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
오키타 밧카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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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자신의 학창시절을 회고하면서 그린 자전적 만화 에세이다. 보통의 작가들과 달리 작가는 태어나면서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아스퍼거증후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학습장애(LD) 등이 작가가 가진 장애다. 1979년 출생인 그녀가 살던 시절에는 이런 장애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했다. 정보의 부족은 이해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보통의 아이와 다르다는 생각을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했고, 이것이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됐다. 특히 어린 아이에게는 더욱 가혹하다. 집단주의적 성격이 강한 사회일 경우는 더더욱 가혹하다.

 

이런 종류의 장애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신체장애는 눈에 바로 띄는데 정신적 장애는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판별할 수 없다. 이 만화의 주인공 소녀 니트로도 장애가 아닌 유별난 문제아로 인식됐다. 그리고 한국도 80년대는 선생들의 폭력이 넘쳐나고, 권위적이었던 시기였다. 일본도 결코 이에 못지않았다. 니트로의 행동은 선생들에게 이해불가의 영역이었다. 착한 선생은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고, 나쁜 선생은 아이에게 직접 폭력을 행사한다. 그 중에서 최악은 아이의 공포를 이용한 성추행이다. 수많은 학교에서 일어난 성추행 중 일부가 어떤 방식으로 행해졌는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고 본 이 만화는 앞부분이 그렇게 무겁지 않았다. 그녀가 겪은 지옥 같은 2년을 제외한다면 제3자 입장에서 그렇게 심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물론 이것은 그녀의 장애를 모른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보통의 아이처럼 자라기를 바라는 엄마와 선생님의 반응은 늘 봐왔던 것이다. 나도 내 자식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행동을 한다면 이런 반응을 먼저 보일 것이다. 하지만 니트로처럼 계속 행동한다면 이런 행동의 원인을 알고자 인터넷 검색하고, 전문의를 만날 것이다. 안타깝게도 니트로가 살던 시절에는 이런 정보를 구할 수도, 이런 장애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다.

 

동일한 행동의 반복을 고집하고, 타인의 감정에 잘 공감하지 못하는 이 장애는 읽는 동안 니트로를 이해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대상들은 이해불가의 존재다. 권위적이고 위선적인 사람일수록 이 소녀의 존재는 불편하다. 당연하다는 듯이 폭력이 가해진다. 문제는 이 폭력을 부모에게 알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때는 부모도 이런 폭력에 무감각했다. 자신 속에서 이것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어린 소녀가 자살을 생각하며 자살 방법을 찾아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다른 장면들처럼 그렇게 무겁게 그리지 않아 심각하게 보이지 않지만 그때 잘못될 수도 있었다. 선생의 성추행과 폭행에 죽음을 고민하는 소녀의 마음은 이 책 제목 그대로다. 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은 그 감정. 그 떨림. 그 두려움. 그리고 울음.

 

지나간 시절을 그려내면서 많은 무거움을 덜어내었다. 작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그린 에세이고, 그 시기를 잘 이겨낸 듯하여 아주 무거운 이야기가 그렇게 무겁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 마음속은 어떤지 잘 보여준다. 이것만 보아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좋은 선생님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도 한 극단적인 아이의 삶을 통해 잘 보여준다. 읽으면서 참 많이 분노했지만 ‘그런 마음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더 많았다. 학교와 선생들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반응에 대한 후기는 나 자신도 돌아보게 한다. 이 에세이는 한 시점에서 멈추었지만 후기에 의하면 결코 삶의 힘겨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 다음 이야기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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