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 무라카미 하루키 최초의 연작소설,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유곤 옮김 / 문학사상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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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 문제인가? 혹시 심각한 문제는 아닐까? 


 이 책은 이번이 세 번째 독서다. 당연히 좋기 했지만 아주 좋지는 않았다. 그저 좋았다 정도? 예전에 쓴 리뷰를 찾아봤다. 2016년에 이 책을 두 번째 읽었었다. 그리고 별 5개를 주고 아주 많이 좋아했었다. 힐링하고 위안을 얻고 생에 대한 굳센 의지가 생겼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시 읽을 날을 고대했다. 


 이번에 이 책을 읽기 전 기대했다. 굉장히 좋아하는 책이었다. 그런데 예전만큼의 감흥이 없었다. 내가 변한 걸까? 일시적인걸까? 그렇지 않다면?


 요즘 하루키의 책 뿐 아니라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예전만큼 좋지 않다. 예전에 별 5개를 주면서 인생책이라고 생각했던 책들도 다시 읽으면 별 4개에서 4.5개를 주고 싶은 정도이다. 처음만큼의 감흥이 없다. 당연한 건가? 첫인상이 강렬하고 다시 읽으면 감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일까? 


 재독 뿐만이 아니다. 요즘은 책이 전반적으로 예전만큼 재밌지 않다. 예전에는 별점이 후했다. 5점도 많이 줬다. 그만큼 재밌게 읽기도 했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 늙은 걸까? 눈이 높아진 걸까? 익숙해진 걸까? 독서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따르나? 예전에는 신기했던 내용들이 많았다. 새로운 내용이 많았다. 아는 게 많아질 수록 그런 자극이 줄어든다. 유튜브로 인해 뇌가 변한 걸까? 더이상 책으로는 쾌락이 충족이 안되는 걸까?


 아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호기심이 사라지고 진부해지듯이 나도 그렇게 된걸까?? 모든 면에서 에너지가 줄어든 걸까? 감동할 에너지, 기뻐할 에너지, 좋아할 에너지도 사그라진걸까?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속 주인공은 아무도 없는 야구장에서 홀로 춤을 춘다.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인다. 


 나도 아직 발을 멈춰서는 안된다. 음악이 계속되는 한 몸을 움직여야 한다. 음악에 맞춰, 리듬에 맞춰 춤을 춰야 한다. 


 운동을 매일 하자. 매일 책을 읽자. 건강한 생활을 하자. 몸은 신전이다. 신전을 잘 관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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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민 선수를 키운 아버님 손웅정님의 글. 그저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나왔다. 존경스러운 분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표적지나 상장 같은 사물이 아니다. 핵심은 내가 최선을 다했고 그와 더불어 해야 할 일을 행복하게 잘 마쳤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 일에 얼마나 성실히 임했는가.' 중요한 것은 본질이 무엇이냐를 아는 데 있다.

 나는 집 안에서도 잡동사니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꼭 있어야 할 것이 제자리에 있는 것이 우리 집의 풍경이다. 잡다한 것들로 채워지는 순간 선택할 것이 많아져 우왕좌왕 시간과 열정을 허투루 쓸 확률도 높아진다. -p31 


 정리정돈. 항상 귀찮아 했는데 앞으로는 습관이 되도록해야겠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대청소하고, 항시 버릴 거 버리고 정리정돈 잘하자! 


 

 모든 경쟁은 결국 자기 자신을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에 달렸다. 나 자신을 극복하는 일은 다른 사람을 제압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값지고 훌륭하다. -p39 


 100% 공감.



 손흥민의 최고의 날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앞으로 다가올 날' 이라고 답하고 싶다. 

 항상 낮은 자세로, 항상 발전하는 

 그런 날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p43  


  좌우명으로 삼아도 부족하지 않을 말씀이다. 항상 발전하는 삶을 살자.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이리저리 함부로 걷지 마라.

 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이들의 이정표가 될지 모르니.'

 서산대사의 설야 글귀를 가슴팍에 새기며 살고 있다. -p48


 남들에게 혹은 자식들에게 귀감이 되기 위해 함부로 살면 안된다. 습관이 되면 안된다. 



