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복, 휴休
오원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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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말을 보낸 적이 많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적이 없다. 책읽기를 중단하거나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멍하니 텔레비전을 켜놓고 그냥 시간을 보낸 것 뿐이다. 이것이 과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일까 하고 묻는다면 그 답은 아니다, 다. 휴식을 제대로 취하고 있는가 묻는다면 그냥 시간만 보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나간 시간이 아깝고 아쉽다. 그 시간에 다른 일이나 예전에 못했던 일을 하면서 보낼 수 있었는데 하면서. 우리는 이처럼 갑자기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그냥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지 못한다.

 

쉬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네 가지 방식을 말한다. 비우고, 몸에 귀를 기울이고, 타자와 만나고, 안과 밖이 없이 몰입한다. 이것은 다시 명상과 통합의학과 숲 치유와 예술 치유 이야기로 요약된다. 이 방법들은 저자가 잘 쉬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우리에게 제시한 것이다. 우리의 삶은 어느 순간부터 가득 채우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정보와 지식과 부를 채우려고 아등바등한다. 생각이 점점 많아진다. 마음이 복잡해진다. 스트레스가 강해진다. 이때 이런 것들을 놓아버린다. 비워버린다. 생각과 마음을 비우는 명상에 빠진다. 물론 이것이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완전히 몰입할 때 자신으로 살아가는 힘을 얻게 된다.

 

몸에 귀를 기울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너무 자주 병원에 가거나 거의 가지 않는다. 나의 경우는 후자다. 가끔 금방 끝날 병을 오래 가지고 가는 경우가 있다. 자연 치유를 과신한 결과다. 제대로 몸에 귀를 기울이고 좀더 세밀하게 관찰했다면 이런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잘 자고 잘 숨 쉬며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가장 힘든 일들이다. 일상생활에서 좋은 음식을 먹고, 바른 자세를 취하고, 생활운동량을 늘리고, 편한 자세로 좋은 호흡을 하고, 늦게 자지 않으면서 숙면을 취해야 한다. 이러면 몸 안의 의사가 살아나 우리를 돌본다.

 

나는 ‘나들’로서 존재하고 있다. 숲에 들면 나라는 타자와 나무, 새, 냇물, 바람이라는 타자가 공생한다는 사실을 느낀다고 말한다. 요즘 흔히 말하는 피톤치드니 음이온이니 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풍부한 산소도. 숲속을 가득 채운 타자들은 음악으로 공명한다. 예술은 우리로 하여금 안팎이 없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자신에게 온전히 몰입할 때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사라진다. 이것 또한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노력이 필요하다. 글쓰기의 경우 뼛속까지 모두 드러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언제 이후부터 이런 깊은 글쓰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저자는 단순히 추상적인 말들로 이야기를 풀어가지 않는다. 현대 과학이 발견한 것을 근거로 역사와 과학과 경험을 엮어서 잘 쉬기 위한 방법을 제안한다. 찬찬히 책을 읽다 보면 실천으로 옮기기가 만만하지 않다. 어떤 것은 어느 순간부터 나의 삶에서 사라진 것도 있다. 평안함에 빠져 시간을 절약한다는 핑계로 그만 둔 것도 있다. 자극적인 것을 찾아 움직이면서 몸과 마음을 혹사한 경우도 많다. 순수한 몰입의 기쁨도 점점 사라진다. 집중하는 시간도 짧아진다. 이것들을 되찾기 위해 잘 쉬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 책이 요구하는 것들이 너무 많고 힘들어 보인다. 뭐 하나씩 한다면 다를 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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