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같은 문명의 운명은 결국 화해할 줄 모르는 증오심 때문에 자기 파괴의 몰락으로 치닫게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하지만 우주에서 내려다본 지구에는 국경선이 없다. 우주에서 본 지구는 쥐면 부서질 것만 같은 창백한 푸른 점일 뿐이다. 지구는 극단적 형태의 민족 우월주의, 우스꽝스러운 종교적 광신, 맹목적이고 유치한 국가주의 등이 발붙일 곳이 결코 아니다. 별들의 요새와 보루에서 내려다본 지구는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로 작디 작은 푸른 반점일 뿐이다. 이렇게 여행은 시야를 활짝 열어 준다.
- P632

한 사람이 비이성적 행태로 일단 협박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은 이러한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서 협박의 허세를 허세로 묶어 두지 못하고 언젠가 결국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협박을 실행으로 옮기는 우를 범하게 된다. 자신이 부리는 허세를 상대방으로 하여금 허풍이 아니라 실제라고 믿게 하려다가,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어 버리는 경우가 생기고 만다. 협박은 실행으로 옮겨질 위험을 반드시 동반한다.
- P645

전세계적 규모의 핵전쟁이 일어난 적이 아직 없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전면 핵전쟁이 결코 일어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하는경우를 우리는 종종 보게 된다. 전면 핵전쟁은 단 한 번밖에 경험할 수없는 것이다. 한 번으로 모든 게 끝이 난다. 그때 가서 통계 분석을 다시해 봤자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P652

코스모스는 있는 그대로 이해돼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코스모스를 우리가 원하는 코스모스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분명하다고 생각됐던 것이 거짓으로 판명될 때도 있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 확고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제한된 상황에서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각국에 사는 사람들일지라도더 넓고 큰 맥락에서는 목적을 공유할 수 있다. 그리고 우주를 연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넓고 큰 문제인 것이다.
- P660

사람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나 자신이 속한 사회와 조금이라도 다른 성격의 사회를 믿을 수 없는 기괴한 존재로 간주하며 심히 혐오하고는 한다. 자기 스스로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심을 갖지 않으면서 말이다. ‘이방‘ 이나 ‘외계‘라는 표현의 부정적 뉘앙스는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잘 드러내 준다. 그렇지만 각기 다른 문명들이 보여 주는 문화와 유적의 다양성은 ‘인간으로 되어 감‘의 다른 방식들을 우리에게 시사할 뿐이다. 외계 문명인에게는 인류 사회의 차이가 유사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일 것이다. 
- P674

우리는 희귀종인 동시에 멸종 위기종이다. 우주적 시각에서 볼 때 우리 하나하나는 모두 귀중하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너와 다른 생각을 주장한다고 해서 그를 죽인다거나 미워해서야 되겠는가? 절대로 안 된다.
왜냐하면 수천억 개나 되는 수많은 은하들 중에서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 P675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아니면, 그 누가 우리의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생존은 우리 자신만이 이룩한 업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류를 여기에 있게 한 코스모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 P68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블로그 글, 그대로 복붙😄


🍊 소설 배경 - 나처럼 헤매며 다닌 자들을 위해

배경이되는 행성계를 세티계라고 부른다. 우리 태양계 같은..
세티계의 우라스와 아나레스가 주요 배경이다.

우라스는 지금의 지구와 비슷한데, 우라스에도 자본주의 국가, 공산주의 국가, 힘없는 나라, 지역 혁명을 일으키는 지역이 있다.

아나레스는 무정부주의가 실험중인 행성으로 우라스의 ‘달‘이라고 나오는 걸 보니 행성이 맞나 싶다. 우라스의 제도에 반발하여 나온 사람들로 이루어졌으나, 두 행성은 법, 제도, 언어, 문화, 학문수준이 다르고, 행성인들끼리 자유로운 왕래도 없다. 아나레스의 자연은 살아가기 척박한 수준.

아나레스 출신의 쉐벡이란 과학자(아나레스엔 공식적으로 석박사 학위는 없다)가 주인공으로, 한 챕터는 아나레스, 한 챕터 우라스에서 쉐백의 이야기를 가 서로 번갈아서 진행된다.이 부분이 공간도 다르지만 시간대가 서로 달라, 익숙해지기전까지 엄청 헷갈렸다. 우라스 편은 쉐백이 아나레스에 우라스로 떠나는 시점에시 시간순으로 진행되고, 아나레스 편은 쉐백의 어린시절부터 우라스로 떠나는 첫 장면으로 시간순서대로 흐른다.


