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 젊은 괴짜 곤충학자의 유쾌한 자력갱생 인생 구출 대작전
마에노 울드 고타로 지음, 김소연 옮김 / 해나무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학력 과잉의 시대에 메뚜기를 연구하기 위해 한 일본 박사가 아프리카의 모리타니로 떠났다. 이 책은 그가 왜 낯선 그곳에 가게 되었는지, 그곳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 연구 성과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보여준다. 이 과정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아니 전문 연구자라면 겪어야 할 당연한 수순 같지만 현실은 이런 연구보다 다른 쪽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저자도 말했듯이 박사가 된다고 돈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연구 자금을 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거나 든든한 배경이 있어야 한다. 노력을 기울여 단기 연구직을 가진다고 해도 그 기간은 길지 않다. 이 책의 저자도 2년 한정이다.

 

모리타니, 낯선 지명이다. 지도를 보면 아프리카 서북부에 위치해 있다. 일본과 좋은 교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슬람 국가고, 국민소득은 낮다. 마에노가 연구소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연구와 조사를 위해 연구소 차를 타고 나갈 때 현지 운전수를 고용한다. 월급으로 치면 200불 정도다. 그런데 이 운전수가 연구소와 마에노에게서 모두 월급을 받는다. 솔직히 한 달에 200불은 큰 부담이 아니다. 고정적으로 월급이 들어오고, 다른 특별한 지출이 없을 때라면. 마에노는 이 낯선 경제 감각 때문에 조금씩 돈이 세어나간다. 물론 이 때문에 얻게 되는 반사 이익도 상당하다. 운전수 티자니는 그의 전용 운전수로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준다.

 

모리타니는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책에 계속해서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저자가 프랑스어를 공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간단한 몇 개의 단어와 몸짓으로 티자니와 이야기를 한다. 오랜 고용관계는 자신들만의 언어를 만들어낸다. 큰 불편함이 없으니 새로운 언어를 배울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이것은 새로운 관계와 연구에 작은 장애가 된다. 티자니나 통역을 해줄 사람이 없을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그가 외국인이란 사실이 그를 불리한 환경으로 몰고 간다. 우체국에서 소포를 받기 위해 겪었던 일들이 대표적이다. 많은 여행자들 이야기에서 너무 자주 본 것이라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았다.

 

메뚜기 박사의 꿈은 메뚜기가 자신을 먹는 것이다. 이때 먹는다는 것은 식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입은 녹색 옷을 먹는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은 메뚜기 떼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메뚜기들을 보기가 쉽지 않다. 영화나 이야기 속에서 본 것 같은 하늘을 뒤덮는 메뚜기 떼는 없다. 나중에 하늘을 뒤덮는 메뚜기 떼가 나타나지만 영화 정도는 아니다. 이렇게 메뚜기를 연구해서 메뚜기로 인한 피해를 없애고 싶은 한 박사의 노력과 열정은 수많은 장애물을 만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그는 울드라는 이름을 얻고, 현장 연구자로 성장한다. 저자는 이 과정을 결코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풀어내었다.

 

가독성이 좋아 잘 읽힌다. 현지인들과의 조화와 관계, 문화 등이 곳곳에 녹아 있어 새로운 사실도 많이 배운다. 자연이란 환경은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세운 가설을 실험으로 입증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많은 연구자들이 제한된 환경 속에서 연구를 계속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연구를 해서는 차별화도, 특별한 성과도 얻을 수 없다. 바바 소장이 던지는 몇 가지 정보들은 이 자연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마에다의 문제는 메뚜기 떼를 제때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메뚜기를 봐야 연구든 뭐든 할 텐데 말이다.

 

어쩌면 이 에세이는 모리타니 체류기에 취업 경험담일지도 모른다. 그가 모리타니에서 경험한 것은 일반 여행객들이 잘 경험하기 힘든 것이다. 연구 실적을 쌓아 논문을 쓰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메뚜기를 더 잘 아는 것도 있지만 지속적인 연구 생활을 위한 취업 문제도 걸려 있다. 2년 기간이 지난 후 그가 더 연구하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보면 이것이 잘 드러난다. 표지의 이상한 의상과 동작은 부제처럼 자력갱생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파브르를 동경해서 선택한 일이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그 결과가 현재는 어떤 것인지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모르게 그를 상당히 많이 응원했는데 현재 모습은 어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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