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2 밀리언셀러 클럽 20
로버트 블록 외 지음, 제프리 디버 엮음, 홍현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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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걸작선이 처음 나왔을 때 가장 걱정한 것이 있다. 그것은 기존에 나온 에드가 상 수상집 등과 중복되는 작품이 많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워낙 에드가 상 수상집 등에 실린 단편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게으른 내가 이 두 작품집들을 하나씩 비교하지는 않았다. 다만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보면서 일치하지는 않겠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리고 늦게 읽으면서 전화위복이 된 것이 있다. 이 단편선에 글을 올린 작가들 중 아는 사람이 조금 더 늘어난 것과 다양한 서스펜스 소설을 읽었다는 것이다.

 

모두 열편이 실려 있다. 알고 있는 작가는 그 중 딱 반인 다섯 명이다. 작품까지 보태면 한 명이 늘어난다. 몇 년 사이 많은 작가들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단편집을 볼 때면 낯선 작가들이 상당히 많다. 아직도 척박한 한국 장르 시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단편집들이 나오고 대표작들이 한두 권씩 출간되다보면 더 많은 작가들을 알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 걸작선의 편집자가 제프리 디버란 것은 또 다른 매력이다. 일본에서 미야베 미유키가 마츠모토 세이초의 작품들을 편집한 적이 있는데 이런 책들에는 괜히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제임스 케인의 <담배 파는 여자>는 읽으면서 흐름을 놓쳤다. 클라이맥스가 너무 빠르게 전개되어 이들의 감정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다음에 한 번 더 읽어야할 작품으로 남겨두었다. 렉스 스타우트의 <7월 4일의 야유회>는 장편에서 받은 느낌과 달라 어색했다. 특히 울프.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이 치밀하지 않고 약간 즉흥성과 속임수에 기댄 것은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하지만 후기의 추론은 순간 이것을 씻어내게 만들었다. 로버트 블록의 <우리 시대의 삶>은 읽는 동안 결말이 점차 뚜렸해졌다. 한 여성의 결정과 심리 묘사가 반전처럼 펼쳐지고 분명히 아는 결말이지만 간결한 설명이 주는 섬뜩함은 변함이 없다.

 

토니 힐러면의 <치의 마녀>는 섬세하게 집중하면서 읽어야 한다. 나바호 족 인디언의 마녀 전설을 끊임없이 들려주는데 이것이 현실 속 사건과 연결되는 순간 음모의 파괴로 이어진다. 낯선 부족 이야기가 현실로 전환되는 과정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인상을 남긴 작품은 루스 렌들이다. <불타는 종말>은 반전으로 끝나는데 이 반전이 펼쳐지기 전에 보여주는 한 여성의 심리 묘사와 죄책감이 압권이다. 모두 읽은 지금도 이것은 강한 여운을 남긴다. 읽으면서 우리가 흔히 병수발에 대해 말했던 것이 다른 나라에도 적용되는 것을 보면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렇게 다섯 명이 나에게 낯익은 작가다.

 

예레미야 힐리의 <예비 심문>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말로 놀랐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심어놓은 단서들이 하나로 모일 때 앞에 나온 단서를 다시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잘 짜인 구성과 전개로 읽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에드워드 호치의 <인터폴: 현대판 메두사 사건>은 무시무시한 사건이지만 가볍고 경쾌하게 읽혔다. 스테판 마티니의 <시적인 정의>는 승승장구하던 과거에서 몰락으로 이어지는 현재를 시를 사용해 요약해서 들려준다. 물론 중요한 이야기는 산문이다. 음모와 조작과 위선으로 가득한 한 변호사의 삶이 한 번에 파멸로 이어질 때 삶의 아이러니가 느껴졌다.

 

마이클 말론의 <붉은 흙>은 한 사람의 선의가 악의를 가려준 후 삶을 보여준다. 아버지가 심어준 이미지가 한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악의가 결국 진실을 밝힌 후 어떤 종말로 이어지는지 보여준 후 추억이 빛나는 순간은 강한 인상으로 남는다. 마사 멀러의 <베니의 구역>은 샌프란시스코의 필리핀 인들이 낯설었지만 여자 사립 탐정이 사건을 풀어가면서 들려주는 그 동네의 삶이 뚜렷하게 다가와 좋았다. 한 폭력단 두목의 살인 사건에 대한 증언을 둘러싸고 벌어진 조사가 진실로 이어질 때 놀랐고, 현재 자신의 삶에 안도하는 탐정의 모습은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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