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소크라테스라면 - 지금 우리에게 정의, 쿨함, 선악, 양심, 죽음이란 무엇인가
아비에저 터커 지음, 박중서 옮김 / 원더박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소크라테스를 생각하면 두 가지 명언이 떠오른다. 그 유명한 ‘너 자신을 알라’와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란 명언이다. 이 두 명언과 함께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은 배부른 돼지와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비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악처도. 이런 몇 가지 흔한 기억만으로 소크라테스를 평가하기에는 그가 서양철학에 끼친 영향이 너무 크다. 실제 그가 어떠한 저서를 남기지 않았고 제자인 플라톤이 남겼다고 해도 말이다. 이 책의 원제도 ‘Plato for everyone'이다.

 

저자는 플라톤의 대화 중 다섯 편을 현대 소설처럼 각색했다. 그 다섯 편은 <크리톤>, <메논>, <에우티프론>, <변론>, <파이돈> 등이다. 이 다섯 편을 근거로 한 소설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적인 해석으로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풀어내었지만 적지 않은 분량과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으로 인해 생각보다 힘들게 읽었다. 결코 쉬운 책이 아니다. 좀더 차분하게 읽고, 문장을 음미하고, 의미를 파고든다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철학의 기초가 약하다면 이것을 비판적으로 읽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내 경우 얕은 철학 지식으로 제대로 된 반론을 펼치지 못해 그 답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저자가 바란 것은 ‘질문은 어떻게 하는가, 상식이나 일상적인 믿음이며 가정은 어떻게 의심하는가, 적극적 호기심은 어떻게 갖는가, 철학자처럼 생각하기는 어떻게 하는가, 그리고 결국에 가서는 철학자처럼 된다는 것은 어떻게 경험하는가’를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신도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내용을 모두 찬성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소설처럼 구성된 이 책으로 이런 것을 파악하기 위해서 독자가 여러 번 읽고 저자가 바란 것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쓴 소크라테스라는 말이 무안해지는 것이 아닐까? 최소한 나에게는 그렇다.

 

플라톤의 대화 속에서 발췌한 다섯 가지 주제는 불의한 전쟁을 하는 군대에 가야 하는지, 쿨한 것, 하느님이 선악을 결정하는지, 양심과 일자리의 선택, 죽음 등이다. 군 문제의 경우 민주주의와 법 문제로 이어지면서 가야한다고 결정이 나는데 이 뒤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정의라는 것인데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면돌파를 선택한 소크라테스의 논리가 과연 맞는지 하는 것은 의문이다. 대화법 속의 논리를 따르면 맞는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전제 조건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조건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나보다 철학적 지식이 높은 사람과 이 문제를 깊게 토론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쿨하다는 것의 정의를 놓고 토론하는 장면을 읽을 때 그 본질을 향해서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의 대화법에 놀란다. 우리가 얼마나 두루뭉술하게 단어나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가끔 느끼기 때문에 더 그렇다. 종교를 다루는 것 같은 하느님의 선악도 결국에 다루는 것은 인간과 철학적 논증이다. 지옥을 각 종교의 지역과 함께 엮어서 설명해주는 부분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인간의 상상력이 어느 것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생각할 때 더욱 더. 양심과 일자리를 둘러싼 그의 논쟁의 결과를 보면서 현실은 철학자의 세계와는 또 다른 세계임을 깨닫게 된다.

 

죽음은 영혼과 신체에 대한 논쟁과 논증으로 가득하다. 논리적으로 영혼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을 보면서 ‘상기론’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플라톤의 이데아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도. 분명히 논리적으로 따라가면 그의 말이 맞는 듯하지만 곰곰이 생각하고 현실의 상황 등에 비춰보면 어딘가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을 더 공부한다면 생각보다 많은 철학지식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가장 유명한 명언인 ‘너 자신을 알라’가 실제 델포이 신전에 새겨져 있던 경구였다는 설도 있다. 이 책 속에 그 유명한 그의 악처가 죽을 때 잠시 등장하는 것밖에 없는 것도 조금은 아쉽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소크라테스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좋은 교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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