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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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은’ 시리즈 3번째 작품이다. 첫 작품은 읽었고, 두 번째 작품 <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는 아직 읽지 않았다. 한 작품을 건너뛰었지만 이 작품의 재미를 누리는 데는 아무 지장 없다. 오히려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두 번째 작품에 대한 관심이 더 생겼다. 첫 작품의 만족도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이 작품은 나로 하여금 정신없이 읽게 만들었다. 스스로 신이라고 부르는 아벨과 평범한 심리 치료사 야콥 야코비의 행동들이 언제나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바꾸기 때문이다.

 

시작은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야콥이 강도를 당하면서다. 이 모습을 본 노숙인은 음모론을 강하게 말한다. 그날 만나기로 한 전처 엘렌이 준 시계는 그의 예상을 벗어난 고가의 제품이다. 이 일련의 사건들 속에 그는 낯선 한 인물을 본다. 바로 전작에서 스스로 신이라고 말한 아벨 바우만이다. 야콥은 아벨이 묻히는 것을 직접 봤다. 그런 인물을 두 번이나 본 것이다. 단순한 환상이라고 하기에는 두 번의 경험은 너무 강하다. 전작에서도 알고 있었지만 아벨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이번에는 부활한 설정으로 나온다. 그리고 야콥에게 자신의 메시아가 되어 달라고 요청한다.

 

예수와 같은 인물이 되길 바라는 신과 달리 야콥은 그냥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이다. 한 사람이 두들겨 맞고 있는데 말로 이 난관을 헤쳐나가는데 이것을 본 한 여자가 다가온다. 아주 예쁜 그녀는 그의 마음을 흔들고, 자신들의 채식주의자 모임에 와달라고 요청한다. 야니카와의 만남은 그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끌고, 그의 삶에 모험을 던져준다. 처음에는 대농장의 닭 여섯 마리를 풀어주는 것이었지만 나중에는 실험 대상인 원숭이를 구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 아벨이 메시아의 사도로 세 사람을 데리고 온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은 야콥의 물건을 훔친 2인조와 노숙인이다. 갈 곳이 없는 이들은 모두 야콥의 집에서 살게 된다.

 

아벨은 새로운 십계명을 만들겠다고 말하고, 예수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고통을 받았는지 말한다. 이 모든 것들은 야콥이 원하는 일이 아니다. 오래 전 계획한 휴가를 가려고 한다. 그런데 이 아벨이란 인물이 그의 휴가 여행을 가로챈다. 동물보호단체의 질비아와 함께 떠난다. 아니 이런 무책임하고 자기 이익에 밝은 신이 있나. 자칭 신이 휴가를 떠나고, 남은 메시아 후보와 그 사도는 이웃을 방문한다. 이 방문을 통해 그들 주변에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삶의 희망이 사라진 이웃을 발견한다. 야콥이 아이들에게 선의로 내민 돈을 어떤 대가성으로 판단하는 장면은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이 작은 일은 야콥의 선한 의지를 일깨운다.

 

현실에서 선행은 돈이 필요하다. 육체적 활동만으로 현대인을 만족시킬 수 없다. 불우한 가정환경과 미래가 없는 삶에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역시 돈이다. 다음에 생기는 큰 에피소드도 바로 이 돈 때문에 일어난다. 현대는 착한 마음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적다. 나중에 아벨이 십계명도 너무 많다고 말하면서 하나만을 강조한다. ‘무관심하지 말자.’ 우리와 주변과 관계와 사물에 대한 관심을 말한다. 이것은 작가가 현대인들의 삶에서 찾아낸 하나의 계명이다. 관심이 너무 많으면 오지랖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무관심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사회의 부작용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관심일지도 모른다.

 

아벨의 보여주는 능력이 다른 사람들이 볼 때 확연한 기적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없다. 이민자를 도와주려고 한 야콥이 깡패에게 당하는 장면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기적은 우리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가능하고, 영화 속 초능력처럼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중요한 하나의 전제를 다시 한 번 말한다. 신은 사람들의 믿음으로 그 힘을 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벨이 가끔 보여주는 몇 가지 능력이 그가 신일 수도 있다고 믿게 만들지만 이 모든 상황과 난관을 돌파하면서 우리 사회를 비춰주는 인물은 평범한 심리치료사 야콥이다. 다음 편도 나온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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