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이브스 1 - 달 하나의 시대
닐 스티븐슨 지음, 성귀수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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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닐 스티븐슨의 하드SF소설이다. 개인적으로 그의 <스노크래시>를 아주 재밌게 읽었기에 다른 sf도 열심히 찾은 적이 있다. 몇 권으로 이루어진 그의 소설은 나의 취향을 언제나 왔다갔다했다. 기대한 바를 충족하거나 이해하는 부분이 많으면 재밌고, 그 이상이면 읽는데 힘겨웠다. 사실 이 소설은 후자에 가깝다. 사고실험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들이 현재의 과학과 어디까지 이어져 있고, 어디가 상상력의 경계인지 잘 모르기에 더욱 그렇다. 나의 짧은 물리학과 천문학 지식은 가장 기본적인 설정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달이 폭발했다란 문장으로 시작하는데 이 문장을 읽고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달의 인력 정도가 전부였다. 지구의 중력에 의해 폭발한 달이 바로 지구로 내려오면서 생기는 대재앙을 먼저 떠올렸는데 작가는 폭발한 달이 중력을 어느 정도 유지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 중력이 깨어진 달의 파편들의 충돌로 이어지고, 이것이 가속화되면서 먼지처럼 지구 주변을 뒤덮는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깨어진 파편들 중 일부가 지구로 떨어지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아주 간결하게 말해준다. 인도양에 유조선 크기의 운석이 떨어져 4만 명이 해일 등으로 죽었다는 표현처럼.

 

70억 인류가 달의 폭발 여파로 죽게 된다는 것과 함께 2년이란 유예기간이 설정된다. 이 소설은 바로 이 2년 동안 인류가 어떤 준비를 하는지 보여주고, 지구가 달의 영향에서 벗어난 5천 년 후의 세계를 보여준다. 아직 1권만 읽은 상태라 어떤 이야기가 더 나올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읽은 부분만 놓고 보면 너무나도 이성적이다. 물론 사회의 작은 부분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이 없지는 않겠지만 전체 지구의 인구를 생각하면 작은 부분일 것이다. 작가는 이런 미시적인 부분은 생략하고 아주 과학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사실 이 부분이 쉽게 읽는 것을 방해한다.

 

하드sf소설은 과학과 기술적인 설명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느냐에 따라 재미가 달라지는데 1권만 읽은 지금은 그것을 충분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달이 하나였던 시기가 지나가고, 생존을 위해 인류가 우주로 급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설정이 나의 과학지식 한계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끈다. 얼마 전 읽은 <스페이스 보이>가 중력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 것을 감안하면 이 부분도 살짝 건드리고 지나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책 후반부에 지구의 중력을 만들어내는 장면이 살짝 나오는데 이 부분의 설명이 없는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중력과 인력은 자연법칙이다. 폭발한 달은 인력에 의해 충돌하고, 그 깨어진 파편들은 다시 충돌한다. 중력은 이 깨어진 운석들을 지구로 끌어당긴다. 작가가 이름 붙인 하드레인이 수천 년 동안 일어날 수 있다. 작가의 설정에 의하면 5천 년 정도다. 이 하드레인의 시작을 달이 폭발한 2년 후라고 설정했다. 이 기간 동안 인류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대기권 밖으로 보내야 한다. 단순히 보내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하드레인이 끝나는 날까지 생존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산소가 없으니 당연히 만들어야 하고, 먹을 것도 같이 재배해야 한다. 그리고 우주로부터 올 다른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결코 쉽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설정이다. 하지만 이 가정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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