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마도 살면서 지금처럼 온라인 쇼핑을 많이 한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싶다. 작은 집에서 큰집으로 이사를 했고 한의원 개원을 준비했다. 집 살림살이, 한의원 살림살이를 동시에 장만하다 보니 사야할 가구, 가전, 생활용품들이 어마어마했다.

 

 냉장고 2개와 세탁기 2개를 샀다. 전에 살던 집은 풀옵션이었다. 컴퓨터,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3세트를 샀다. 청소기 2개를 샀다. 전에는 그냥 작은 청소기와 빗자루로 청소를 했다. 집에 창 5개에 콤비 블라인드와 우드 블라인드를 설치했으며 한의원 창 3개에 우드 블라인드를 설치했다. 의자를 7개 샀다. 진료용으로 쓰려고 갤럭시 탭을 샀다. 책상을 2개 책장을 하나 샀다. 프린터 한 개와 공유기, 허브를 한 개씩 샀다. 그 외에 빨래 건조대 2개, 빨래 바구니 하나, 세재, 섬유유연제 등을 샀다. 각종 사무용품, 생활용품을 구비했다. 정수기도 하나 샀다.

 

 

#2

 당연히 돈이 많이 들어갔다. 처음에는 굵직굵직한 돈들이 몇 번 들어가더니 계속 자잘자잘한 돈들이 들어간다. 나는 본래 사치보다는 절약을 하는 편이라 장보는 데 비교하느라 고민도 많았고 시간도 많이 들어갔다. 그만큼 돈을 아꼈겠지만 그만큼 시간을 잃었다. 홍보나 직원 교육에 들어가는 시간이 그만큼 많이 줄어들었다. 개원 준비를 하면서 느낀 건데 정말 시간은 금이었다. 선택을 미루면 시간을 맞추기 위해 그만큼 추가비용이 들어갔다. 소탐대실을 여러 번 했다. 

 

 

#3

 아! 쇼핑중독이야기를 하려다 삼천포로 빠졌다.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은 산 거 같은데 뭔가 더 사고 싶다. 쿠폰을 쓰고 할인을 받고 싶다. 결제를 클릭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싶다. 왜 사람들이 쇼핑중독에 빠지는 지 조금 알 거 같다. 이거이거 꽤 재밌다. 뭔가 알뜰하게 샀다는 느낌, 할일은 받고 이득을 봤다는 느낌이 좋다. 택배 배송 문자가 좋다. 박스를 뜯어보고 새로운 물건을 맞이하는 즐거움을 느낀다.

 

 사실 대부분을 인터넷으로 최저가에 가까운 가성비 좋은 물건들만 샀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 세탁기, 냉장고를 중고로 살까 많이 알아보고 고민했지만 그냥 새 거로 샀다. 새 집, 새 한의원에 새 물건을 들여놓고 싶었다. 하지만 컴퓨터는 리퍼 컴퓨터 저렴한 걸로 샀다. 

 

 

#4

 갑자기 여유가 생겼다. 지금까지 없던 여유다.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할 일이 있을텐데 이러고 있어도 되나? 그동안 쉬지않고 달려왔다고 하면 너무 열심히 한 거 같고... 밤에 농땡이도 좀 피우고 그랬다. 하지만 낮에는 진짜 숨 쉴틈 없이 계속 바뻤다. 개원하고부터는 진료시간에는 일에 집중하고 퇴근하고 부터는 일 생각은 되도록 놓고 오고 싶다. 그렇게 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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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즈음 2019-03-02 2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친구가 신혼집 장만할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게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알겠다고 하던데. 정말 고생하셨네요. 앞으로 좋은일만 더 많으시길요!

고양이라디오 2019-03-12 22:21   좋아요 0 | URL
정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느낌입니다ㅎ 조그마한 살림살이인데 왜 이렇게 살 게 많은지ㅎㅎ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