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의 후회 수집
미키 브래머 지음, 김영옥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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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네_잎_클로버


행운이란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여주 클로버의 삶은 행운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책의 첫 문장이기도 한, 5세 때 첫 죽음을 목격한 후로, 클로버의 삶에는 항상 죽음이 따라다녔다. 

언제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죽음은, MBTI로 말하면, 클로버의 성격이 극I가 되는 데 일조하였다.


성공한 변호사 아버지와 프리마돈나 발레리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는 언제나 아기 클로버를 타인에게 맡겨놓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놀기 바빴다. 그런 부모나마 클로버가 6세 때, 클로버를 떼어놓고 훌쩍 떠난 중국 여행에서 양쯔 강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조실부모한 채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할아버지 역시 클로버가 캄보디아에 여행간 틈을 타 고독사한다.


클로버의 삶에서 가장 사랑했던 유일한 버팀목, 할아버지의 죽음을 지키지 못했다는 후회에 휩싸인 클로버.

클로버는 죽음학 교수가 되려던 자신의 꿈을 포기한 채, 할어버지가 살던 뉴욕 아파트에 정착해서 Death Doula, 즉 죽음을 돕는 임종 도우미가 된다.


임종 도우미로서의 클로버가 여러 명의 죽음을 도우면서 스스로 성장해가는 소설이다.


한 명 한 명의 임종자가 죽음을 맞을 때마다 클로버는 그들이 남긴 메시지를 "후회(regrets)"를 비롯한 3가지의 핵심 키워드로 분류한 노트에 기록한다.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소원 내지는 미련을 이루어 주려고 힘 닿는대로 노력한다.


소설 내내 비춰지는 클로버의 외로운 삶.

36세 독신 여성이 낡은 뉴욕 아파트에서, 할아버지의 유물에 둘러싸여, 극심한 대인관계 기피증을 앓으며 집순이로 사는 모습에서는 우리나라에 사는 수많은 백수 내지는 히키코모리가 연상되었다. 요즘 MZ세대는 문화권과 장소를 막론하고 비슷한 상황과 비슷한 우울감을 겪는다는 통찰이 찾아왔다.



이대로 클로버의 삶이 행운의 완전한 반대편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구경하는가 했는데, 클로버가 무수히 많이 정주행한 90년대 로맨틱 코미디처럼, 클로버에게도 사랑할 기회가 찾아온다. 그것도 2번씩이나!


이루지 못한 옛 사람에 대한 미련으로 힘들어하던 클로디아가 클로버에게 마지막 말을 던지고, 클로버는 그 말을 후회 노트에 기록한다.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인생 최고의 부분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아요. 조심스럽게 무모해지길."


클로버는 그 유언을 실행하여, 조심스럽게 무모해진다.


애벌레가 번데기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완전한 나비가 되어 날아가듯이.

죽음을 계속해서 일별한 클로버는 드디어 꽃을 피우고 성장할 준비가 된다.




클로버처럼 숱한 인간관계에 상처받고 자신만의 껍질에 틀어박힌 적이 있다면 클로버에게 완전 공감할 것이다.

인간관계에 실패하고,

취업에 실패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는 데 실패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며,

죽어가는 사람들이 내놓은 dying message, 최후의 깨달음을 하나씩 모아 간직하기를 권한다.





#클로버의후회수집 #인플루엔셜 #미키브래머 #태즈메이니아작가 #mikkibrammer #Thanatology #장편소설 #crypt 

#죽음 #임종 #삶 #regret #후회 #이웃 #MBTI #조언 #유언 #고백 #dyingmessage #사랑 #삼각관계 #가족 #로맨틱코미디 #김영옥번역가 

 @influential_book


ㅡ 책 속 인용구 중 인상깊은 구절 ㅡ

P.11

#육감 #최고 #감이좋은여주클로버


임종도우미(death doula)로 일하면서 나는 누군가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냄새로 알 수 있었다.



P.39ㅡ40

여주가 얼마나 외로운 사람인지 보여주는 #뇌내망상


고객을 보살펴주는 때를 제외하면 내가 다른 사람의 신체와 접촉할 일은 거의 없었다...할아버지는 필수적인 삶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실용적인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했다..,그러다보니 나는 순간적일지라도 다른 사람의 신체와 접촉하는 느낌을 경험할 기회를 음미하게 되었다...내 옆에 있던 남자가 통근자들의 기세에 떠밀려 나에게 더 가까워졌다...그의 넓은 가슴에서 온기를 느끼며, 나는 두 눈을 감고 샌달우드와 고급 비누, 위스키가 살짝 가미된 묘하게 매력적인 향을 들이켰다. 내 두 뺨이 그의 옷깃에 눌릴 때 그가 나를 팔로 감싸고 한 손을 내 머리로 가져오는 상상을 했다. 그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P.79-80

COLLECTED REGRETS: 소설 이름이 지어진 계기로 보이는 구절


애비게일의 마지막 말은 내 후회 노트에서 반복되는 주제였다. 내 기록을 통계적으로 분석해본다면(언젠가는 그럴 계획이다) 아마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일 터였다.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했어야 했어요."