 의지할 곳 없이 혈혈단신이었지만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일관성과 의리가 삶의 중요한 가치였고 타협은 없었다. 그렇게 버티다 보면 아주 작은 바늘구멍 같은 희망이 보이기도 했다. -p72   


 손웅정씨는 어려서부터 남달랐다. 불의를 보면 타협할 줄 몰랐다. 얻어 터지고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도 결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진짜 대장부 중의 대장부다. 의리는 또 어떠한가. 이런 사람이 그래도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 그래도 축구 실력이 있어서 감독들의 눈에 띄어 발탁되었다.


 

 어려서부터 몸에 나쁜 건 먹지도 않고 

 몸에 나쁜 일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축구를 위해 내 몸을 최적화하는 것이

 그때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뿐이었다. 본질에 집중하는 것. -p82 


 초일류들은 자기관리도 뛰어나다. 



 그렇게 6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훈련, 오후 훈련, 밤 훈련을 하며 살았다. -p90 


 그는 남들처럼 살지 않았다. 남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미친놈 소리를 들으며 6년간 매일 따로 개인 훈련을 했다. 하루 세 번, 새벽, 오후, 밤. 중고등학생이 스스로 혼자서 한 일이었다. 지도자도 없이. 함께 하는 이도 없이.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중고등학생 시절, 혼자 새벽에 일어나 훈련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잠자리에서 몸은 일으켰는데 너무나 졸려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너, 지금 흘러가는 이 시간, 네 인생에서 다시는 안 와." 

 그러면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p93

 

 


  '행복'을 생각하면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 번 돈을 그대로 다쓴다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행복과 성장' 이다. 내 안에서 생각의 균형을 잡는 키워드였다. -p192


 

 책에서 좋았던 구절들을 반복해서 읽고 적어야겠다. 머리가 나빠서 항상 잊어 버린다. 반복해서 읽고 익혀야겠다. 독서노트가 필요하다. 



 성공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말라.

 그것이 곧 안주하는 거다.

 그렇게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성공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내 성장을 생각해라. -p159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는 것, 하루하루 자기 삶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성공이지, 그 결과로서 주어지는 것이 성공이 아니다. 내가 지금 상황이 좋다고 오만하면 인생을 망친다. -p159




 자신이 선택해서 자기 의지를 발휘하여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살지 않으면 자신을 잃게 된다.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공이라는 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뛰어난 축구선수가 되는 게 전부가 아니라

 주도적인 삶을 이끄는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거기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p197 

  


 몇 가지 노력하는 부분들이 있다. 

 첫째, 매일 운동한다. 

 둘째, 매일 책을 읽는다. 

 셋째, 내 몸과 마음을 깨끗이 정돈하고 살핀다. -p275  

 

 한 때는 정말 매일 책을 읽었는데, 요즘은 안 읽는 날도 꽤 많다. 운동도 주말에는 잘 안하게 된다. 더 노력하자. 



 배울 점이 너무 많았던 분이다. 이 책은 꼭 다시 읽자! 교훈을 잊지 말고 새기자. 독서노트에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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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2-28 0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스승 밑에 좋은 제자가 태어난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고양이라디오 2024-02-28 11:25   좋아요 0 | URL
네, 손웅정씨가 없었으면 절대 손흥민 선수도 없었을 거 같습니다.

호시우행 2024-02-28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훌륭한 아버지의 엄격한 훈육이 지금의 손흥민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같네요.

고양이라디오 2024-02-28 17:50   좋아요 0 | URL
네. 실력 뿐 아니라 인성과 삶의 철학까지 교육한 점이 정말 최고의 아버지, 교육자시더라고요.
 















 아마도 이번이 세 번째 읽은 거 같다. 처음 읽었을 때만큼 감흥은 없었지만 그래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 고베 지진을 배경으로 한 6편의 연작소설. 




# <다리미가 있는 풍경>

















 <다리미가 있는 풍경>이란 단편에서 잭 런던의 <모닥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읽어보고 싶은데 ebook으로 <모닥불을 지피다>라는 단편만 판매하는 거 같다. 



















