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의 고금통의 1 - 오늘을 위한 성찰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에게 역사가 이덕일을 처음으로 인식시킨 것은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였다. 친구 집에서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할 일이 없던 중 책장에서 꺼내 잠시 읽었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대충 읽자고 꺼냈다. 그런데 이 책이 내 마음을 어느 순간 빼앗아 버렸다. 정신없이 단숨에 읽어나갔다. 3분의 1정도를 읽고 집에 가면서 빌려 그날 끝까지 읽었다. 기존에 내가 알던 역사를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풀어낼 수 있구나, 하고 놀랐다. 이것은 <사도세자의 고백>으로 가서 한 편의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줬다. 역사의 이면을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니! 그리고 나는 그의 책을 어느 순간 한 권씩 사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역사가지만 출간된 책을 모두 읽지 않았다. 사놓고 쌓아둔 책도 몇 권 있고, 사길 주저한 책도 있다. 개인적으로 취향에 맞고 그의 능력이 가장 잘 발휘된 책들은 한 인물을 중심으로 그 시대를 새롭게 해석한 책들이다. 송시열, 사도세자, 김종서, 이회영 등이 그들이다. 정약용은 사놓고 한 권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미루어뒀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반면에 주저하는 책은 기획성으로 편집된 책이다. 조선왕 독살이나 갑부나 천재에 대한 책들인데 인물들의 깊이가 부족해서 뭔가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 적었다. 이런 종류의 책이 나오면 왠지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그 관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길게 이덕일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았는데 이 책도 사실 후자에 가깝다. 이덕일이란 이름이 없었다면 그냥 눈길도 주지 않았을 책이다. 하지만 이덕일이라면 다르다. 그의 모든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 역사를 풀어내는지 조금은 알기에 옛날과 현재를 엮어 들려줄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책을 편 후 목차를 보니 다섯 꼭지 아래 엄청난 제목들이 보인다. 하나의 이야기가 두 쪽을 넘지 않는데 어딘가에 연재한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어디에 연재했다는 글을 찾지 못한다. 만약 이 책을 출간하기 위해 쓴 것이라면 정말 대단하다. 아니면 블로그나 자신의 글을 쓰는 도중에 하나씩 쓴 것을 모아둔 공간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추측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이 책의 기록들은 단순히 몇 개월의 기록이 아니다.

 

고금통의, <<사기>> <삼왕세가>에 나오는데 예나 지금이나 관통하는 의는 같다는 뜻이다. 이것은 이 책을 서술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고전과 역사 속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내어 알려주고 이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부조리나 불의나 양심이나 인사 등의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으면서 마무리한다. 옛 이야기 속에서 현재의 문제를 돌아보고 그 해법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다.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는데 그러다가 문득 그때도 지금 같은 문제가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발췌한 기록들이 현재의 짧은 시간 속에서 그대로 재현된다는 것은 잠시 뒤로 하고 말이다.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인용에서 중복되는 것도 조금씩 보인다. 그리고 저자가 생각하는 역사와 문화와 정치 등의 철학이 곳곳에 흘러나온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역시 중국의 동북공정이다. 상당히 많은 자료를 통해 중국의 역사 왜곡을 비판한다. 또 우리 역사 교육의 문제점도 같이 다룬다. 일본 식민사관이 아직도 교과서 등에 강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지적은 광복절 전후를 생각하면 특히 강하게 다가온다. 역사 교육의 중요성은 사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역사를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바꾸고 있다.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이 없는 국민이 어떻게 세계에서 자국을 자랑하고 알릴 수 있겠는가.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대부분은 나의 인식과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몇몇 문제에서는 생각이 다르다. 세금 문제에서 특히 그렇다. 제대로 세금이 걷히지 않는 현실을 탓하기보다 많다는 인식을 먼저하는 것은 나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아쉽다. 그리고 조선 시대의 쌀 가격을 현실에 그대로 적용해서 풀어낸 것도 단순한 수평 비교라 왜곡된 정보로 다가온다. 물론 이런 것들이 좀더 간략하게 현실을 풀어내기 위한 하나의 선택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편집자가 주석 정도는 달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또 하나. 저자의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은 이 책에서 인용되고 해설한 곳에서 다른 책들의 흔적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발견할 때마다 상당히 반가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