🍊 작가는 천재인가

줄거리를 쭉 나열한 게 아니라, 두 행성의 시간과 공간을 교차하면서 추리요소와 긴박감이 느껴졌다.갑자기 왜 우라스로 가는 우주선을 탔는지,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안갔는데 조금 파악이 된 시점부터는 너무 재밌고... 무엇보다.. 과학소설인줄 알았는데, 문학적 문체가 강해서 그 비유와 표현에 감탄했다. 그리고 사실 이 책의 본질은 철학소설이었다는... 작가는 천재인가??

아나레스는 유토피아인가? 아나레스에서는 공리주의를 추구하다 보니 사람들이 평준화되어 있음. 특출 난 사람 (쉐백 같은..)의 능력이나 질문이 허용되지 않는다. 우라스도 그렇고. 미래의 지구인 테라도 폭망했고. 유토피아란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현실에서 유토피아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잘못을 계속해서 고쳐나가는 시스템, 완벽은 아니지만 최선을 향해하는 시스템을 이상화시켜보나... 이도 쉽지 않다.

모임 중 한분이 제목이 왜 ‘빼앗긴 자들‘인지 생각해 봤다고 한다. 그들은 무엇을 빼앗겼길래, 빼앗긴 자들이라고 작가가 제목을 정했는지... 난 그런 생각 해본적도 없는데. 질문한 분의 생각으로는, 공산주의가 실패한 이유는 인간의 본능을 빼앗았기 때문인데, 아나레스는 공산주의는 아니나 본능을 빼앗았다는 점에서 동일하다는 결론이라고 한다.

sf 소설은 철학적이거나 문학적인 것에 대해서한계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책을 추천하신 분께 감사하며,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려 한다. 작가는 천재인가..

🍊 마음에 남은 구절들

반장에게 폭도를 제압하는 경험이 없었다면 그들에게는 폭도가 되어 본 경험이 없었다. 집단의 요소가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왔기에 그들은 집단 의식에 따라 움직이지 않았고, 사람 수만큼 다양한 감정이 공존했다. 
10

그나 쉐벡이 당연시하는 개념이 상대방에게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일 경우도 자주 있었다. 예를 들어 우라스 인들은 우월함이라든가 상대적인 높이 같은 신기한 문제를 중요시했다. 그들은 종종 글에서 ‘더 높은‘이라는 말을 ‘더 나은‘과 동일하게 사용했다. 하지만 아나레스 인이라면 ‘더 중추적인‘이라는 표현을 썼을 것이다. 대체 더 높다거나 더 낮다거나하는 것이 외부인이라는 사실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그것은 쉐벡이 풀수 없는 몇 백 가지 퍼즐 중에 하나였다.
23
˝말하기는 나누는 거다. 상호 협동의 기술이지. 넌 나누고 있지 않아. 자기중심적으로 굴고 있을 뿐이야.˝
39

˝이런, 망할. 아냐, 말도 못해? 네 문제는 무슨 말이든 했다 하면 무거운 벽돌한 트럭분은 될 만한 논쟁을 통째로 쌓아 올린 다음에 전부 뒤집어 엎어 놓고 그 밑에 깔린 피 흘리는 몸은 절대로 보지 않는다는 거야˝
58

마지막 우주선이 마지막 정착민들을 실어온 이후로는...... 무시뿐이었어요. 우리는 당신네를 무시하고, 당신네는 우리를 무시하고 당신들은 우리의 역사에요. 우리는 어쩌면 당신들의 미래겠지.
난 배우고 싶어요.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래서 온 거예요. 우린 서로를 알아야만 해요. 
92

˝그런 건 들은 바 없는데요, 쉐벡 박사님.˝
‘벽‘이다. 쉐벡은 지금 그가 부딪친 벽을 알고 있었다. 그 벽은 이 젊은이의 매력과 정중함, 그리고 무관심이었다.
99

아나레스 정착자들은 옛 세계와 그 과거에 등을 돌리고 오로지 미래만을 선택했다. 하지만 미래가 과거가 되는 것만큼이나 틀림없이 과거도 미래가 된다. 부정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108

변화는 자유야. 변화는 삶이야. 오도니안 사상에 그보다 더 근본적인것이 있겠어? 하지만 더 이상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우리 사회는 병들었어. 
191

베다프는 가차 없이 우위를 조여들었다.
˝생각하지 않는 것이 늘 더 쉬운 법이지. 근사하고 안전한 계층제를 찾아 정착하면 되는 거야. 변화를 만들지 마라, 불만을 감수해라, 조직을 혼란시키지마라. 지배받는 쪽이 언제나 가장 쉬운 길이야.˝
193

