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더 스킨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 스칼렛 요한슨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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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BC 선정 21세기 영화 100선에 이 영화가 있어서 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어떤 블로그에서 SF 추천영화 25선에 소개되어 있었다. 오늘 유튜브를 열심히 봤는데, 마블 영상들을 보다 스칼렛 요한슨의 영화를 보고 싶어졌던 거 같다.   

 

 아무튼 기대를 가지고 영화를 봤다. 일단 지루했다.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멈추고 잠시 낮잠을 자고 다시 봤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껍데기는 무엇이고, 본질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영화라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의 리듬은 느리고 어쩌면 진부한 질문을 진부하게 답해나간다. 진부함을 감추려고 주인공을 외계인으로 설정하고 충격적인 영상드을 보여주지만 긴장감이나 몰입도는 그다지 생기지 않았다.

 

 요즘 자꾸 머릿 속에 떠오르는 구절이 있다. 하루키의 글에서 본 구절인데 "껍데기가 본질이고 본질이 곧 껍데기다." 라는 구절이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맛이 우러나는 구절이다.

 

 나는 과거에 껍데기는 껍데기고 본질은 본질이라고 착각을 했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은 이러이러 하지만 실제 내 본질을 그게 아냐!' 라고 생각하는 망상증 환자였다. 어쩌면 남들에게 보여지는 내 모습, 내 껍데기가 나의 본질일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었다.

 

 인간의 껍데기가 인간의 본질을 규정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히 망상증 환자처럼 껍데기보다 본질이 더 중요해! 라고 말하며 껍데기를 무시하며 스스로 우월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이쁜 외모나 좋은 옷 등이 있다. 외모는 껍데기일까 본질일까? 내가 입는 옷은 껍데기에 불과할까 본질일까? 나의 인종, 사는 곳, 키, 학벌, 외모 등등이 나의 본질을 규정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무엇이 껍데기고 무엇이 본질인가? 이 또한 어쩌면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개미의 껍데기를 하고 있지만 그 속(본질)은 만약 인간인 존재가 있다고 하자. 그 존재는 개미들 속에서 살면서 인간을 닮아가게 될까 개미를 닮아가게 될까? 갑자기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른다. 조금 완화된 사고실험을 해보자. 만약 우리가 갑자기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어느 아랍 국가의 왕자(혹은 공주)라는 껍데기를 뒤집어 쓰게 됐다고 하자. 과연 변하는 것은 껍데기(아랍 국가의 왕자라는 껍데기) 일까 아니면 본질(지금의 우리 자신의 내면의 모습)일까? 우리는 과연 아랍 국가의 껍데기에 더 가까워질까? 아니면 아랍 국가의 왕자라는 껍데기가 지금 우리 자신의 모습에 가까워질까?

 

 이런 생각도 가능하다. 알라신을 섬기며 폭탄 테러로 타인을 희생시키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은 자신의 본질은 알라신을 믿는 독실한 신앙인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껍데기는 그냥 폭탄테러리스트이다. 폭탄테러리스트가 그 사람의 본질이고 신앙인이 사실상 껍데기가 아닐까?

 

 자신을 좋은 부모(본질)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녀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껍데기)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도 역시 껍데기가 본질이고 본질이 껍데기인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흠... 이렇게 생각을 이어나가다 보니 나 자신을 돌아볼 필요성이 느껴진다. 내가 나의 본질이라 규정하는 것들이 실은 껍데기에 불과하고 내가 껍데기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실은 나의 본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오싹해진다.

 

 이 영화의 주제에 벗어난 생각이지만 한 번 이런 생각들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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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틈에 2018-09-09 2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님 글 읽고 간만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생각을 하게되네요. 그나저나 제가 진짜 드리고픈 말씀은 바로 요겁니다.ㅎ

스칼렛 요한슨의 리즈시절 = 매치 포인트
스칼렛 요한슨의 매력 뿜뿜 목소리 = 그녀
스칼렛 요한슨의 어린시절 =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저의 추천작들입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9-05-09 13:29   좋아요 0 | URL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관한 생각들려주세요ㅎ

추천작들 감사합니다^^
<그녀>에서 요한슨 진짜 매력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