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사 챈스의 외출
저지 코진스키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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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레스트 검프>나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모두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소설이다. 두 작품은 한 인물이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행동 때문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들의 행동이 역사와 엮이면서 풀려가는 장면들은 사실이 아니지만 그럴싸하게 보인다. 이들은 그냥 그대로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들의 의도를 행동을 오해하고 자신이 생각한대로 해석한다. 이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들이 세계사에 영향을 미친다. 황당하지만 재밌다. 이런 영화나 소설 이전에 비슷한 주제를 다룬 작품이 있었다. 바로 이 소설 <정원사 챈스의 외출>이다.

 

원제는 <Being there>이다. 제목 그대로 챈스는 거기 있었을 뿐이다. 처음에 그는 어느 부자 어르신의 집에서 정원사로 산다. 그러다 이 노인이 죽었다. 변호사들이 와서 유산을 정리하는데 어느 서류에도 그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 그가 세계와 접촉하는 방식은 이전에는 라디오였고, 이제는 TV. 만나는 사람은 가정부와 그 노인 밖에 없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일 때문에 온 잡부들과도 만난 것이 드러나지만 서류상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다. 태어나서 그곳에서 정원사로 일한 그지만 그의 실존을, 관계를 증명해줄 서류가 없다. 이런 그가 집을 떠난다. 그리고 자동차 사고를 당한다.

 

이 우연한 사고가 그를 세상 속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치료를 위해 금융사 회장의 집으로 옮겨지고, 치료와 간호를 받는다. 사실 그는 읽지도 쓰지도 못한다. 세상 일은 TV로밖에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그의 무지와 순수함이 사람들로 하여금 오해하게 만든다. 회장이 그에게 던진 질문을 정원사로써 설명하는데 이것이 그의 마음에 쏙 든다. 이 일로 챈스는 대통령까지 만나게 된다. 이때도 그가 질문에 대해 답하는 것은 정원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자신이 바라는 대답인 것처럼 받아들이며 오해한다. 이 일로 챈스는 세상에 알려진다. 방송에도 나가고, 그의 침묵과 대답에 환호한다. 단지 그는 거기 있을 뿐이데.

 

오해의 시작은 역시 사고 후 그의 이름을 묻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의 일을 설명하는 가드너를 이름 가디너로, 죽은 노인의 옷을 보고 부유한 사업가로, 그가 사실을 말하면 사실 그 자체보다 의미를 더 만들어낸다. 이런 오해의 극치는 러시아 대사와의 만남에서 일어난다. 러시아 우화를 원서로 읽었다는 착각을 하고, 그의 있는 그대로 답변을 우호적으로 해석한다. 대통령이 그를 말하고, 금융회사 이사로 책정될 것이란 소문이 돌자 주시하고 포섭해야 할 대상으로 변한다. 그의 정보가 최대한 필요하다. 이것은 그를 중용하려는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벌어지는 작은 소동은 또 다른 재미다.

 

챈스는 언제나 거기 있다. 그는 사람들의 욕망을 비추는 거울이다. 사람들은 그의 답변에서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는다. 물론 그의 말이 모두의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적은 사람들이 그의 말에 반감을 표한다. 그런데 이 반감도 챈스가 말하고자 한 것을 오해한 것이다. 갑작스럽게 지명도가 올라가면서 그를 유혹하는 남자와 여자가 등장한다. 그는 이런 상황을 실제 경험해본 적이 없다. TV의 수위는 뻔하지 않는가. 이때 벌어지는 해프닝은 그에게 수컷의 본능이 없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실제 존재하나 서류상 존재하지 않고, 그의 존재는 온갖 오해의 온상이 된다. 이 우화 같은 이야기는 재미와 함께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분량도 많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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