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 개정판 한창훈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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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를 재밌게 읽어 선택한 책이다. 같이 나와서 개정판이란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이미 4년 전에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란 제목으로 나왔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다르다. 지난 책이 하나의 여행기에 가깝다면 이번 책은 하나의 어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개인적으로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가 더 재미있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나로 하여금 술 생각이 들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자주 먹지만 특별히 찾아먹지 않았던 물고기들에 대한 관심을 강하게 불러왔다.

 

몇 가지 물고기야 이미 다른 쪽에서 듣고 봐서 알고 있다. 이름도 한두 번씩 어딘가에서 듣고 봤다. 주변에서 늘 보던 생선이나 어패류야 보면 알지만 그 구분조차 못하는 수많은 것들이 나온다. 바닷가에 살았고, 외할머니가 어창에서 생선을 팔았지만 내가 구분할 수 있는 물고기는 그렇게 많지 않다. 큰 관심도 없었고 그렇게 열심히 찾아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방파제에서 낚시를 한 번 해보자고 했다가 한 마리도 낚지 못해 그냥 그만 두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점에서 작가의 첫 낚시가 성공적으로 끝난 것이 상당히 부럽다. 만약 그때 내가 물고기 몇 마리나마 잡았다면 강태공의 삶을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지난 번 책에 자산어보란 이름이 들어가 있지만 그 이름값을 못했다면 이번 책은 다르다. 물고기나 어패류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우고 자산어보의 설명을 앞에 인용한다. 그런데 자산어보의 이름이나 설명이 현실과 조금 다르거나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해류와 수온이 바뀌고, 사람들의 입맛이나 조리법 등이 변하면서 그 차이가 난 것 같다. 하지만 이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를 것이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이름이 같은 것도 있다. 맛에 대한 설명이 같은 것도 있다. 세월의 변화 속에서 아직 변하지 않는 것도 있는 것이다.

 

솔직히 이 책 저자가 설명한 맛의 차이를 글로만 혹은 이미 맛본 것으로 구분하기에 나의 미각도 경험도 턱없이 부족하다. 생계형 낚시꾼이라는 그의 표현처럼 먹고 살기 위해 혹은 좋아서 낚고 먹는다면 어느 순간 그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단지 그 설명만으로 짐작할 뿐이다. 그리고 그 제철 생선의 맛을 한 번 느껴보고 싶다. 갯장어나 숭어에 대한 화려한 설명은 이미 다른 곳에서 들어 짧은 글에 아쉬움은 없지만 몇몇 어종은 좀더 다양한 맛과 요리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 감성돔을 둘러싼 저자와 자산어보의 설명은 차이가 큰데 이것이 큰 재미를 준다. 맛이 죽인다고 하는데 살짝 그 맛이 궁금하다. 감성돔을 잡기 위해 펭귄들의 먹이가 사라진다는 사실은 가슴 아프다.

 

아는 만큼 먹을 수 있다. 이 문장은 이 책에 정말 딱 맞는 표현이다. 제철 과일은 쉽게 마트에서 만날 수 있지만 제철 생선은 그 현지가 아니면 그 맛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때마다 그곳을 찾아가기도 쉽지 않다. 좁은 국토를 가득 메우는 차들을 생각하면 쉽게 길을 나설 수 없다. 서울에서 전라남도 여수로 가기는 더 어렵다. 물론 아직 나의 입맛이 그 정도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맛집 프로그램을 그렇게 열심히 보면서 발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더욱 더. 이 책의 편집에 한 가지 바람이 있다. 그것은 몇 월에 어디서 어떤 물고기를 먹으면 좋다는 표라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아니면 계절별로 제철 생선을 표기한 간단한 표라도 하나 정도. 그렇다면 책을 펼쳐놓고 읽으면서 식욕을 더 강하게 만들고, 발걸음을 좀더 가볍게 옮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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