 좀 더 검색해보니 <야성의 부름>이란 책에 <야성의 부름>과 <불을 지피다>라는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불을 지피다>는 잭 런던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소설로 꼽힌다고 한다. 꼭 읽어보고 싶다. 읽어보고 싶은 책이 많다. 



 미야케 씨는 곰곰이 생각했다. "불이라는 건 말이야, 그 형태가 자유롭지. 자유롭기 때문에 보고 있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무엇으로든지 보이거든. 준코가 불을 보고서 평화로워진다면, 그건 준코 속에 있는 평화로운 마음이 거기에 비치기 때문이야. 그런 걸 이해할 수 있겠어?" -p064


 "할 수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어. 하지만 대개는 할 수 있지. 마음만 담아서 한다면, 대개는 할 수 있어." -p064

 

 

 <다리미가 있는 풍경>은 좀 어려운 작품이다. 책을 읽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그런 소설이다. 



#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가슴속에 있는 상념을 상대방의 손에 전달하려고 했다. 우리의 마음은 돌이 아닙니다. 돌은 언젠가 무너져내릴지 모릅니다. 모습과 형태를 잃어버릴지 모릅니다. 그러나 마음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형태가 없는 것을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어디까지고 서로 전할 수 있는 겁니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을 추는 겁니다. -p112


 


# <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


 개구리 군은 고개를 끄떡였다. "이것은 책임과 명예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나와 가타기리 씨는 지하에 잠입하여 지렁이 군과 맞설 수밖에 없는 겁니다. 만의 하나 싸움에 져서 목숨을 잃어도 누구도 동정해주지 않습니다. 만일 성공적으로 지렁이 군을 퇴치할 수 있다 해도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아요. 발밑 저 아래쪽에서 그런 싸움이 있다는 것조차 사람들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걸 아는 사람은 오직 나와 가타기리 씨뿐이에요. 어떻게 되든 고독한 싸움입니다." -p169


 하지만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간파한 것처럼, 우리의 인생은 이기는 방법보다 그 패배하는 방법에 따라 최종적인 가치가 정해지는 것입니다.  -p179 


 단편집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를 좋아했다. 별점 다섯개를 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작품, 가장 인상깊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 였다. 아마 이번이 3번째로 이 단편집을 읽는 거 같다. 처음과 같은 감흥은 없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무엇이 변한 건지 모르겠지만.


 

 # <벌꿀 파이>


 아마도 네겐 너 나름대로의 까다로운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 거야.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내 눈엔 바지를 입은 채 팬티를 벗으려 하는 것으로밖엔 보이지 않는단 말이야." -p219

 

 무척 재밌는 표현이라 적어 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설을 쓰자, 하고 준페이는 생각한다. 날이 새어 주위가 밝아지고, 그 빛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꼭 껴안고, 누군가를 꿈꾸며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소설을. 하지만 지금은 우선 여기에 있으면서 두 여자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상대가 누구든, 영문 모를 상자 속에 넣어지게 해선 안 된다. 설사 하늘이 무너져내린다고 해도, 대지가 소리를 내며 갈라진다고 해도. -p236


 아마도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구절일 것이다. 하루키의 다짐이기도 할 것이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처음 읽었을 때보다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푹 빠져서 재밌게 읽었다. 몇몇 작품들은 장편소설화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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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02-28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댓글 창에 쓰다가 뭔지 급한 일이 있어 닫았네요.
다시 읽으면 더 좋은 책도 있고, 그때 왜 그렇게 좋았는지 잘 모르겠는 책도 있어요^^

고양이라디오 2024-03-04 13:38   좋아요 1 | URL
요즘 제가 좀 문제인 거 같아요ㅠ 심지어 예전보다 식욕이나 음식 맛도 덜해요ㅠㅋ

일단 몸 컨디션, 건강부터 끌어올려야겠습니다!