그 대상이 부모나 배우자일 때도 있고 친구일 때도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사느라 너무 바빠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탓이었다.

아니면 달린 표현할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해서였다. '사랑한다'라는 말보다 더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표현은 찾기 힘들다. 적어도 그 말에 대해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본 바로는 그랬다.



P.170

#Newage #명상 #패러디


"Co-coon"은 여러분에게 해가 될 것이 전혀 없는 안전한 치유의장소예요. 

실비가 코웃음을 쳤다.



P.339

훌륭한 비유 #BEST3


"사실대로 말하면 슬픔은 절대로 완전히 가시지 않아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슬픔은 내가 항상 지고 다녀야 할 가방 같은 거라고요. 시작은 커다란 여행 가방이었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지갑 사이즈로 줄어들진 몰라도 영원히 가지고 다녀야 하죠.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그 말은 슬픔에서 완전히 벗어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됐어요."



P.426

훌륭한 비유 #Best1


나는 슬픔이 먼지와 같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먼지 폭풍이 휘몰아칠 때면

그 맹공격에 완전히 방향감각을 잃고 눈을 뜨거나 호흡하기조자 힘들다.

하지만 폭풍의 힘이 약해지고 서서히 몸을 가누고 앞을 볼 수 있게 되면 먼지는 갈라진 틈새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먼지는 세월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순간,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슬픔은 정착할 장소를 찾는 사랑일 뿐이다.



P.401

훌륭한 표현 #best2


나는 할아버지 얼굴을 1년 내내 못 봤고, 집에 가면 할아버지가 당연히 거기 있을 거라 여겼다. 대수롭지 않던 작은 일 하나하나가 너무 그리웠다. 할아버지가 커피를 휘휘 젓는 방식, 턱수염 문지르는 소리ㅡ 깊게 울리는 웃음소리, 누군가 항상 우리 곁에 있을 땐 그 사람이 항상 그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다 어느 날, 그 사람은 사라져버린다.



더 많은 내용과 사진은 제 블로그

Blog.naver.com/dankebitte

에 올리겠습니다.(spoiler 포함)

다섯 살 때 처음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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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심이책벌레 2023-12-14 0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멀어질까봐 2023-12-14 0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당연히 내 옆에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았고, 언제든 죽음으로 내 곁을 떠날 수도 있다는 뜻이네요.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Inesa 2023-12-14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성격이 내향적이라ㅜMBTI의 I에 해당한다는 여주 성격이 궁금해요.

dfsdaf 2023-12-14 0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행운의 반어법 불행. 제목에 확 끌려서 들어왔다가 책 리뷰 잘 읽고 갑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저 자신에게 선물로 사 주면 좋을 것 같아요.

souling 2023-12-14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으면서 보니까 책 표지 그림에 나오는 8자는 팔자, 즉 언젠가는 꼭 죽을 운명을 상징하는 것 같네요. 흥미가 돋아 문상 지르려 합니다. 좋은 책 표지에 정성껏 쓴 리뷰 잘 읽고 갑니다.
 
