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들지 않는다 - 젊음을 죽이는 적들에 대항하는 법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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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가면서 점점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 입사해서 처음 먹었던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그라졌다. 현실이라는 변명의 벽 뒤로 나를 숨기고, 타협이 최선이라고 믿으면서 조금씩 젊음을 잃어가고 있다. 내가 홀로 현실의 문제를 말하면 주변은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 현실의 경험만을 내세워 반격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 자신도 이들처럼 변하고 있다. 어떤 때는 이들보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나보다 나은 수많은 사람들의 책과 통찰을 통해 조심씩 자신을 찾아가려고 하지만 그것이 결코 쉽지 않다. 이것을 가지고 주변에 말하면 그들은 사소한 한 가지로 모든 것을 뒤덮으려고 한다. 나의 자립한 젊음은 점점 소모되어간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생각했던 몇 가지가 이미 누군가를 통해 정리된 것을 보고 반가웠다. 모든 이야기에 절대적인 공감을 하지는 못하지만 많은 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마루야마 겐지는 자립한 젊음을 단순한 육체적 젊음이나 세포의 건강함, 신체 기능의 탁월함이 아니라 육체는 늙었어도 정신의 젊음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특질이며 특권이라고 말하고, 이런 인간의 특성이 진정한 젊음의 근원이라는 신념으로 이 글을 썼다. 그리고 그 척도로 자신에 대한 의존도라고 말한다. 타자에게 의지하지 않는 결연한 삶이 아니면 생명이 그토록 빛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족, 직장, 지배자들에게 길들지 마라’고 하고, 자신 안의 의존을 떨어내고, 자기 안에서 자신을 구제할 힘을 찾고, 지배받지도 지배하지도 마라고 주장한다.

 

가장 먼저 길들지 말아야 할 것은 가족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생활하고 길든다. 엄마의 사랑이라는 관념 속에 묻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미화되고 왜곡된 모습으로 그것을 바라본다. 저자가 하나씩 예를 들면서 우리가 가족이라고 부르는 것의 가면을 하나씩 벗겨낼 때 그 정확한 표현에 놀란다. 어느 부분은 내가 이미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좀더 구체적이고 논리적이면서 냉정하게 표현한다. 그래서 불편한 순간도 많다. 이것을 마주 볼 자신도 마음도 없는 사람들은 무턱대고 이것을 공격할 것이다. 자신들이 얼마나 길들었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군주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낌없이 바치는 무사도는 주체성을 방기하고 굴종에서 기쁨을 느끼는, 자립과는 거리가 먼 마조히즘의 전형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것을 미학으로 여기는 것은 유치하고 뒤틀린 싸구려 작태에 불과하다.”(38쪽) 이 문장을 읽으면서 우리가 학창 시절 배웠던 선비정신이니 군사부일체니 하는 유교 이념이 얼마나 사람을 길들이는 것인지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가를 위해 산다는 것이 자신의 의지라는 착각에 의한 것임을 알 때, 혹은 그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이미 길들여져 있다.

 

현실에서 직장은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니 길들여 온 삶을 산 사람에게 이것을 포기하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부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가족보다 더 큰, 최강의 적으로 직장인이라는 신분에 대한 의존이라고 말한다. 최근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아이들의 교육과 관련해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지금 서울대를 나와 봐야 마름밖에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재벌들은 이들을 하인처럼 생각하고 대우하는데 자신이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이들이 그렇게 대접하지 않는다. 단지 무수히 많은 하인 중 조금 더 높은 자리에 앉아 호가호위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자영업이 쉬운 일은 아니다. 농업도. 하지만 의존적이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의 정치와도 딱 맞는 문장이 있다. “국가를 지배하고 주무르는 패거리들은 자신들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자를 국적으로 매도하려 한다. 때로는 매국노라는 오명을 덮어씌워 그 입을 막으려 한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그들 자신이 공금을 후리는 국적이고 개인적인 출세를 위해 대국에 굽실거리는 매국노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죄를 타인에게 전가하면서 애국자인 척하는 악당이기 때문이다.” (107쪽) 너무나도 우리의 현실과 딱 맞아 이 책이 예언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2010년 나왔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말이다.

 

자립한 젊음은 나이와 상관없다. 이것을 나이와 연결한다면 이미 자신이 자립한 젊음을 포기한 것이다. 저자도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담배, 술, 복권, 도박, 인터넷 등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안일하게 삶을 살아가는 우리를 질타한다. 의존을 버리고 자립하라고 말한다. 맞다. 여기서 ‘그런데’라는 단어를 나도 모르게 사용하려고 한다. 현실의 안주를 위해 비겁한 변명만 늘어놓는다. 스스로 결정하는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이 점점 사라지는 요즘 이 책은 나에게 현실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든다. 자립한 젊음을 찾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하고 힘써야겠다.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자 하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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