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신사일 것이란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혹시 정의할 수 있다면 어떤 건지 가르쳐주지 않겠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신사야."   -p091

 

 주인공 나와 나가사와 선배의 대화이다. 나가사와 선배는 참 독특한 캐릭터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나도 그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분이 극단으로 치닫은 모습이 나가사와 선배일 것이다. 감정보다 이성적,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 자기중심적인 생각, 쉽게 얘기해서 남의 감정에 무신경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그가 하는 말들 중에 가슴에 새기고 싶은 말들이 있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려고 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신사야." 라는 말이 뇌리에 쿵하고 박혔다. 앞으로 신사답게 행동하기위해 노력하고 싶다.

 

 

 

 

 

 

 

 

 

 

 

 

 

 

 

 

 

 소설 속 주인공은 많은 책을 읽는다. 그 중에 <수레바퀴 아래서>와 <마의 산>을 찜해뒀다. 아... 오늘 도서관 다녀왔는데 <마의 산>을 빌릴 껄 그랬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다. 지금 읽고 있는데, 좀처럼 잘 안 읽힌다... <상실의 시대>에게 밀려버렸다.

 

 

 

  "자기 자신을 동정하지 마라." 하고 그가 말했다. "자신을 동정하는 건 비열한 인간이나 하는 짓이야."

  "기억해두겠어요." 하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그는 새로운 세계로, 나는 나의 진창으로 되돌아갔다. -p343

 

 나와 나가사와 선배의 대화 2탄이다. 선배는 나와 헤어지면서 한 가지 충고를 해준다. 이 충고가 또 내 마음을 흔들었다. 내가 나 자신을 동정했던 때가 있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동정하는 사람이 비열한 인간이라는 말은 십분 공감이 간다. 저 충고 꼭 기억해둬야겠다. 비열한 인간이 되지 않도록.

 

 

 

 "레이코 씨 말씀은 무슨 뜻인지 잘 알겠어요." 하고 나는 말했다. "그렇지만 저로선 아직 그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그건 정말 너무나 쓸쓸한 장례식이었어요. 사람은 그렇게 죽는 게 아니에요."

 레이코씨는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어루만졌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그렇게 죽는 거야, 나도 당신도." -p406

 

 우리 모두는 그렇게 죽는다. 아마도 죽을 때는 무척이나 쓸쓸하지 않을까 싶다. 죽음은 철저히 개인적이다. 물론 죽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편안히 눈을 감는 장면도 떠오른다. 하지만 그렇게 죽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도 대부분은 조용히 혼자서 아무도 모르게 쓸쓸하게 죽어갈 것이다. 쓸쓸한 죽음, 쓸쓸한 장례식. 죽음은 원래 그런거다.  

 

 

 

 <상실의 시대>를 다시 읽었다. 하루키 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 바뀔 정도로 좋았다. 나는 역시 하루키를 좋아하는구나. 뭐가 그렇게 좋냐고 물으면 대답하기가 어렵다. 하나하나 설명하기에는 내가 너무 게으르다. 아마도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리라. 20대 초반에 <상실의 시대>를 읽었을 때는 전혀 감흥이 없었다. 하루키 소설을 좋아해서 찾아 읽던 중에 읽었다. 그 때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아무것도 공감하지 못했다. 30대 초반에 다시 읽으니 훨씬 많은 것들이 이해되고 공감이 갔다. <상실의 시대>가 어쩌면 훗날 하루키의 대표작으로 평가받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널리 읽히고 가장 오랫동안 읽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상실의 시대>에는 분명히 있었다.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이. 그것을 발견할 수 있어서 즐거웠으며 슬펐다. 슬픈 소설이었다. 하지만 슬픔에 무너져내리는 소설은 아니었다.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힘을, 위안을 주는 소설이었다. 그래서 항상 하루키 소설을 읽으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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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8-12-01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타나베가 미도리의 집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을 발견하고 읽는데요..전 이 책의 위대함을 발견못하고 있는1인이긴 하지만, 문체를 꼽더라구요...얼마전 수리부엉이~라는 책에서 샐린저의 문체를 손꼽던데...하루키의 일관성은 역시나 대단하다는 걸..또 실감했습니다..ㅎㅎ

고양이라디오 2018-12-05 10:57   좋아요 1 | URL
음... 분명히 북플에서 답글을 달았는데 안달렸나봅니다. 요새 제 북플이 조금 이상합니다.
전 <호밀밭의 파수꾼> 정말 좋았는데 아쉽네요ㅠㅠㅋ 어? 근데 주인공이 미도리 집에서 <수레바퀴 아래서>도 읽지 않나요? 저는 <수레바퀴 아래서>가 잘 안 읽히네요ㅋ

하루키씨가 <호밀밭의 파수꾼> 좋아해서 기뻤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