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생존기 특서 청소년문학 7
손현주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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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살 주아령은 베체트병에 걸린 아빠 때문에 이사를 간다. 장소는 서울에서 양평의 중미산 근처다. 이사 간 집은 마을버스 정류장 앞이라 마을 사람들이 불쑥 들어오는 곳이다. 낡은 시골집을 아빠와 엄마가 직접 수선해서 두 아이를 데리고 왔다. 아빠의 병은 신경을 많이 쓰면 시력을 잃고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아빠는 아내와 아이들이 불평을 내뱉을 때마다 자신의 죽음을 내세운다. 보고 있는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한참 민감한 시기의 소녀가 시골 중학교로 전학을 했으니 얼마나 불만이 많을 텐가. 이 불만과 자신처럼 전학 온 싸가지와의 우정을 작가는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처음 그녀가 반에 들어왔을 때 반 아이들이 특별전형을 이야기한다. 서울의 좋은 대학 가는 방법 중 하나가 시골 마을 학교에 가서 내신 성적을 올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성적이 좋은 이 마을 아이가 내신에서 밀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불만을 반 아이들이 순간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이 불만을 재우는 방법으로 아빠의 병을 내세울 수도 있지만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 마음속으로는 자신의 성적이라면 전교 1등이 가능할 것이란 자만심이 자리잡고 있다. 외고를 가고 싶어 했고, 서울에서 성적도 좋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전학 온 후 학업을 조금 멀리하고, 불만에 빠져 살다보니 예상과 다른 결과를 받는다.

 

도시 사람들의 흔한 실수 중 하나가 농사를 쉽게 보는 것이다. 병충해뿐만 아니라 자연 재해도 무시할 수 없다. 부모님들이 신나게 텃밭을 가꾸고, 비닐하우스를 만들지만 병충해와 태풍에 너무 쉽게 무너진다. 오래된 농사꾼들이 이것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다른 모습이다. 초보자가 여기에 더해 유기농법을 적용하다보니 더욱 힘들다. 더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언론에 나오는 유기농법의 성공사례가 얼마나 많은 사실을 가리고 있는지 그 이면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작가가 이 부분까지 파고들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지만 청소년 소설이란 것을 감안하면 이해가 된다.

 

싸가지. 이 별명을 지은 것은 이사 첫날 일어날 뻔한 자전거 사고 때문이다. 이슬은 관절인행을 잭이라고 부르고 엄청난 애정을 쏟는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중반에 나오는데 실제로는 이 싸가지의 감정 변화를 이해할 수도, 바로 따라갈 수도 없다. 부모님들이 모두 죽고 이모와 함께 사는 그녀가 보여주는 급격한 심리 변화는 어떨 때는 황당함의 극치다. 얼굴에 가부키 배우 같은 화장을 하고, 가곡을 랩으로 부르는 행동을 한다. 당연히 공부에 집중하지도 않고, 학교도 제대로 등교하지 않는다. 이런 싸가지도 아령과 함께 만나고, 감정을 교류하면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걱정을 조금씩 내려놓는다.

 

아이들의 세계가 그들만의 규칙으로 흘러갈 때 어른들은 또 그 사회에 자리잡기 위해 변신을 한다. 그 중 하나가 교회에 나가는 것이다. 이 소설 전에는 이런 일이 한국 사회에 있다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외국에 나간 친구나 다른 사람의 경우 이런 일이 빈번함을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선한 의도에서 마을 사람을 자신의 차에 태우고 가던 아빠가 타이어 펑크로 사람을 죽이는 일이 생기는데 이것은 현실의 비극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아빠는 구치소에 들어가 있고, 엄마와 자식들은 공포에 빠진다. 이때 아령은 이슬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이 소설은 열여섯 소녀가 바라본 어른들의 세계도 일정 부분 나온다.

 

많지 않은 분량에 가독성도 좋다. 자극적인 상황을 억지로 만들지도 않고, 현실의 소녀와 어른들의 현재에 많은 부분 할애한다. 아령과 이슬의 우정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부분에서 어떻게 아령이 참아냈는지는 궁금하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한 것이나 그 아픔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그 일부를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슬이 겁에 질려 자신을 내려놓으려고 할 때 아령이 보여준 지극히 당연한 반응은 걱정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현실로 나오게 한다. 이렇게 아이들은 성장한다. 물론 아령의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현실을 있는 대로 보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과 그 작은 행동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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