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살라에서 보낸 한 철 도시산책 2
임 바유다스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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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 한 번 이상 들은 적이 있는 땅 이름이다. 여행 관련 방송이나 에세이, 혹은 달라이 라마와 관련해서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인도라는 거대한 땅 덩어리를 생각하면 불쑥 튀어나오는 땅 이름들은 언제나 낯설게 들린다. 너무 유명한 몇 곳을 제외하면 특히 그렇다. 그 중 한 곳이 다람살라다. 티베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달라이 라마가 머물고, 티베트 임시 정부가 있는 곳이니. 이런 부가적인 정보들은 이 지역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각양각색이다. 달라이 라마가 머물면서 서양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인도인들도 적지 않게 찾아오는 여행지다. 이로인한 문제가 이 책 속에서 다루어진다.

 

임 바유다스. 낯설다. 본 이름은 임헌갑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역시 낯설다. 이 책이 나오게 된 데는 출판사의 도시산책 시리즈의 연장선 때문이다. 단순히 경유한 여행지이거나 한 달 살기 같은 잠시 머문 여행자의 글이었다면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 텐데 작가는 꽤 오랜 세월 동안 다람살라를 방문하고 머물고 친구를 사귀었다. 낯익은 현지인과 여행객들과 만남을 다루는 장면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부러웠다. 갈 때마다 누군가를 만나고, 그들에게 반가운 환대를 받고, 그들의 삶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여행인가.

 

현지인들에게 작가는 임지로 불린다. (Ji)라는 단어에 선생이란 의미가 있어 성과 합쳐진 것이다. 매년 오다시피 하는 도시이고, 머물면 상당한 시간 동안 있다보니 친구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중 한 명이 밀랍이다. 4형제 중 한 명인데 임지는 이 네 명 모두와 친하다. 이들이 친구를 대하는 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도입부에 나오는 비싼 호텔방을 공짜로 내주겠다는 것이다. 한가한 산중 마을이라도 쉽지 않은데. 작가가 이들 형제들과 만나 술을 마시고, 트레킹을 하고, 축제에 참가하여 보여주는 장면들은 끈끈한 친구 관계를 아주 잘 보여준다. 잊고 있던 외국에 있는 친구가 생각난다.

 

기본적으로 힌두교가 이들의 삶에 박혀 있다. 아니 힌두교와 삻의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다. 이 글들을 보면서 대도시를 여행한 수많은 여행객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원래 이 지역 사람들의 성향이 그런 것인지, 대도시란 공간이 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 것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뉴델리나 뭄바이에서 택시를 탄 여행객들의 황당한 경험들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물론 작가가 친숙한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현지인들만 더 부각시킨 부분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자신이 현지와 많이 동화되어 거의 차이를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다.

 

요기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면 괜히 부럽다. 버리고 수행을 위해 떠날 수 있다는 부분 때문이다. 현재 내가 가진 것과 인연의 사슬로 묶인 것들을 생각하면 이런 행동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국유지에 요기들이 머무는 것을 인정해준다고 할 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론 요기가 아니라면 쫓겨난다. 새롭게 낯익은 곳을 찾아오면 낯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 만남은 또 다른 시각에서 그 도시를 보게 하고, 인식의 폭을 넓혀준다. 작가들과 요기들의 만남에서 이것이 잘 드러난다. 불합리한 현실에 도전한 사람, 그 도전을 통해 더 성장한 사람들 이야기는 사회가 어떤 식으로 조금씩 변화하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읽으면서 긴 여운을 가지게 되는 것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혹시 내가 다람살라를 찾아간다면 이 책을 꼭 손에 들고 가고 싶다. 임지의 친구들을 만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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