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 돼지가면 놀이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6
장은호 외 8인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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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시리즈 6권이다. 거의 4년 만에 6권이 나왔다. 이전에 나오던 속도에 비하면 조금 느린 출간이다. 척박한 한국 공포 장르 문학을 생각하면 이 시리즈는 늘 반갑다. 물론 지금까지 이 단편선 시리즈에 실린 모든 단편들이 마음에 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양이 늘어나야만 질적으로 좋은 작품이 계속해서 나오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시리즈를 꾸준히 내준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열 편이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 이 단편선에서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첫 작품 유재중의 <돼지가면 놀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가장 중요한 설정을 알게 되지만 이 때문에 공포가 사그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짜임새 있게 진행하면서 긴장감을 높인다. 과거를 현재와 연결시켜 기억과 사실을 엮으면서 풀어내는 힘이 좋은 작품이다. 김재은의 <숫자꿈>은 꿈에 본 숫자가 어떤 의미인지 알려줄 때 갑자기 변한 주인공의 모습이 조금 낯설게 다가왔다. 이전에 그가 보여준 행동과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너무 빤한 예정된 결말은 신선함이 떨어진다.

 

박해로의 <무당 아들>은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는데 너무 자주 본 마무리라 아쉬웠다. 복수와 저주의 고리가 느슨한 듯한 것도. 김희선의 <여관바리>는 공포가 약하다. 오히려 이 약한 공포가 반전처럼 다가온다. 어쩌면 나중에 다른 작품보다 여운을 더 남겨줄지 모르겠다. 장세호의 <낚시터>는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중 한 편을 읽는 느낌이다. 낚시를 인간과 연결시킨 설정은 좋았지만 낚시터의 결투에서 긴장감이 조금 떨어진다. 장은호의 <며느리의 관문>는 심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장치가 없어 담담하게 다가왔다. 저자 이름에 가장 먼저 올라간 것을 생각하면 아쉽다.

 

우명희의 <헤븐>은 어긋나고 광신적인 신념의 결과가 만들어낸 비극을 시간과 기억 속에 버무려놓았다. 현재의 사실이 공포를 증가시키지 못하면서 이야기가 힘이 빠졌다. 황태환의 <고양이를 찾습니다>는 우리 사회의 문제 중 하나를 다루었다. 그것은 애완동물 학대 및 살해 등이다. 법의 한계가 얼마나 무력한지 알려주지만 그 반격은 무시무시하다. 김유라의 <구토>는 지옥의 한 장면이 현실 속에서 재현된다. 여성의 다이어트를 중심에 놓고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놀라게 한다. 술 마시고 토했던 나의 과거가 순간 섬뜩했다. 마지막 작품인 엄길윤의 <파리지옥>은 마지막 장면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인간을 극한의 공포로 몰고 가는 행위는 역겨웠는데 예전에 읽었던 유일한의 단편들이 순간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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