[eBook] 나만 사랑하는 폭군 아빠 1 나만 사랑하는 폭군 아빠 1
꿀이범벅 / 디엘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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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프린세스메이커2 게임 도입부 패러디하신듯마왕을 쓰러뜨린 10대의 젊은 용사, 그 용사에게 맡겨진 딱 열 살의양딸! 이름이 긴 것도 당시 도스게임에서는 이름을8글자까지지을수있어서 거창하게 짓는게 유행이던그때그시절90년대.아버지결혼엔딩보려고도덕심일부러깎던공략집모두다그대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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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길들여진 건 누구일까 1 길들여진 건 누구일까 1
리베냐 / 코튼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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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맞고 사는 수아는 발레후원자의 저택에 초대받아 엄마와 둘이 갑니다. 알고보니 후원자는 순수한 의도로 수아에게 후원했던 것이 아니었는데...
리베냐 님이라 믿고 질렀습니다. 야한장면 묘사 뿐 아니라, 심리묘사 역시 탁월합니다. 2권부터 이어지는 필립과 수아의 #SM 관계를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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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입시 지상주의 현실을 잘 그려낸 수작.
Sky Castle의 정점에 서 있는 주남대학교병원 의과대학 교수 의사로서의 한서진 남편 강준상이, 자신의 첫사랑 은혜가 낳은 자기 친딸도 못 알아보고 다른 병원으로 전출시켜, 결과적으로 죽게 내버려두는 장면은 인간성을 말살당한 성공지상주의 입시생의 끝판왕을 보여준다. 은혜가 혜나를 끝까지 강준상 딸이라고 말하지 않고, 병원비도 못 내는 가난 속에서 죽어버린 점, 강준상이 은혜와의 사이에서 딸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16년 동안 한서진과의 결혼생활을 이어간 점은 소설적 재미를 위한 장치이지, 현실 속에서 흔하게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가난한 미혼모가 부자 애아빠를 상대로 양육비 청구 1도 안 했고,인지 청구도 안 했다는 게 이해 1도 안 간다. 그 외에는 목표 서울 의대를 위해서 얼마든지 괴물이 될 수 있는 인간 군상을 잘 표현한 명작이다. 진진희 가족의 케미폭발 장면이 웃겨서 극적 긴장감을 누그러뜨려 준다. 우주네 집은 현실에 있기 어려운 지나치게 이상적인 가정이다. 자기 자식과 남의 자식을 다 똑같이 사랑하는 고아원 원장 딸이라는 우주 엄마 설정부터가 현실불가능 캐릭터. 한서진 가족이 너무 사악하니까 그 반동인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고안해 낸 것 같다. 드라마 안 보신 분들에게 추천한다.

엄마한테 복수하기 위해, 서울대 합격증을 딴 다음에 보란 듯이 집을 나가버리는 거야. ㅇㅋ? ㅡ김주영 입시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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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학 강의노트
류동민 지음 / 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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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에 관심이 많아서 읽었는데, 막상 책 자체는 마르크스 경제학에 대한 책이었다.
자본가가 이윤을 얻는 핵심은, 노동자의 노동의 결실을 착취(exploitation)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예컨대 내가 빵 공장에서 1시간당 3만원 어치의 빵을 생산해도, 그 대가로 내가 받는 시급 1만원으로는 빵을 만 원 어치 밖에 살 수가 없고, 그 차이인 2만원 만큼에서 재료원가와 공장 운영비 기타 비용을 뺀 액수가 자본가의 이윤이 된다는 주장이다.
어쩐지 주위에 다이소 물품 천지이고, 값싼 중국산 물건을 사람들이 사서 쓰는 경향이 지속되더라.
즉,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더 저렴한 인건비로 착취당하는 중국 노동자들이 생산한 물건을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주52시간 1달 동안 일해도, 그 대가로 받은 월급/주급으로는 내가 생산한 값어치보다 적은 물건을 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필연적으로 인건비가 더 싼 나라에서 노동자 월급으로 더 적은 비용을 들여 생산한 물건을 사야만 그나마 월급을 다 소비하지 않고 약간이나마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아마 중국에서는 노동자들이 인건비가 더 싼(!) 인도나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 생산한 물건을 소비할 것이고, 이런 식으로 계속 자본의 계층화가 피라미드처럼 진행되어서, 가장 인건비가 싼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월급으로 생필품조차 사기에 부족할 것이다.
이 책은 심지어 토마 피케티의 말을 빌어 해결책까지 제시하고 있다.
상속세의 누진적 적용, 청년 배당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부의 격차를 줄이자고 한다.
Um...... 모든 주장에 다 동의할 수는 없지만, 20년 넘게 대학에서 가르쳤다는 저자의 강의 노하우가 짙게 묻어있는 책이었다. 2022년도 세종도서로 선정된 이유를 알 것 같다. 다만 류동민 교수님의 강의를 전공필수로 듣는 충남대학교 학생들은 아마 사비를 들여서 이 책을 강의 듣는 용도로 1만 8천원 주고 사야 할 것이다. 나 역시 대학 4년 간 교수님들의 저서 수 십, 수 백 만 원 어치를 눈물을 머금고 사야만 했으므로ㅠ.ㅠ (심지어 제일 싼 책이 3만원 넘었다)

To. 이 책을 교과서로 쓰는 대학생에게 한 마디.
충남대 학생들, 책 사는 비용을 너무 아까워하지 마세요. 이 책은 적어도 만 팔 천 원 이상의 가치는 있어 보입나다. 전혀 상관 없는 1인인 저도 투자 대비 지적인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글로만 만났지만, 20년 동안 꼼꼼하게 강의노트를 작성할 정도로 학생들을 생각하는 류동민 교수님이 일단 제게는 좋은 인상으로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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