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동남아 - 모험이 필요할 때
서진 지음 / 미디어윌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소설가 서진의 첫 배낭여행을 다룬 책이다. 문단에 여행중독자로 소문이 났다고 하는데 서른아홉에 처음 배낭여행을 갔다고 한다. 그 장소는 동남아고, 기간은 30일이다. 떠나게 된 이유도 간단하다. 에어아시아 프로모션 금액이 너무 저렴했기 때문이다. 가끔 프로모션이 나오면 누가 가나? 궁금했는데 그 사람 중 한 명이 서진 부부였다. 이들이 30일 동안 돌아다닌 곳 중 내가 실제 가본 곳은 몇 곳 없다. 이들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지금 갈 수 있을까 살짝 고민이 되지만 가슴 한 곳에서 배낭여행의 욕구가 꿈틀거린다.

 

여행은 언제나 계획을 짤 때 가장 설렌다. 어디를 갈까? 뭘 먹을까? 어디서 어떻게 움직일까? 등등. 이 부부는 그 시작과 끝을 쿠알라룸푸르로 잡았다. 이유는 저렴한 에어아시아 일정이 그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거의 관문의 역할만 한다. 30일 동안 적지 않은 곳을 돌아다녔다. 방콕, 수린 섬, 끄라비, 뜨랑, 끄라단 섬, 핫야이, 페낭, 믈라카, 싱가포르 등이 바로 그곳이다. 이 지명 중 가본 곳은 겨우 두 곳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긴 시간을 뺄 수 없다 보니 여행을 하면 많아야 두세 도시를 돌아다닌다. 개인적으로 관광객처럼 여기 찍고 저기 찍고 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이런 여행 일정을 보면 살짝 질리기도 하지만 부러운 마음도 생긴다. 한 곳에 며칠 머무는 것이 단순히 그곳을 잘 알기 위해서라기보다 게을러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서진 부부만 여행을 간 것이 아니다. 중학생 조카 세미도 같이 갔다. 물론 조카는 중간에 귀국했다. 프롤로그에서 이 부부가 2년 연속으로 하와이에서 한 달씩 머물렀다는 글을 읽고 상당히 부러웠다. 일에 매인 사람은 불가능한 현실이기에. 쿠알라룸푸르에서 방콕을 경유해서 그들이 간 첫 목적지는 수린 섬이다. 건기 때만 섬에 들어갈 수 있는데 이곳은 텐트 생활만 가능하다고 한다. 며칠 동안 머물면서 할 수 있는 것은 멍 때리거나 스노클링을 하거나 쉬는 것이 전부다. 텔레비전도 전기도 없다. 식당에서 충전이 가능하지만 풍족하게 사용할 수는 없다. 국립공원인 이곳에서는 정말 쉬는 것이 가능하다. 태국에서 흔히 보는 술판이나 맛사지샵도 없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들어오고, 장기 체류하는 유럽 젊은이들이 있다. 체류하기 위해 돈을 내야 하는데도. 예전에 빠이에서 잠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기에 조금은 이 기분을 알겠다.

 

이 부부의 여행 주제는 섬이다. 앞에서 말한 곳 중 몇 곳이 섬이다. 배를 타고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걷고 하면서 각 도시와 섬을 오고 갔는데 읽으면서 조사를 많이 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주로 게스트하우스를 돌면서 자고, 로컬식당에서 현지 음식을 먹었는데 반가운 음식이 많이 나왔다. 기본적으로 여행기는 일자별로 나오는 일기다. 매일 기록을 책으로 내었다. 이 일기가 단순한 정보만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돌아다니면서 느낀 점을 하나씩 풀어낼 때는 가슴 한 곳을 살짝 건드리는 매력이 있다. 또 하나, 이 부부의 친화력은 정말 좋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와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배낭여행을 즐거움을 만끽한다. 물론 힘들게 고생한 것도 있다.

 

처음 방콕의 사진을 보고 정말 촌스럽게 찍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본 방콕의 모습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이후 나오는 수많은 사진들이 약한 푸른빛이 조금씩 들어있다. 의도적인 것인지 아니면 색 보정에 문제가 있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어떤 사진은 어떤 블로그의 여행기에서 본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있다. 아마 비슷한 풍경과 비슷한 장소에서 찍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 여행을 간다면 이 책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보의 배열이나 깊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장소에 대한 솔직한 감상을 듣고 싶다면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끄라단 섬의 그 쓰레기에도 며칠을 머문 것을 보면 더 많은 정보를 모으고 싶어진다. 갈지 말지 고민이 된다. 이런 경계를 이 책은 잘 보여준다.

 

여행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두 가지다. 교통과 숙소. 이 부부처럼 우리 부부도 다양한 버스를 타고 다닐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숙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긴 시간을 여행한다면 이들처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통 여행이 일주일 이하의 일정이다 보니 캐리어를 끌고 다니지(혼자 갔을 때는 배낭 하나였다) 길어지면 캐리어가 짐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태국을 몇 번이나 다녀왔지만 섬은 거의 가보지 못했다. 태국에서 쿠알라룸푸르를 가는 방법으로 버스나 기차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늘 비행기 노선만 알아보았는데 다음에 여행을 조금 길게 간다면 버스나 기차도 한 번 검토해봐야겠다. 가보고 싶은 곳이 또 늘어났다. 올 겨울에 가까운 곳이라도 한 번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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