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지혜 - 삶을 관통하는 돈에 대한 사유와 통찰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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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다양한 각도에서 풀어낸 책이다. 종교와 신화, 고대와 현대, 좌파와 우파, 미국과 프랑스 등의 시선을 모두 담고 있다. 돈이란 대상을 다루면서 다양한 철학자와 문학가들을 늘어놓고, 우리가 항상 갈망하는 돈의 실체를 생각하게 한다. 실제로 돈은 그 자체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교환가치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교환가치라는 것이 인간의 욕망을 자극한다. 많은 돈을 가진다는 것은 더 많은 물질과 서비스 등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의 욕망은 언제나 더 많은 것을 지향한다. 물론 이 욕망을 자제하는 것을 바라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그것을 현실의 실천으로 옮기기도 한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하거나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지만.

 

숭배와 경원에서 미국과 프랑스의 돈에 대한 시선을 잘 보여준다. “프랑스는 문학과 정신 예술에 헌신하는 보편적 국가로 보이기를 원하지만 미국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보이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실제 프랑스 사람들의 속내도 이럴까 하는 의심이 생겼다. 기독교 세계에서 돈은 부정적인 존재였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돈은 숭배의 대상이다. 과거 교황청이 보여준 부패나, 그 속에서 새롭게 탄생한 현재의 개신교들은 또 어떤가. 회개와 구원과 신앙심을 돈으로 표현하는 설교가 난무하고 있고, 신의 이름을 빌어 자신에 대한 믿음을 부르짖는다.

 

돈의 지혜는 무엇일까? 저자는 돈을 “우리의 전제군주이자 해방자”라고 말한다. 흔히 하는 말로 돈만 있으면 못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돈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표현에서 돈은 전제군주다. 우리는 돈이 지닌 마력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욕망을 자제하고, 작은 것에 만족하고 살아야 이 군주로부터 겨우 벗어날 수 있다.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면 이 돈은 우리의 해방자이자 든든한 후원자가 된다.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돈을 사용할 때 이 지혜는 빛을 발한다. 개신교가 어떻게 부자들을 신의 품으로 넣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은 이제껏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이다. 막스 베버의 저서는 그 시대의 필요를 뒷받침하는 주장일 뿐이다.

 

행복과 부의 상관관계는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행복 척도를 계산할 때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돈이 많아도 더 많은 부자와 비교하고, 더 많은 돈을 욕망하면 행복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수퍼리치들의 의무를 다루는 장에서 잘 보여준다. 과거 귀족들의 부와 사치 과시가 현대 수퍼리치의 사치 등과 이어진다. 반면에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재단에 기부한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돈의 쓰임새를 생각하게 한다. 이 이야기 속에서도 중요한 것은 자제와 만족이다. 현실에서 이것을 실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물신을 숭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욱더. 그리고 저자는 실패한 공산주의의 실험을 비판한다. 이런 다양한 비판은 읽는 동안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은 무엇일까? 없다고 흔히 말하지만 그 돈의 액수가 상상을 초월한다면 어떨까? 현실에서 하룻밤 대가로, 성공의 대가로 자신을 파는 남녀들이 수없이 많다. 물론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그럼 결혼의 조건 중 하나가 돈인 것은 어떤가? 이혼의 진흙탕을 다룬 수많은 이야기들은 또 무엇인가? 감정의 유효기간의 사라진 후 현실로 돌아온 수많은 사람들의 돈 타령은? 부자들이 혼전계약서를 작성한 후 결혼한다는 이야기는 최소한 결혼의 이면 속에 숨겨진 진면목을 보여준다. 현실은 돈의 힘이 없다면 사랑이란 감정마저도 사상누각처럼 쉽게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돈의 지혜를 “자유, 안전, 적당한 무관심이란 세 가지 덕의 조화로운 결합”에 있다고 말한다. 이 세 가지 덕의 균형을 “정직, 비례, 나눔이라는 세 가지 의무”가 잡아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돈이 주는 매력은 우리의 태도를 분열적으로 만들고, 현실과 이상을 괴리시킨다. 돈을 독이자 해독제라고 말한 이유도 바로 필요하지만 그 필요가 유동적이라 상황과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 속성 때문이다. 처음으로 읽는 저자의 책인데 가독성은 좋지만 그 내용을 온전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시간 나면 책 여기저기를 뒤적이면서 이해도를 조금 높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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