인들을 NASA에서는 레버넌트라고 부른다. 불어로 보이는 유령, 살아 있는 시체란 의미다. 이 소설에서 가장 놀라운 설정인 레버넌트는 자신이 죽은 시점과 그 이후 일정 부분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외모는 똑같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에 대한 설명은 당연히 없다. 이 소설이 3부작이라고 하는데 다른 이야기에서 나올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내부에 같이 들어온 포고가 보초처럼 보이는 물체에 의해 살해당한 후 재생되어 벌이는 사건은 조금 더 철학적으로 풀어내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죽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잭의 아내인 메건의 행동과 너무 대조되기 때문이다.

 

키아누에서 지구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면 지구의 NASA는 이 상황과 이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 때문에 공포에 질린다. 이 공포는 쉽게 전염되고, 만약을 위해 준비한 것이 최악의 상황으로 번진다. 그리고 몇 초 차이로 전해지는 소식과 정보 때문에 가족 및 관계자들의 희비가 교차한다. 작가들은 이것을 잭의 딸 레이철과 메건과 같이 사고가 난 할리를 통해 보여주는데 왠지 모르게 긴장감이 생기지 않는다. 지구와 키아누 사이에 비슷한 긴장감이 형성되면서 이야기에 몰입해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한 느낌이다.

 

태양계 밖에서 새로운 우주선이 온다는 것과 그 우주선을 탐색하는 설정은 아서 클라크의 <라마와의 랑데부>와 닮은 꼴이다. 지구인의 기억 등을 이용해 사람을 재생해 내는 것은 어딘가에서 본 듯한데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런 설정을 바탕으로 잭을 영웅으로 만들려는 작업이 펼쳐지는데 아직은 완전하지 않다. 수면 밑에 숨겨진 이야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책 소개에 나온 이야기 중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이야기는 다음 권부터 나올 듯하다. 그때가 되면 이런 설정이나 마무리가 조금은 더 이해가 되고,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