그레이스 2024-03-04 14:37   좋아요 1 | URL
건강이 제일입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문유석 작가의 에세이는 다 읽었다. 소설, 드라마 대본도 쓰셨는데 궁금하긴 하다. 나중에 기회되면 읽어봐야겠다. 헌법의 사고방식, 가치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교양서였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복지국가인 노르웨이의 경우는 어떨까. 2011년 7월 청소년 캠프에서 무차별 총기난사 테러를 감행하여 무려 77명을 살해한 자에게 선고된 형량은 징역 21년이었다. -p142


 궁금해서 네이버에 검색을 해봤다. 검색된 기사들을 보다 이건 뭐가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77명을 살해했는데 최고 형량 21년? 21년 후면 사회로 나온다는 이야기인가? 좀 더 찾아보니 5년에 한 번씩 형기 연장을 무한정으로 결정 할 수 있고, 반인륜 범죄 행위가 적용되면 직영 30년까지도 선고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또 하나 문제는 그가 수용되어 있는 교도소 시설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방3개, 샤워시설 2개, TV, 게임기, 책, 신문, 컴퓨터 등이 지급된다고 한다. 직접 음식을 조리하거나 빨래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는 독방 생활을 하다가 독방이 인권 침해적이라는 이유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서 승소했다. 


 이게 말이 되나 싶다. 77명을 살해하고 안락한 교도소에서 TV보고 게임하고 책보고 컴퓨터하고. 모르겠다. 어리둥절하다.



 새로운 범죄가 끝없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고 미제 사건을 안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의도 한정된 자원인 것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범죄의 중대성에 따라 일정 기준을 정하고 그 시기가 지나면 안타깝지만 사건을 종결시킬 수 밖에 없다. -p148 


 이해는 가지만 납득은 되지 않는다. 굳이 사건을 종결시킬 필요까지 있을까? 언제 어떻게 증거가 발견될지 모른다. 일본의 경우 2010년에 공소시효를 전면 폐지했다고 한다. 영국 역시 살인죄 등 중범죄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다. 찾아보니 우리나라도 2015년에 태완이법이 통과되어 법정 최고형인 사형에 해당하는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었다고 한다. 이게 맞지.



 요약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헌법질서에 내재한 '인본주의' 와 '공리주의'는 형벌에 대해 '필요 최소한'의 관점으로 접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이 인간 사이에 필요한 '최소한의 선의' 라면 형벌은 사회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악의' 인 것이다. -p150 


 


 













 하버드대 심리학자 조슈아 그린의 <옳고 그름> 읽어보고 싶은데 품절이다. 중고 가격이 사악하게 비싸다. 이북이 있는데 이북으로라도 읽어야 하나. 다행히 도서관에 있다! 빌려봐야지!



 응보는 단순히 국민 감정에 휘둘리는 사법 포퓰리즘이 아니다. 오히려 사법이 해야 할 본질적인 기능일 수 있다. 

 법은 인간 위에 군림하는 신탁이 아니다. 법은 인간을 위한 도구다. 법은 인간사회의 평화와 질서 유지를 위해 기능해야 한다. (중략) 대중의 무지를 탓하기 전에 법조 엘리트들이 먼저 인간에 대한 스스로의 무지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p159

 


 















 존 롤스의 <정의론> 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클 샌델의 스승이다. 워낙 유명한 명저라 책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782p에 달하는 걸 보니 부담이 된다. 그래도 한 번 도전은 해보고 싶다. 



 자유가 사회를 견인하되, 그 속도가 누군가를 낙오시켜 쓰러지게 만들지 않도록 평등이 제어하는 것. 무조건 달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면 잠시 멈출 줄도 아는 것. 어쩌면 그 망설임의 순간이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어려운 질문에 대한 하나의답일지도 모르겠다. -p205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소개하며 글을 맺으려 한다. 공존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들>에서 주인공 '선'은 다섯 살 남동생 '윤'이 밤낮 친구 연오에게 맞으면서도 또 언제 싸웠냐는듯 다시 같이 노는 꼴을 보니 열불이 난다. 그래서 채근한다.


 선: 야, 이윤, 너 바보야? 그리고 같이 놀면 어떡해?

 윤: 그럼 어떡해?

 선: 다시 때렸어야지.

 윤: 또?

 선: 그래, 걔가 다시 때렸다며. 또 때렸어야지.

 윤: 음...... 그럼 언제 놀아?

