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커피에 빠지다 - 커피향 가득한 길 위의 낭만
류동규 지음 / 상상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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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좋아한다. 가끔 집에서 커피를 내려 먹기도 한다. 하지만 배운 적도 없고, 특별히 공부한 적도 없다보니 커피 맛이 내릴 때마다 다르다. 원두를 갈 때도 있고, 통으로 사놓고 먹을 때도 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메일 내려먹는 것 같지만 귀찮아서 사먹는 경우가 태반이다. 프렌차이즈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실 때도 드립커피를 주로 마시지만 그 맛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 품종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 속에서 원산지 원두와 그 맛을 표현했을 때 솔직히 부러웠다. 나도 한 번 공부를 제대로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잠시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열다섯 곳의 커피하우스 때문이다. 여행보다 커피하우스에 더 관심이 있었다. 국내 여행을 가면 갈 커피하우스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첫 여행지인 천안, 아산 이야기를 읽자마자 착각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낯익지만 한 번도 여행갈 생각을 하지 못한 이 도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서울에서 그렇게 멀지 않으니 길만 막히지 않으면 금방 갈 수 있다. 당일치기 일정으로 한 번 둘러봐야지 하는 마음이 생겼다. 이런 새로운 발견이 책 속에 가득하다. 그래서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더불어 멋진 커피하우스 정보까지 곁들여 있으니 맛집만 한두 곳 찾으면 최상의 여행지가 된다.

 

여행과 커피를 하나로 묶었지만 주가 되는 것은 역시 여행이다. 잠시 머물다 간 곳 포함해서 열세 곳의 여행지 모두 한 번씩은 가본 곳이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몇 시간을 달려간 곳도 있고, 한때는 철만 되면 가던 곳도 있다. 광화문의 경우는 한 달에 몇 번이나 나가던 곳이다. 이런 곳들이지만 신기하게도 열다섯 곳의 커피하우스 중 가본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어릴 때는 커피를 찾아 마실 돈도 여유도 없었고, 최근까지는 그냥 프렌차이즈 커피숍이나 관광지 근처 조그만 커피숍으로 갔기 때문이다. 눈에 불을 켜고 찾은 곳도 당연히 볼거리와 맛집이 우선이었다. 가끔 블로그에서 좋은 커피숍이 나온다고 해도 그렇게 비중을 높게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들이 조금씩 바뀌었다. 물론 강릉의 커피하우스 정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자주 접해 낯익지만 그래도 강릉행의 주된 목적은 아니다.

 

국내여행사 대표답게 그가 소개하는 여행지들의 다른 모습은 저절로 눈길이 간다. 과장된 표현이 살짝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유혹은 없다. 본업이 여행사이다보니 그곳을 나쁘게 표현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커피하우스에 대한 평가도 역시 상대적으로 후한 편이다. 사실 그 맛을 정확하게 평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와인을 시음할 때 사용하는 단어가 나와 살짝 놀라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조금 저렴한 가격의 핸드드립 커피하우스가 나왔을 때는 바로 달려가서 그 맛을 보고 싶었다. 현실은 사무실에서 프렌차이즈 커피를 마시는 것이 최상의 호사지만.

 

사라진 커피하우스 대불호텔도 좋지만 인제 춘천 여행 끝에 도착한 춘천의 시실리아가 왠지 가보고 싶다. 낡은 커피숍 소품에 진한 커피향기가 곁들여진 그곳. 소양강 댐으로 가기 위한 경유지 역할만 했던 춘천. 이제 새로운 목적지가 생긴 것 같아 반갑다. 그리고 최근에 다시 가보고 싶은 경주도 눈길을 강하게 끈다. 커피업계 3대 천왕이 있다는 것보다 많은 관광지를 둘러본 후 잠시 숨을 고르면서 진한 커피 한 잔으로 피로를 풀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뭐 맛있는 커피 한 잔이면 어디에서나 피로를 풀 수 있지만 여행지에서 특별히 찾아간 곳이라면 분명히 느낌이 다를 것이다. 자주 가는 파주의 커피공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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