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에 살다
손명찬 지음, 김효정(밤삼킨별) 사진.손글씨 / 비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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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 펼쳐본 후 짧은 글과 많은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당연히 단숨에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착각임을 금방 깨달았다. 짧은 글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와 통찰 등은 단숨에 읽는 것이 무리라고 말했다. 잠시 숨을 고르면서 그 의미 등을 곱씹어야 했다. 비록 몇몇 부분에서 나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 드러난다고 해도 전체 흐름은 변함이 없다. 물론 이것이 <좋은생각>이란 잡지를 통해 비슷한 내용들이 나왔고, 개인적으로 이런 잡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많은 글들이 나온다. 어떤 글은 읽다가 시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저자도 말했지만 이 책은 시집이 아니다. 그의 이력에 시집 출간이 있고, 어느 정도 그 영향력이 묻어나온다고 해도 말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장르 구분을 보면 에세이다. 이것이 맞다. 각 글들이 저자가 살아온 삶의 흔적을 담아내고 철학을 풀어내기 때문이다. 심리치유란 구분도 있는데 공감한다. 이 책 속 글들을 읽다보면 먼저 경험한 사람의 아픔과 즐거움과 행복과 슬픔과 기쁨 등이 절제된 문장 속에서 흘러넘치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모으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광산 같은 책이다.

 

저자는 모두 여섯 꼭지로 나눠 이야기를 풀어낸다. 마음에서 시작하여 치유, 관계, 사랑, 인생, 오늘 등으로 이어진다.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 마음에 있다는 선인들의 말이 떠오른다.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들이 결국 오늘로 귀결하는 것은 삶이 바로 오늘도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은 내일도 잘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오늘과 내일을 엮어서 풀어내기보다 자신의 삶을 매일 만나는 과정에서 고찰한 것을 적어냈을 뿐이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가슴에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철학을 전공한 덕분인지 책 곳곳에 철학적 사유의 흔적이 묻어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말로 포장된 생각이 아니라 경험을 바탕으로 한 통찰력이 보였기 때문이다. 좋은생각 류의 문장과 글이 연속으로 이어질 때는 약간 느슨해지는 기분도 들지만 사진으로 시선을 돌리면 또 다른 책의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다양한 색감을 가지고 각 글과 연결되는 사진은 그 자체로 충분히 매혹적이다. 그냥 무심코 쳐다보면 뭐지? 할 때도 있지만 글을 다시 읽으면 이 사진이 새롭게 다가온다. 어느 순간은 사진에 한참 시선을 빼앗기기도 한다.

 

좋은 글이 워낙 많아 한두 편을 뽑아내기가 오히려 더 어렵다. 책을 읽으면서 이 글이 마음에 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면 곧바로 다른 글에 마음을 빼앗긴다. 어떤 글이 더 좋다 나쁘다 할 수 없지만 읽을 때 기분에 따라, 내 삶의 경험에 따라, 생각하는 바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개인적으로 이것이 좋다. 곱씹어야 하는 문장들이 나오면 몇 번씩 조용히 소리내어 의미를 되새기고, 옆에 실린 사진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많은 문장으로 가득 채워 생각의 여백을 줄인 것보다 시처럼 짧고 함축적인 글이 나오면 더 많이 집중한다. 빨리 읽으면서 놓치는 의미가 있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 목차를 다시 보는데 낯선 제목이 많다. 하지만 문장을 다시 읽으면 이전 느낌이 되살아난다. 문득 지금 이 책을 너무 빠르게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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