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뉴스
안형준 지음 / 새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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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들이 기레기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다. 교과서에서 봤던 언론의 모습이 사라진 것은 수십 년이 되었지만 진실을 지키기 위한 기자들의 노력은 면면히 이어져 왔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언론은 엄청난 퇴보를 했다. 늘 이런 현상의 선두에는 권력의 시녀가 된 그 무리의 일부가 있다. 이런 현상이 비단 기자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예전 보았던 언론인을 생각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대담함과 끈질김과 뒤끝 있는 실행력은 오히려 이전 군사독재 시절을 능가한다. 이 소설은 그 시대를 겪은 기자들 삶의 일부를 빠르게 진행한다.

 

딥뉴스는 하나의 사건을 추적 보도하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 이름이다.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부정부패를 찾아내 집중 취재한 후 보도한다. 화려한 보도 이력은 그 프로그램이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지 알려준다. 원양어선에서 받은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이 전화가 의미하는 바가 밝혀지는 것은 거의 끝 무렵이다. 그리고 파랑새라고 불리는 유흥업소로 장면이 바뀐다. 속칭 텐프로 룸살롱이다. 한 여기자가 위장취업해서 탈세한 부유층의 비리를 파헤친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정보를 얻고, 이것이 나중에 하나의 큰 줄기로 바뀐다. 바로 대권유력후보인 조경혜 의원의 비밀 출산설이다. 출판사는 은연중에 조윤선, 나경원, 박근혜 이 세 사람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고 알린다.

 

시사 고발 방송이 승승장구할 때 무엇이 방송될지 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정보다. 내부자가 흘리지 않는다면 알 수 없지만 어디에나 권력지향의 인물이 한 명씩 있다. 그리고 이 정보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인물들은 그 대상의 수족이 된다. 아직 방송국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이라면 이런 시도가 어느 정도 막아지겠지만 독립성은 언제나 멀고 먼 일이다. 이들이 파고드는 소재가 현실과 더 밀착되고, 권력과 가까워질수록 반대쪽의 저항은 더 강하다. 결국 딥뉴스의 폐지가 결정되고, 그 프로그램에 소속되었던 기자들과 방송작가들은 흩어진다. 하지만 투철한 기자의식을 가진 이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앞부분이 딥뉴스의 성공을 다루면서 방송국 내부 권력 변화를 다루었다면 후반부는 한 정치인의 숨겨진 과거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바로 조경혜의 비밀출산이다. 개인사로 치부할 수 있는데 유력 정치인이다보니 문제가 된다. 흔히 말하는 검증이다. 여기에 최고위층의 비밀 쇼핑과 외환거래법 위반과 로비 등이 엮이면서 단순한 기사의 수준을 넘어선다. 후반부에 이것을 파헤치는 과정은 한 편의 멋진 스릴러 영화처럼 이어지는데 어떻게 보면 너무 쉽게 이루어진다. 정해진 수순을 따라 그대로 흘러간다고 해야 할까. 누군가의 말처럼 우주의 기운이 이들을 돕는 것처럼 보인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이 시사 고발 이야기 속에 로맨스가 빠질 수 없다. 사내커플로 썸을 타는 두 기자가 나온다. 이세진과 김다혜다. 이들의 썸은 왠지 80년대 로맨스처럼 다가온다. 눈치를 보고, 감정을 알아채고, 관계의 거리를 어느 정도 유지하려는 모습이 요즘과 조금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쉽게 사귀고 헤어지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지만 왠지 현실성이 없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반면에 해직방송기자의 삶을 다루고, 고뇌를 보여주고, 현실의 참담함을 드러낼 때 조금 더 깊이 들어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탈한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어떤 이유와 변명이 있었는지 등도.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들을 많이 넣으려다보니 전체적으로 균형이 무너진 느낌이다. 재밌고, 빠르게 읽히지만 조직과 개인의 고뇌와 문제가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다. 이것은 각 인물을 평면적으로 밖에 드러낼 수 없는 한계가 된다. 읽으면서 누군가에게 몰입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간결하고 빠른 전개와 사실을 많이 다루려고 한 부분은 지난 시간 동안 한 방송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통해 어떻게 언론이 망가지게 되었는지 잘 보여준다. MBC의 숨겨진 이야기나 권력의 방송국 장악에 관심이 있다면 재밌는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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