˝전체를 볼 수 있으면 언제나 아름답게 보이는 거야. 행성, 삶......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세상의 모든 더러움과 돌멩이가 보이겠지. 그리고 매일 매일 삶은 힘겨운 일이고, 당신은 지치고 패턴을 잃어버리지. 거리가 간격이 필요한 거야 지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려면 달로 보면 돼.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려면 죽음이라는 유리한 위치에서 보는 거야.˝
217

˝현실 정치라.˝
쉐벡은 그 말을 되뇌고 오이에를 보며 말했다.
˝물리학자가 사용하기에는 묘한 말이군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정치가와 물리학자는 양쪽 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다루죠. 진정한 힘, 세계의 기본 법칙을 다룬단 말입니다˝
232

그러나 치폴리스크의 경고, 흩어 버리려고 애썼던 경고가 계속 되돌아왔다.
자신의 지각과 본능이 그 경고를 강화했다. 좋든 싫든 그는 불신을 배워야 했다. 침묵해야 했다. 자신의 소유를 자신만의 것으로 보존해야 했다. 거래할 수있는 힘을 유지해야 했다.
233

전에도 우라스 인들의 얼굴에서 종종 그런 불안을 보고 의문을 품었다. 그들이 얼마나 부유하든 간에 가난하게 죽지 않으려면 항상 더 벌 걱정을해야 하는 탓일까? 아무리 돈이 없다 해도 항상 더 가진 것 없는 사람이 있기에 그게 죄가 되는 걸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그 이유가 모든 얼굴에 분명한 공통점을 부여했기에 그는 그들 가운데에서 뼈저린 외로움을 느꼈다. 안내자와 감시자들에게서 탈출하면서 그는 사람들이 서로를 믿지 않고, 기본적인 도덕적 가정이 상호 협력이 아니라 상호 적의인 사회에서 홀로 있다는 것이어떤 것일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조금 겁이 났다.
237

그에게 사람의 일을 생각함이란 어느 현실을 인정하면서 다른 현실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을 포함하고 연결하는 것이었다. 
323

지속이라든가 확신 같은 것은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약속이다. 
356

우린 스스로의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 이웃들의 견해를 두려워해. 
374

사불이 우리 대신 선택하게 놔뒀지. 우리 안에 내면화된 사불, 그러니까 관습, 도덕, 사회적 추방에 대한 두려움, 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유로워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말이야! 아, 다시는 안 그럴 거야. 난 천천히 배웠지만 어쨌든 배웠어.
377

˝내가 이걸 당신네에게…… 그리고 헤인과 다른 세계 사람들에게……… 그리고 우라스의 국가들에게 주려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습니까? 어느 하나가 아니라 당신들 모두에게! 어느 하나도 우라스가 원한 것처럼 다른 자의 위에 설 힘을 갖기 위해서나 더 부유해지거나 전쟁에서 더 이기는 데 사용하지 못하도록.
그래서 당신들이 진실을 사적인 재산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공통의 선을 위해쓰도록 말이에요.˝
392

˝우라스가 악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은 압니다. 인간의 부정함, 탐욕, 어리석음, 낭비로. 하지만 또한 선과 아름다움, 생명력, 업적으로도 가득하지요. 세계란 마땅히 그래야 하지 않나요! 우라스는 살아 있어요. 기막히게 생생한 모습으로, 그 모든 악에도 불구하고 희망으로 살아 있어요. 그렇지 않은가요?˝
394

죽은 아나키스트는 순교자가 되어 
몇 세기나 살아남지만 사라진 아나키스트는 잊혀질 수 있으니까.
398

 우리는 당신에게 책임이 있고 당신도 우리에게 책임이 있지요. 당신은 다른 모든 사람과 같은 선택권을 지닌 아나레스 인이 되는거예요. 하지만 그 선택권이란 안전한 것은 아니에요. 자유는 결코 그렇게 안전하지 않아요.
4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주는 망각과 회복의 달인이다. 이혼 후 떨어져 사는 엄마가 만나자고 하면 별 고민 없이 흔쾌히 수락한다. 왜냐하면 보고 싶으니까. 만나면 반가우니까. 옥주는 그런 동주가 맘에 들지 않는다.
- P86

이것이 동주의 마음자리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로 흘려보내는 것.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보고 싶으면 일단 만나러 가는 것. 옥주는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내 마음은 동주와 함께 홀가분해졌다가 옥주와 함께 축축해지고 서글퍼진다. 
- P87

"그러니까 쿨한 걸 하고 싶다는 거지?"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는 채로 대답한다.
"그런 것 같아."
어쩐지 조금 부끄러워진 나에게, 찬희가 당연한 사실이라는 듯이 말한다.
"누나는 따뜻한 사람이잖아."
나는 바보처럼 그 자리에 멈추고 찬희는 담담하게 일러준다.
"따뜻한 노래 만들어. 난 따뜻한 게 더 멋있더라, 이제는."
쿨한 것은 웬만큼 다 해본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
- P88

