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항설백물어 - 상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8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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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가 정말 오랜만에 나왔다. <속 항설백물어>가 2011년에 나온 것을 감안하면 7년 만이다. 이 시간은 이 시리즈에 대한 기억을 많이 희석시켰다. 집 어딘가 둔 전작들을 찾아서 비교하면서 읽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어디에 놓아두었는지도 모르겠다. 읽으면서 반가운 이름을 만났는데 처음에는 분명하지 않았다. 바로 마타이치다. 이 작품에서도 마타이치는 계속 등장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인물은 잇파쿠옹이다. 그의 이름은 모모스케다. 이전 작품과 구성에 차이가 있는 듯한데 저질 기억력은 이 차이를 바로 알아채지 못한다.

 

실제 한 권을 너무 두툼하다는 이유로 두 권으로 나누었다. 개인적으로 분권을 좋아하지 않지만 한 권의 분량이 750여 쪽이라면 들고 다니면서 읽기 쉽지 않다. 이 분권 과정에서 순서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 이런 사소한 것은 뒤로 하고 세 편의 이야기에 집중하자. 각각의 이야기는 메이지유신 이후 시대를 배경으로 벌어진 사건을 다룬다. 이 사건이 담고 있는 의혹이 너무 강해 작은 단서라도 얻고 싶어 찾아가는 인물이 잇파쿠옹이다. 이야기의 문을 여는 겐노신 등은 고서에 실린 고사를 인용하면서 갑론을박한다. 자신들의 경험이나 이성으로 판단할 때 너무나도 불가사의하다. 잇파쿠옹의 폭넓은 지식은 이 의혹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만든다.

 

첫 이야기 <붉은 가오리>는 에비스신의 얼굴이 붉어지면 섬이 멸망한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장난으로 칠한 것이 섬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이야기는 다양한 책에 등장한다. 갑론을박하면서 찾아간 잇파쿠옹은 이 논쟁을 들으면서 40년 전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 마타이치와 함께 다니던 시절의 모모스케로 돌아간다. 도적에게 납치되어 에비스지마 섬까지 가서 경험하는 이야기는 기괴하기 짝이 없다. 전설과 고립된 섬과 법도를 둘러싼 참혹한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작가는 이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의 이면을 또 만들어 넣으면서 중첩적으로 구성한다. 사실 재미는 이 중첩적인 구성에서 발생한다. 비현실적 이야기 속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가 반전처럼 펼쳐진다.

 

<하늘불>은 현실 사건에서 시작하여 과거 이야기로 넘어간 후 현재 사건 해결로 이어진다. 이 세 작품 중에서 이전에 본 소설과 가장 유사한 설정과 전개다. 색욕에 불타는 대관의 아내가 불법 높은 니콘보를 유혹하다 실패한다. 당연히 사실을 왜곡해서 남편에게 알리고, 니콘보는 살해당한다. 이때 저주를 남기고 이것이 실현된다. 이 과정을 모모스케는 지켜보면서 계속 의혹을 품는다. 마타이치가 죽다니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도 반전에 반전을 담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와 반전은 마타이치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주연으로 등장하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다. 물론 이 이야기에서 단서를 얻은 일등순사 겐노신은 실제 사건을 해결한다. 이 또한 재밌다.

 

<상처입은 뱀>은 뱀의 수명과 전설을 둘러싼 이야기다. 물론 실제 이야기는 뒤에 숨겨져 있다. 뱀을 수호신으로 섬기는 쓰카모리 집안의 무덤 위 사당에서 가주가 뱀에 물려죽는다. 독살일까? 밀폐된 상자 속에서 뱀이 70년 동안 살 수 있을까? 쓰카모리 집안의 삼대가 뱀에 물려죽은 것은 지벌일까? 우연의 일치일까? 실제 이 사당을 지을 때 있었던 이야기를 전달하는 잇파쿠옹은 사건 해결의 단서를 제공한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훨씬 어둡고 복잡하고 성실하다. 읽으면서 혹시나 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도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이 단편에서도 마타이치의 정교한 계획은 그대로 적용된다. 뱀을 둘러싼 서늘한 이야기는 상상과 맞물려 기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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