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진짜 메이저리그다
제이슨 켄달.리 저지 지음, 이창섭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야구를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계속 야구를 봐 왔고, 지금도 시즌이면 계속 본다. 자꾸 보고, 해설을 듣고, 관련 책들을 여기저기서 읽다보니 다른 사람보다 야구를 조금 더 알고 있다, 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마구를 던지는 투수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음먹으면 홈런을 쉽게 칠 수 있는 4번 타자나 언제 어디서나 도루를 할 수 있는 발 빠른 주자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다. 이런 환상은 대부분 만화 등에서 왔다. 현실을 벗어난 천재들의 야구를 보여준 만화는 실제 야구와의 괴리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러다 가끔 현실적인 만화를 만나면 시큰둥했다. 너무 평범해서. 하지만 야구는 너무 평범해 보이고 시큰둥한 현실 속에 강한 뿌리를 내리고 우리를 강하게 끌어당긴다.

 

사실 미국 메이저리그를 잘 보지 않는다. 최근에 류현진과 추신수 때문에 조금씩 보지만 특별히 시간을 내어 보지는 않는다. 한국 야구 볼 시간도 많지 않은데. 하지만 이 책은 메이저리그와 한국 리그의 문화적인 몇 가지 차이만을 제거하면 우리가 야구를 보면서 생각하고 유심히 쳐다봐야할 수많은 것들을 알려준다. 그것을 조금씩 알아갈 때 야구 중계를 보는 것이 피동적인 움직임이 아닌 능동적인 움직임으로 변한다. 즉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하고 타자의 반응을 예측하고 주자가 언제 달릴지 고민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면 야구는 휠씬 재밌고 긴장감이 흐른다. 이 책은 바로 관중으로 하여금 실제 야구장 속으로 끌고 들어가 진짜 야구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왜 그런 곳에서 수비하고 그때 방망이를 휘두르는지 알 수 있게 만든다.

 

메이저리그를 잘 모르지만 제이슨 켄달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다. 포수 출신이다. 올스타를 세 번이나 했다는 것은 대단한 기록이다. 매년 쉽게 올스타가 되는 선수가 언론에 자주 나오니 대단한 기록처럼 보이지 않지만 한국의 IMF 영웅이었던 박찬호나 최근의 추신수나 류현진만 봐도 이것이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이 대단함은 한두 해 반짝 성적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매년 자신을 단련하고 고통을 참고 견디면서 운동장에서 꾸준히 선발 선수로 나갈 때 겨우 가능한 일이다. 그는 자신의 몸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항상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정상적인 상태가 아님에도 그를 선수로 계약하는 팀이 나타났다.

 

책은 경기 전 모습에서 시작하여 투수, 포수, 내야수, 외야수, 타자, 주자, 감독, 그 밖의 이야기로 끝난다. 경기 전후의 모습은 TV를 통해 잘 볼 수 없는 장면이지만 그 나머지는 야구에서 각각 차지하는 역할을 구분해준다.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투수를 가장 먼저 내놓은 것은 야구가 투수놀음이란 말도 있지만 공을 던져야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단지 강하고 빠른 공만 던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는 것이 조금 많아졌다고 투수의 투구 후 위치나 공 배합 등도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포수로 넘어가면 더 복잡해진다. 얼마나 힘든 직업인지 알지만 화려함이 부족해서 가끔 상대적으로 홀대한다. 그러나 중계를 볼 때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흐름이 바뀌는 것을 보고 단순히 타율이나 공 배합 이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야수나 타자나 주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야구 중계를 보다 보면 해설자가 야구를 멘탈 스포츠라고 말하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절실히 느낀다. 정말 대단한 선수들이 얼마나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인지 담담하게 쓸 때 그 점이 더 부각된다. 타자는 단순히 투수하고만 대결하지 않는다. 야수도 타자의 기록을 가지고 수비 위치를 바꾸면서 아웃 확률을 높인다. 중계에서 잘 친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날아가서 아웃되는 것을 보는데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한일 야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감독으로 넘어간다. 자기 선수를 잘 아는 감독의 중요성과 수퍼스타에 휘둘리는 감독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살짝 깨닫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고 중요한 문장이 있다. 그것은 ‘경기 상황을 알아야 한다’다. 원론적인 이야기와 이론이 아무리 많아도 경기 상황에 맞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켄달이 상황을 만들어 설명하는 것도 바로 이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야구는 개인 기록의 경기지만 팀 경기다. 팀이 이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을 희생할 줄 알아야 하고, 경기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야구 중계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대사 중 하나다. 개인 기록이 아무리 좋아도 팀이 우승하지 못하면 그 선수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MVP가 나쁜 성적을 거둔 팀에서 잘 나오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을 모아둔 곳이지만 그들도 인간이라 실수를 한다. 아웃이 일상적이라 3할이면 엄청난 대우를 받는 곳이다. 야구를 잘 모르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서 야구를 본다면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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