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의 발견 - 작고 나직한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안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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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시인 안도현보다 소설 <연어>의 작가로 더 익숙하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 후 시 절필을 선언했다는 것을 이번에 정확하게 인식했다. 시 절필에 대한 소식을 어딘가에 듣고 잊었을 수도 있기에 이런 표현을 쓴다. 절필 내용을 검색하니 많은 반대들이 눈에 들어온다. 시인이 시 절필 선언한 것을 가지고 논설에서까지 왈가왈부할 사연인가 싶기도 하다. 아마도 그의 이력 중 문재인 선거본부에 있었던 것이 문제가 되는 모양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이름값이 여당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불쾌하게 다가간 모양이다. 이들 덕분에 내가 이 사연을 좀더 쉽게 찾았으니 역설적인 상황이다.

 

그의 정치적 이력이 이 책 속에도 적지 않게 나온다. 그것이 불편한 사람은 사지도 말고 혹시 샀다면 던져버려도 될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시인이 발견한 여러 가지 것들을 놓치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뭐 그렇게 한다고 삶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니 각자 알아서 하면 된다. 나의 경우로 말하면 몇 곳에서 그의 생각과 다른 점을 발견했다. 이 차이는 그가 살아온 삶과 나의 삶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 것들이다. 하지만 대체로 그가 발견한 수많은 것들이 나의 생각을 좀더 유연하게 만들고, 마음을 풍요롭게 적신다.

 

작가의 말에서 시인에 대해 “시인은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다. 원래 있던 것 중에 남들이 미처 찾지 못한 것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즉 시인은 발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발견하는 사람인 것이다.” 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근래 발견한 것들을 다섯 부분으로 나눠 풀어내었다. 그것은 생활, 기억, 사람, 맛, 숨의 발견이다. 이중에서 숨의 발견은 숲으로 잘못 읽기도 했다. 그 장에 등장하는 수많은 발견물들이 나무와 꽃들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가장 많이 좌절한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 현실에서 나도 이 나무와 꽃들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이름은 한두 번 이상 들었지만 눈앞에 있다고 해도 그것을 알아챌 능력이 되지 않는다. 이때까지 죽은 공부를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공감대가 가장 많이 형성된 것은 역시 생활과 기억의 발견이다. 시인이 발견한 수많은 물건과 기억들이 가슴 한 곳에 조용히 파고들어 잊고 있었던 느낌과 기억을 되살려주었기 때문이다. 한때는 필요가 없어서, 혹은 귀찮아서, 또는 무지해서 내버려둔 것들이 이 글을 통해 하나씩 새롭게 다가오면서 감정을 살짝 건드렸다. 잠자고 있던 이성도 살짝 깨웠다. 나의 생활이 얼마나 정체되어 있는지 이 글들이 하나씩 깨닫게 해주었다. 신문에 연재했던 글이다 보니 그 당시의 문제나 상황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 여기서도 아는 만큼 보인다. 잊을 수 없는 아픈 사고가 나올 때면 잠시 눈시울이 붉어진다.

 

사람의 발견에서 낯선 이름들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유명한 다른 사람들에 비해 결코 모자라지 않는다. 어떤 부분에서는 더 대단하다. 단지 내가 그들을 알지 못할 뿐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사연들도 많아 읽는 재미도 솔솔하다. 맛의 발견은 어딘가에서 본 듯하거나 들은 듯한 이야기가 많다. 최근에 음식에 관련된 프로그램이나 팟캐스트를 자주 보고 듣다보니 그런 것 같다. 방송을 잘못 본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잘못 말한 것인지 조금 다르게 기억되는 것도 있다. 이 기억의 충돌이 나를 새로운 곳으로 인도할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가끔 이런 경험을 했으니.

 

우연인지 이 책을 읽는데 교육방송에서 게미란 단어를 제목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봤다. ‘개미 있다’란 소재로 쓴 글을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게미 있다’가 아니다. 방송 작가는 어디에서 ‘게미’란 단어를 찾았을까 궁금해졌다. 이런 사소한 발견들이 모여 있는 책이다. 시인의 글답게 시들도 많이 나온다. 간결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어 쉽게 읽을 수 있다. 단숨에 읽어도 좋지만 몇 편씩 읽으면서 조금더 음미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 읽은 지금 아무 곳을 펼쳐도 좋은 이야기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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