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으로의 여행 크로아티아, 발칸을 걷다 시간으로의 여행
정병호 지음 / 성안당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꽃보다 누나> 덕분에 크로아티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을 보기 전 크로아티아 여행기를 읽었지만 그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한 배낭여행자의 힘겨운 여정보다 화면으로 연출된 크로아티아의 모습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예인들이 좌충우돌하는 모습도. 이런 기억들을 가지고 이 책을 선택했다. 여행과 역사의 결합이란 설명은 뒤로 한 채. 그 선택은 나의 바람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고, 발칸반도에 대한 너무 많은 정보 때문에 머릿속만 복잡해졌다. 동시에 가보고 싶은 곳도 더 늘어났다.

 

크로아티아란 나라 이름이 책 제목에 들어간 것은 두 가지 노림수 때문이다. 하나는 앞에 나온 <꽃보다 누나>의 후광이고, 다른 하나는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나라가 크로아티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추천하는 발칸반도 여행 일정을 보면 크로아티아는 며칠 되지 않는다. 여행 일정과 분량이 균형을 맞추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아마 이것도 <꽃보다 누나>의 영향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여행 일수를 보면 겨우 2~3일 정도에 불과한데 분량은 거의 3분의 1 정도다. 발칸반도를 여행하면서 크로아티아에 무게를 더 두는 사람이라면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발칸반도의 모든 나라를 차로 돌아다닌다. 이 여행에 동행자로 엘레나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이 여성은 스페인에 사는 한국 여성이다. 그런데 이 둘의 동행이 어떤 로맨스도 만들지 않고 발칸반도에 대한 지식을 서로 뽐내면서 진행된다. 둘이 동행한 후 발칸반도 안의 도시를 찾아가고 그 나라와 도시에 대한 정보를 서로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한다. 숫자와 지명과 역사 등이 같이 나오는데 만약 이 여성이 실존인물이라면, 혹은 저자가 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면 대단한 전문가가 아닐 수 없다.

 

이 둘의 여행은 언제나 아침에 시작해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관광을 하면서 그 도시와 나라의 정보를 알려준다. 그런 후 각자 방으로 돌아가서 잔 후 다음 날 아침에 다시 다른 도시로 출발하는 일정이다. 이 일정을 보면서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곳을 보기 원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안내서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역사에 대한 너무 많은 정보가 나와서 그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이나 감상이 오히려 묻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예상한 내용을 보여주지 못한 책이지만 발칸반도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발칸반도를 역사와 여행의 결합으로 풀어낸 것은 단순한 역사 서적보다 가독성을 높였다. 하지만 여행지에 대한 감상이나 좀더 현실적인 정보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아쉬운 구성이다. 중간에 간단한 여행 팁을 넣어놓았지만 전체를 볼 수 있는 부록이 없어 필요한 부분을 본문에서 찾아야 한다. 부록으로 각 나라의 도시를 여행할 때 소요되는 시간이나 교통 정보를 넣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각 도시의 관광 포인트도 같이 넣었다면 이 책이 의도했던 여행과 역사의 결합이 더 풍부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나저나 이 책은 잠시 움츠려 있던 발칸반도 여행에 대한 갈망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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