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의 기술 - ‘남을 위한 삶’보다 ‘나를 위한 삶’에 몰두하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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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의 인문 에세이다. 나를 위한 삶에 몰두하기란 부제가 보인다. 이것을 위한 하나의 조건으로로 평온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여섯 장으로 구분하고 풀어낸 이야기들은 최근까지 우리 삶에 이래야 한다는 조건이나 전제들을 비판하고 다른 시각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이 과정에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례와 기존 정의들은 우리의 현실을 강하게 짓누르고 있다. 어딘가에서 듣고 본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정의 등은 우리를 알게 모르게 그것을 받아들이게 한다. 그 의미도, 그 의도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말이다.

 

개인적으로 강준만 교수의 책을 좋아한다. 아마 초기 책들이 준 강한 임팩트 때문일 것이다.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상황을 풍성한 자료를 바탕으로 비판한 것들이 나의 시선을 새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그 단계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은 분명한 나의 한계지만 하나의 글이나 언론 등을 다른 면에서 보게 만든 것은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런 인상은 늘 그의 신간이 나오면 관심을 가지게 되고, 나의 시각을 다른 면에서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한다. 이번 책도 마찬가지다. 김난도의 책에 대한 그의 평은 완전히 동의할 수 없지만 시대와 우리를 조금 더 다른 시각에서 보게 만든다.

 

평온한 삶은 정말 어렵다. 가장 먼저 다룬 욜로, 휘게, 소확행, 카르페디엠 등의 용어들은 최근까지 유행한 라이프 스타일들이다. 한참 유행한 뒤에 알게 된 용어들도 있는데 이 용어들의 이면을 파헤친 부분은 개인적으로 아주 신선했다. 행복의 기준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이면을 지적한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노래 가사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낸 방식은 가사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에게 조금 낯선 노래로 다가오지만 아주 대중적인 해석이다. 솔직을 방자한 무례 이야기는 나 자신도 수없이 저지른 잘못 중 하나다. 아마 지금도 알게 모르게 저지를지 모른다. 경계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민감에 대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한다. 우리 사회는 이 부분에 너무 예민하다.

 

거절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의 경우는 어느 정도 한계를 정해놓고 거절한다. 에코의 책에 대한 저자의 기억은 멋모르고 선택한 후 힘겹게 읽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거절을 너무 단호하게 하는 나의 성격을 하룻밤 자면서 생각하는 법으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났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독창성을 강요하는 사회에 사는 힘겨움을 풀어낸 이야기는 절로 공감한다. 산책에 대한 예찬은 공감하지만 현실에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행운을 능력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사기극이라고 말하는데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불평등은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법적 질서의 산물일 뿐이다.” 이 문장은 현실의 구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모든 조직의 기본 모델은 조폭이라고 했는데 군대라고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력한 비판이다.

 

성공강박증과 목표 설정은 우리의 삶에 계속 강요되는 것들이다. 개인적으로 목표도 없고, 성공의 의지도 없는 나에게 작은 만족을 준다. 거대한 목표나 성공이 없지만 일상의 매일 매일 속에 작은 목표와 성공 의지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변화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변화를 주체하는 쪽의 의도와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들의 의지 등을 들여다봐야 한다. 포기와 체념에 대한 글은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나의 성격을 돌아보면서 그것이 작은 집착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콩코드 효과는 현실에서 적용하기 참 어렵다. 용기와 제대로 된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포기하지 않는 게 의지박약이란 지적에 공감한다.

 

이전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수많은 인용과 자료를 이용했다. 어떻게 보면 짜깁기를 하면서 그 사이사이에 자신의 이야기를 편집해 넣었다고 할 수도 있다. 왕성한 글쓰기는 풍부한 자료가 없다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생각하면 독창성에서 그가 주장한 바와 묘하게 겹쳐진다. 이전처럼 이번 책도 가독성이 좋아 잘 읽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 깊이 와 닿는 내용이나 주장이 거의 없다. 조금 밋밋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그의 주장이 낯익은 부분이 많다고 해야 하나? 아직 평온을 가지지 못한 나이기에 나의 삶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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