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믿지 않는 마술사 안톤 씨
라르스 바사 요한손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마법과 마술은 서로 다른 영역이다. 마법이 판타지의 영역이라면 마술은 과학의 영역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마법과 마술이 같이 나온다. 현실과 판타지를 엮었는데 이 설정은 한 인물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을 뒤돌아보게 만든다. 여기서 한 인물은 당연히 마술사 안톤 씨다. 그는 괴팍하고 독선적이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인물이다. 작가는 이 안톤이 겪는 기이한 경험과 그의 과거를 교차하면서 아주 조금씩 변하는 그를 보여준다. 그리고 왜 그가 이렇게 변하게 되었는지, 그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마술사 안톤은 마술에 능력이 있다. 하지만 이 능력을 발전시키고, 새롭게 만들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그는 주로 양로원 등을 돌면서 마술을 펼치는데 레퍼토리의 변화가 거의 없다. 고집스럽고 괴팍하게 변하면서 공연 장소의 직원들과 사소한 다툼이 늘 일어난다. 그가 행사를 간 날은 그의 생일이다. 그의 주변에는 생일을 축하해 줄 친구가 한 명도 없다. 공연 마지막에 생일 축하곡을 넣는 무리한 일을 벌이고, 남은 일정이 취소되거나 다른 사람에게 빼앗겼다는 소식을 듣는다. 호텔 직원과의 다툼이 벌어지고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다 길에 떨어진 소파와 부딪힌다. 이때부터 사건이 벌어진다.

 

숲속에서 차가 고장나면 집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숲속으로 들어가는데 이상한 경고 표시들이 놓여 있다. 그러다 한 소녀를 만난다. 소녀는 꽃을 꺾어달라고 부탁하지만 안톤은 단숨에 거절한다. 힘들게 노부부가 사는 집에 간다. 이 노부부는 안톤이 꽃을 꺾어달라는 소녀를 만났는지 묻는다. 요정의 저주 때문이다. 그것은 끊임없는 불운에 시달리다 결국 목숨을 잃게 되는 죽음의 저주다. 전화로 견인과 수리를 맡기고, 이 저주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롤케익을 준다. 한 손에 들기 힘들 정도로 커다. 맛있지만 불편하다는 이유로 버린다. 저주가 시작된다.

 

이 저주는 기본적으로 그의 불친절하고 독선적인 성격에서 비롯했다. 휴게소에서 음식 주문을 할 때도 까탈스럽다. 안되는 주문을 계속 강요한다. 이런 불화는 결국 감정의 폭발로 이어진다. 그러다 실수로 땅콩을 계산하지 않고 나오다가 잡힌다. 단순 실수지만 점원이 볼 때 도적질이다. 이때 한 청년이 물건을 들고 달아난다. 그의 차에 탄 후 달리라고 한다. 여점원이 나와 야구 방망이로 창을 때린다. 청년이 말한대로 가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또 사고가 난다. 불운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결국 노부부에게 연락을 해서 도움을 요청한다. 이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3가지 미션을 성공해야 한다.

 

티베벤 숲은 예전에 마녀들이 살던 곳이다. 이제는 마법을 잃어버렸지만 그들이 무리지어 이 숲속에 살고 있다. 처음 만난 노부부도 마녀의 후손이다. 세 가지 미션을 해결하기 위한 길잡이 역할을 이들이 한다. 까칠하고 독선적인 안톤은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요정의 저주를 믿게 된다. 하지만 아직 그가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 이 시간 속에서 안톤의 과거가 하나씩 나타난다. 어떻게 마술을 배우게 되었는지, 성공한 친구 세바스티안과의 추억 등도 같이. 그리고 이 과거는 그의 뒤틀리고 꼬이고 아픈 삶을 하나씩 밖으로 드러내게 한다.

 

삶을 치유하는 방법은 결코 쉽지 않다. 자기만의 삶 속에 빠진 사람은 더욱 그렇다. 작은 친절이 때로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그 노력의 결과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이 소설은 잘 보여준다. 안톤이 소녀의 부탁을 받아주었다고 해도(물론 결단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지만) 다른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불운이 이어지고, 초현실의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면 어떨까?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탓으로 무작정 돌릴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돌아볼 것이다. 안톤은 다행히 후자다. 자신의 과거를 직시할 수 있게 되었고, 현재를 인정할 수 있었다. 이 과정들을 작가는 유머와 위트를 섞어가면서 멋지게 끌고 간다. 또 한 명의 재밌는 스웨덴 작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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