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히나타 식당
우오노메 산타 지음, 한나리 옮김 / 애니북스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눈시울을 붉게 만드는 만화다. 큰 기대 없이 늦은 밤 우연히 펼쳤다가 단숨에 다 읽었다. 그렇게 두툼하지 않은 분량 속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 단순한 요리 만화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각각의 메뉴 속에 하나의 짧은 에피소드를 정말 잘 녹여 내었다. 일본식 가정요리법까지 담고 있어 음식 만들기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씩 따라해도 될 정도다. 물론 나처럼 먹기만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일본에 여행가서 이런 음식점이 있다면 꼭 한 번 먹어보고 싶다. 맛의 추억과 감성이 달라 작품 속 인물들처럼 감동할 가능성은 낮겠지만 정성 가득한 음식이 주는 맛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에피소드 하나에 메뉴 하나의 구성이다. 카레라이스, 오코노미야키, 샌드위치 등은 예외다. 카레라이스는 일본의 국민 가정식이다. 얼마나 많은 일본 드라마나 만화 등에서 카레라이스가 나왔던가. 이 만화 속에서도 카레라이스는 엄마의 요리다. 아버지와 딸의 추억이 겹치고, 엇갈리고, 합쳐지는 부분이다. 오코노미야키와 샌드위치의 경우는 히나타 식당의 주인 데루코 씨의 개인 가정사와 엮여 있다. 살던 오사카를 떠나 도쿄로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 이후 일어나는 몇 가지 문제들을 같이 다룬다. 부모의 마음, 엄마와 자식의 용기 등이 잘 녹아 있다. 잘못이 오해로 이어지는 과정과 그 잘못을 수용하는 모습은 예상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가족이 함께 하는 식사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장면은 뭉클하다.

 

히나타 식당은 하루 하나의 정식 메뉴만 판매한다. 매일 바뀌는 듯한데 처음 며칠은 손님이 없었다. 아들 간타가 첫 손님처럼 먹는다. 하지만 이 식당에 한 번 찾아온 손님들은 조금씩 단골이 된다. 아이를 데리고 왔다가 그 맛과 정성에 반해 단골이 된 엄마도 있다. 같은 반 친구 엄마와 함께 온 에피소드에서는 맛보다 칼로리와 영양소에 집중한 엄마가 아이가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표정을 처음 발견한다. 영양도 중요하지만 맛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 못한 것이다. 반면에 당근 같은 야채를 먹이기 위한 작은 에피소드도 있다. 맛있는 빵과 함께.

 

이야기 속에 기본적으로 깔린 감성은 엄마가 만든 가정 음식이다. 요리에 자신 없는 한 엄마는 데루코 씨에게 맛있는 된장국 만드는 법을 배운다. 그런데 딸은 엄마의 된장국이 아니라고 운다. 맛 그 너머 있는 추억과 사랑이 더 우선이다. 사실 각 가정은 그 집만의 요리 방법이 있다. 그런데 최근 쿡방이 유행하면서 이것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만능소스가 간편하게 음식을 만드는데 도움을 줄지 모르지만 그 집만의 특색을 사라지게 한다. 물론 이것은 단순히 쿡방만의 문제는 아니다. 공장에서 생산된 된장, 고추장, 간장, 조미료 등을 사서 요리하면서 맛이 비슷해진다. 하지만 이런 재료를 가지고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 히나타 식당을 보면 그것이 보인다.

 

이 만화에서 가장 자주 보게 되는 장면 중 하나가 맛있다는 감탄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늦은 밤 정성을 다해 다음날 정식에 사용할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하는 데루코 씨다.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처음 이 식당에 온 남자 손님이 매일 오고 싶다고 했을 때 데루코 씨는 미안하다고 말한다. 아들 간타가 성인 남자를 두려워한다는 이유다. 이것은 데루코 씨가 어린 아들과 딸을 데리고 도쿄로 도망친 원인인 가정 폭력 때문이다. 이때 말하는 법도 잊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간타는 조금씩 말을 하게 된다. 이 장면들 또한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그리고 스카이트리가 보이는 동네를 보면서 혹시 몇 년 전 스카이트리까지 걸었던 그 길에 있는 식당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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