 선: 어?

 윤: 연오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연오가 또 때리고, 그럼 언제 놀아? 나 그냥 놀고 싶은데.


 천진난만한 다섯 살 아이 윤이의 말이 어쩌면 헌법의 핵심일지도 모르겠다. 헌법은 결국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선의다.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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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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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유석 판사는 <개인주의자 선언> 이후로 좋아하게 된 작가다. 신간을 기다렸는데 21년에 나온 걸 모르고 지나쳤다. 이제서야 읽게 되었는데 역시나 만족스럽다. 뛰어난 글솜씨. 내가 좋아하는 문체다. 간결하고 정확하고 자신의 견해를 솔직히 그리고 확실히 밝힌다. 그리고 두괄식으로 이야기한다.


 나는 읽기 편한 글이 좋다. 글을 잘 쓰면 어려운 개념도 쉽고 간결하고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글 잘 쓰는 과학자들의 글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어떤 개념을 할머니나 어린 아이에게 쉽게 설명할 수 없으면 본인이 잘 모르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문유석 씨의 글은 쉽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좋은 작가다.


 나는 미괄식, 만연체가 싫다. 진짜 그런 글 읽거나 그런 화법으로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답답하다. 두괄식이 좋다. 듣는 사람이 괜찮 오해를 하거나 잘못 해석할 여지를 줄여준다. 문유석 씨는 두괄식으로 말한다. 결론부터 말한다. 시원하다.  


 독서 모임에 이 책을 추천했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 분들은 이 작가를 알고 있었고 좋아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독서 모임에 운영진을 맡고 있다. 내가 선정하는 책들은 대체로 참여율이 저조하다. 이 책도 참여율이 저조하다. 책 선정한 게 조금 늦은 감이 있기도 했고, 3월 첫째주 연휴라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겠다. 확실히 평소에 들어본 책, 유명한 책들이 참석율이 높은 거 같다. <데미안>, <변신> 이런 작품들.


 책 이야기를 해야 되는데 쓸데 없는 이야기만 했다. 뭐, 항상 이런 식이지만. 


 이 책은 법에 관한 책이다. 법 중에서도 특히 헌법과 법치주의를 이야기한다. 더 정확하게 헌법과 법치주의의 사고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의 헌법이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생겨났는지, 어떤 변화를 겪고 어떤 바를 지향하는지 말해준다. 


 문유석씨는 헌법의 역사적 배경부터,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헌법의 미래까지 이야기한다. 그는 독서광인 만큼 역사, 과학에도 박식하다. 


 헌법의 구절들을 읽으면 나는 가슴이 떨린다. 가슴이 벅차 오른다. 헌법에 담긴 숭고한 뜻에 감동하고 그 한 줄이 쓰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가 흘렀는지 생각하면 울컥하게 된다. 


 뉴스를 보면서 법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이 이 책을 통해 다소 이해가 되었다. 아직 완전히 납득한 건 아니지만 헌법의 변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나도 더 잘 하고 싶지만 세상 일이란 게 어쩔 수 없다고요!'


 세상 일은 단순하지 않다. 문유석 씨도 비판하고 많은 학자들이 경계하는 바이지만 요즘은 극단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고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보면 세상이 정말 극단으로 나뉘는 거 같아 보인다. 세상의 모든 게 흑과 백으로 나눠지지 않는다. 타협과 관용, 중용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이념도 극단으로 치닫으면 위험하다. 공산주의의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문유석 씨의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그의 책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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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4-02-26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우연히 수다 떨다 헤밍웨이의 문체를 하드보일드라 하니 뭐니 짧으니 뭐니 했는데
고양이라디오님 리뷰 읽으면서 문장 수업 해야겠다는 결심을!

<Dune2>예매하셨죠?^^
너무나 설레고 떨리고 ㅋㅋㅋ저는 4차 관람하게 될 거예요 ㅎ

고양이라디오 2024-02-26 23:14   좋아요 0 | URL
전 용아맥 일단 노려볼까해서 기다려볼까해요ㅎ 3-4주 기다리면 되겠쥬ㅎ?

못 참겠으면 빨리 봐야죵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