나에게 다린이는 즐겁고 터무니없는 이야기 중 하나다. 누군가가 너무 탁월해서 좋은 이야기 말고, 탁월하지 않아도 너무 좋은 이야기 말이다. 
- P97

함께 헤엄쳤던 바다에서 우리는 바닷물의 색이 무엇인지 알게 되기는커녕 도무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물색이라는 건 너무 많고 시시각각 변하는 무엇이었다. 파도와 파도사이마다 시 비슷한 게 쓰여지는 것 같아서 어지러웠는데 어차피 금세 다 부서지니까 아무래도 좋았다. 
- P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섬에서는 누구나 자기가 맡은 일을 했으니,
누구라도 칭찬이나 동정을 얻자고 그 일들에 대해 말할 필요따위는 없었다. 언제나 늘 똑같은 긴 여름이었고, 모든 것이각자의 속도로 자랐다. 
- P33

할머니는 그림을 압정으로 벽에 박고 말했다.
"독창적이네. 이제 애를 좀 내버려 두자.
"
"얘 그림 좀 그릴 줄 아는 거야?" 소피아가 어둡게 물었다.
"아니." 할머니가 대답했다. "아니라고 봐. 아마 뭐 하나 제대로 해내면 다시는 그렇게 못 하는 그런 부류인 거 같아."
- P38

"그게 뭔데." 아이가 삐져서 물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거지."
"존중하는 건 또 뭐고!" 소피아가 외치며 발을 굴렀다.
"다른 사람이 믿고 싶은 걸 믿게 두는 거지!" 할머니가 외쳤다. "나는 네가 사탄을 믿게 두고 너는 나를 내버려 두는 거야."
"욕하네." 소피아가 속삭였다.
- P42

저택은 지나치게 새 집으로 보였다. 홍수 따위는 겪은 적도 없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얼른 물잔을 들어 저택에 부었다. 할머니가 재떨이에 있는 담뱃재를 손에 털고 돔과 벽에 문지르는 내내 소피아는 문에 매달려서 들여보내 달라고 했다.
할머니는 문을 열고 말했다. "운이 좋았지!" - P50

할머니는 발로 웅덩이 속의 물을 건드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면 옷핀이었나?" 소피아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어떤 날에는 잘 모르겠어. 키에 앉은 사람이 누구였어?"
"물론 네 할아버지지." 할머니가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결혼했던 남자."
"할머니 결혼했어?" 소피아가 깜짝 놀라 외쳤다.
"
- P56

소피아는 기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조용히 꾸준히, 한 단씩 차근차근.
‘얼어 죽을.‘ 할머니가 생각했다. ‘지긋지긋한 녀석 같으니라고. 하지만 이건 다 애한테 재밌는 일이라면 뭐든지 못하게 하니까 이렇게 된 거지. 나이 든 인간들이.‘
- P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복채로 낸 오만 원은 실제로 한 번도본 적 없는 할머니에 대한 판타지를 제공받은 비용 같았습니다.
- P63

병찬씨는 믿기지 않아도 별수 없는 사실이라는 듯 이야기를 마치셨어요. 이 얼마나 마르께스적인 화법입니까. 저는마술적 리얼리즘 문학을 읽듯 병찬씨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점프를 하다가 하늘로 승천해버린다거나 화산 폭발 같은 숨소리를 낸다거나 웃음소리로 집 안의 창문을 깨뜨리는 소설 《백년의 고독> 속 사람들 못지않게 순남씨는 환상적입니다. 
- P66

마르께스의 소설 《백년의 고독》에서 사람들은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갑니다. 그 실수 때문에 어떤 고독이거듭되죠. 후대의 자손들도 선조와 비슷한 고독을 겪고요.
그러나 저의 판타지에서는 고독보다 재주가 더욱 커다랗게 반복됩니다. 마술 같은 재주와 귀신같은 솜씨로 우리는 몇대를 횡단하며 연결됩니다. 
- P71

그 컵이 어디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나는 작가가 되고 내 동생은 음악가가 되었는데, 그것은 엄마가 더욱더 엄마가 되고 아빠가 더욱더 아빠가 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 P76

유일한 것이 너무 드문 서울로, 뭐가 최고인지 결코 알 수 없는 도시로 돌아갈 시간이다. 안녕을 바라는 사람들을 향해 간다. 더 이상 젊지 않은 모부에게, 헤어질 연인에게, 새롭게 사랑하게 될 연인에게. 우리 앞엔 아름답고 험준한 세월의강이 펼쳐져 있다. 그 강을 오래오래 안녕히 건너가기를 바라는 봄이었다.
- P8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