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로그 - 2018년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우희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8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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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옆에 Love Blog, Love Log란 영어가 붙어 있다. 이 영어가 이 소설 속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를 표현해준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오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읽으면서 의문을 수시로 품게 된다. 꿈과 허구가 뒤섞이고, 현실로 넘어오기도 한다. 이때 벌어지는 일은 한 편의 코미디다. 그렇다고 이 상황이 웃음을 자아내지는 못한다. 코미디 소설의 외피를 가지고 있지만 표현 방식이나 유머 등이 그렇게 세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골적인 아재 개그의 남발이 이런 생각을 더욱 하게 만든다.

 

웃기지 못하는 코미디 작가의 잃어버린 원고를 찾는 과정을 다룬다. 코미디 월간지에서 퇴출 통보를 받은 작가가 회심의 작품으로 생각한 미완성 원고다. 이 원고만 완성하면 퇴출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만 이때까지 그가 보여준 작품들을 생각하면 쉽지 않다. 편집장이자 사장이 그의 원고를 보고 말하는 장면은 수준 높은(?) 아재 개그의 향연이다. 작가 역시 현실에서 이 아재 개그와 개드립을 남발한다. 이런 작가가 과연 재밌고 웃기는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말과 글은 다른 영역이다. 물론 편집장과 담당 편집자가 보여준 반응을 보면 그 가능성은 아주 낮다.

 

읽으면서 하성란의 평가에 동의하게 된다. B급 영화의 장면들이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결코 나를 웃기지 못했고, 지루하기만 했던 그 영화들 말이다. B급 감성이란 표현을 사용하는데 왠지 이 감성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겠다. 내가 세련된 코미디에 좋아한다는 말이 아니라 나의 취향에 너무 벗어난 탓이다. 그가 원고를 분실한 후 파출소에 가서 신고한 후 일어나는 일들은 또 다른 코미디이자 현실에 대한 풍자다. 결코 일반적인(논란의 문제가 있는 표현이지만) 등장인물이 나오지 않는 이 소설에서 그들은 한 장면의 코미디를 위해 연기한다.

 

소설 속에 이 화자의 작품 중 일부가 나온다. 대중적으로 결코 환대받을 수 없는 작품이다. 대중적이지 못하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좋아할 수 있다. 그에게 팬레터를 보내는 독자가 있을 정도니까. 이 설정은 나중에 하나의 반전 장치가 된다. 선입견에 휘둘린 사람들이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잘 보여준다. 화자가 단서를 찾아 돌아다니는 공간은 인터넷이다. 원고를 잃어버린 커피숍 커피공화국을 검색하고, 이 연관 검색어를 통해 용의자에게 다가간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의 과거를 쫓는다. 그곳에는 한 여자가 있다. Love Blog는 이것과 연관성이 있다. Love Log가 시작된다.

 

아재 개그가 난립하는 와중에 정제된 문장과 현학적인 용어들이 3류 코미디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준다. 반복되지만 결코 같지 않은 상황들은 한 편의 부조리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느 순간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구분하게 되고, 이 아재 개그와 코미디에 적응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운명적인 만남으로 착각한 상황은 순간적으로 폭소를 터트리게 만들었다. 이런 장면이 내 취향인 것일까? 아니면 작가의 한 방인 것일까? 다층적으로 쌓아올린 구조들은 말장난이란 뼈대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이 부분은 결코 적응할 수 없지만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개인적으로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코미디 소설이 아니다. 한두 권 더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지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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