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위안
랜디 수전 마이어스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세 명의 여자와 한 남자란 소개글을 읽고 한 남자 네이선을 둘러싼 세 여자의 사연이 엮일 것으로 생각했다. 이 생각은 반만 맞다. 둘만 직접 연결되고 나머지 한 명은 그의 딸로 인해 엮인다. 이 둘 중 한 명은 그의 아내 줄리엣이고, 다른 한 명의 불륜의 대상이다. 이 소설은 바로 불륜의 상대였던 티아가 임신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시작한다. 미혼모인 그녀는 아이를 입양시키는데 이때 아이를 입양하는 한 명이 마지막 여자 캐롤라인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은 입양 후 5년이 지난 시점부터다.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던 티아는 신중하게 선택해서 피터와 캐롤라인 부부에게 아이를 입양시킨다. 이 부부로부터 서배너의 사진 등을 받는다. 하지만 이 사진 등이 평범했던 그녀의 삶을 뒤흔든다. 아이 사진과 편지를 네이선에게 보내는데 이것을 그의 아내 줄리엣이 먼저 발견한다. 네이선은 티아와 헤어진 후 외도 사실을 아내에게 말하고 용서를 빌었다. 그러나 줄리엣의 마음 한 곳엔 늘 불안감과 분노가 쌓여있었다. 이때 도착한 티아의 편지 등은 불안했던 그녀 삶을 뒤흔든다. 혹시 네이선이 아직도 티아와 연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생긴다. 고민 끝에 티아를 찾아가서 몰래 훔쳐본다.

 

캐롤라인은 입양한 딸 서배너를 사랑하지만 자신이 충분히 좋은 엄마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랑도 의심한다. 의사인 자신의 바쁜 삶이 아이에게 온전히 시간 투자하는 것을 방해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삶을 포기할 마음이 없다. 남편 피터가 아이에게 사랑을 쏟아붓는 것과 비교하면 자신이 엄마라는 자신감이 부족하다. 이때 서배너의 존재를 알게 된 줄리엣이 조용히 다가온다. 줄리엣은 자신의 미용 사업을 이용해 그녀 가족에 접근한다. 하지만 줄리엣은 곧 자신의 실제 목적을 말하고, 자신의 복잡한 마음 때문에 고민한다.

 

티아가 아이를 낳은 몇 년 동안 남자와 자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살았지만 어느 날 술에 취해 남자를 집에 데리고 온다. 직장 일도 잘 풀리지 않으면서 그녀의 삶이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를 열렬히 사랑하는 보비가 있지만 아직 그녀의 마음은 네이선으로 향하고 있다. 네이선에게 그녀는 단순히 욕망의 대상 그 이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단숨에 그녀를 떠날 수 있었다. 아내 줄리엣의 요청으로 그녀를 찾아갔을 때도 그는 어쩐 감정도 없었지만 티아는 행동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이 차이가 그녀의 삶을 더 복잡하고 힘들게 만든다.

 

세 명의 여자는 모두 티아의 아이 서배너로 사실상 엮인다. 낳은 엄마, 키운 엄마, 생물학적 아버지의 아내로. 이 과정에 그들의 남편이나 남자 친구가 등장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것은 이 여자들이다. 그녀들의 심리 묘사는 아주 세밀하고 현실적이고 복잡하다. 자신의 솔직한 감정에 놀라고 두려워하고 갈등하고 방황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사실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재미이자 힘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녀들은 자신들의 삶을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를 발견한다. 가정을 지키고, 모성에 눈 뜨고, 자신의 삶을 똑바로 바라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들의 심리 표현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특히 남편 네이선의 심리를 표현할 때 여자들에 비해 너무 단순하게 처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네이선을 내세운 장이 얼마 되지 않는 것도 있지만 티아를 만났을 때 그의 심리 상태가 너무 담담하다. 분명 그녀의 손을 잡고 대화를 할 때 어떤 감정의 불안감이나 갈등이 있어야 하는데 간단하게 표현되었다. 이전에 바람 핀 후 아내에게 헌신하고 있다고 하지만 어디 남자들이 그렇게 순진하기만 한가. 이 부분은 이 소설의 마무리와 함께 가장 많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최선의 선택이자 결과이지만 이 깔끔함이 현실과 동떨어진 듯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상처가 과연 완전히 해소되었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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