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숙녀 에놀라 홈즈 시리즈 2
낸시 스프링어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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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놀라 홈즈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첫 권은 아직 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끌린 이유는 간단하다. 지구상 가장 위대한 탐정을 넘었다는 도발적인 광고 문구 때문이다. 책 소개를 자세하게 읽었다면 이 소녀가 셜록 홈즈의 여동생이란 설정을 알았을 텐데 이 부분을 놓쳤다. 아마 책 선택 당시 읽었다고 해도 책을 받고는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자주 있는 일이다. 많은 책 정보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기억에 혼란이 생긴다. 약간 비겁한 변명인가. 이런 변명을 쓰는 이유는 소설의 앞부분에 셜록 형제가 나와서 에놀라를 걱정하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열네 살 소녀인 에놀라가 전편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모르지만 나이와 신분을 속인 책 런던에서 살아간다. 라고스틴 박사의 사무소에서 비서 역할을 하면서 방문객을 만난다. 그런데 이번에 찾아온 의뢰자는 그 유명한 왓슨 박사다. 홈즈의 동료인 그가 맞다. 그는 홈즈의 여동생을 찾아달라고 말한다. 홈즈 형제가 걱정하고 있다고. 이 에피소드는 셜록 홈즈와 주인공을 연결시키는 동시에 그녀가 어디에서 변장술 등을 배웠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 열네 살 소녀가 성인들 사이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이런 변장이 필수다. 물론 자신의 나이가 드러나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는 경우도 있다.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과 그 당시 복장과 문화를 기반으로 쓴 소설이다. 이 당시 대기 오염과 빈민 문제와 여성들의 낮은 지위 등이 아주 잘 나온다. 실제로 에놀라가 집을 떠난 것도 이런 문화 때문이다. 자립심 강하게 엄마에게 키워진 그녀를 기숙학교에 보내 보기만 좋은 상류 사회 여성들처럼 보이게 만들려는 시도가 원인이다. 실제 이 당시 여성들은 경제권이 없어 남편 등에 귀속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는 당연히 가정 폭력과 여성 하대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에놀라의 엄마가 집을 떠난 것도 바로 여성 참정권 등을 주장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다. 다만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잘 모를 뿐이다.

 

에놀라가 엄마와 연락을 주고받는 방법은 고전적인 암호 통신이다. 같은 책을 가지고 있으면서 암호문을 신문에 광고하는 방식이다. 이 암호 방식은 암호 책자가 없으면 풀 수 없다. 많은 스파이 소설에서 이런 방식을 이용한 암호 교환이 실제 이루어졌다. 에놀라가 잃은 책을 통해 셜록이 에놀라를 찾기 위한 전문을 보낼 때 중요한 실수 하나가 있었는데 이것은 모녀 사이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작은 에피소드와 장면들이 비교적 간결할 수 있는 왼손잡이 숙녀 실종 사건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든다. 동시에 다음 사건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큰 사건은 레이디 세실리 실종이다. 그녀는 방에서 자다가 사라졌다. 납치된 것이면 돈 등을 요구할 텐데 그 어떤 사후 행동이 없다. 한 남자와의 만남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함께 도망쳤을 텐데 그 남자 주변 어디에도 없다. 장문에 놓인 사다리를 통해 내려갔을 텐데 조력자가 누군지도 모른다. 에놀라는 세실리의 엄마를 만나서 세실리의 방을 조사하고 예상하지 못한 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작가는 이것을 그 당시 문학과 심리학 등과 연결해서 이야기를 만든다. 현대에도 자주 사용하는 설정이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고, 트릭이 엄청나지도 않다. 가볍게 읽으면서 19세기 영국 자본주의와 사회문제 등을 훑어볼 수 있다. 카메오로 등장하는 셜록 홈즈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은 반갑고, 다음 이야기에서는 어떤 역할들을 맡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혹시 다음 이야기에서 왓슨 박사처럼 좋은 조력자가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로 제작될 것이란 소식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과연 현대판 셜록이 카메오로 등장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저런 재밌는 상상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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