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할아버지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 P9

그런 법은 없지만, 그런 세상은, 그런 사람들은 어디에나있다. 그러니까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나도 저주 용품을 만드는 걸로 직업을 삼고, 그걸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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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이루어지는 생명의 진화도 이렇게 그 근원을 따져 거슬러올라가다 보면 광대한 우주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질량이 큰 별들의 극적인 최후에서 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 P460

태양이 적색 거성이 될 때 내행성계가 맞을 운명은 소름끼치게 냉혹한 것이지만, 태양계 행성들은 적어도 초신성 폭발이 가져다줄 절멸의 순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태양이 초신성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P465

 은하에서 초신성이 폭발하면 그 초신성 하나가 은하의 모든 별들을 합친 것보다 더 밝게 빛을 낸다. 오리온자리에서 볼 수 있는 최근에 태어난 무거운 별들도 앞으로 수백만 년안에 모두 초신성으로 폭발할 것이다. 사냥꾼 오리온이 앞으로 벌일불꽃놀이가 사뭇 기대된다.
- P466

중성자별을 구성하는 물질은 차 숟가락 하나분의 무게가 보통 산 하나의 무게와 맞먹는다. 차 숟가락 분량의 덩어리를 놓쳤다면—사실 놓칠 수밖에 별 도리가 없겠지만-마치 공기 중에서 돌멩이가 떨어지듯, 지구 속으로 아무 어려움 없이 뚫고 들어가 행성 전체를 관통하는 구멍을 내면서 지구의 반대쪽으로 빠져나올 것이다.
- P467

중력이 10억 g가 되면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다. 이렇게 큰 중력장에서는 직진하던 빛마저 그 진행 방향이 꺾이기 시작한다. 지극히 높은 중현장 속에서는 빛조차 영향을 받는 것이다. 중력의 세기를 이것보다더 높이면 하늘을 향해 직진하던 빛이 지표로 끌려 내려온다. 우주적 체셔 고양이의 몸은 이제 사라지고 그의 싱긋 웃는 표정만 남는다.
- P471

은하는 미답의 대륙이다. 그 대륙에서는 규모는 별의 차원이지만 정체의 오묘함이 상상을 초월하는 현상과 실체들이 우리의 접촉을 기다리고 있다. 예비적인 접촉과 만남이 일부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부분에서 그들과 우리의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상은 조건을 거부한다지만, 우리의 상상은 항시 숨은 조건의 노예일 뿐이었다. 인간의 상상력이 그 숨겨진 조건들마저 모두 떨쳐 버릴 수 있다 하더라도, 은하에는 상상의 품 안에 담기 어려운 그 무엇들이 우리의 지적 탐사를 기다리고 있다. 
- P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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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칸놀이터x독립출판 읽는 사람들
2/19 월요일 모임


🦄 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무엇일 수 있는지
what am I what was I what can I be
최유수 작가(지은이)
도어스프레스 2016-03-02, 132쪽, 에세이

🦄 단상집이기도 하지만 불안이란 감정과 존재에 대한 끊임 없는 탐구 혹은 의문이 느껴져...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단 생각이 든 책.

🦄 Part 4에서 나오는 entwurf란 제목과 본문의 ‘기투‘란 단어의 뜻을 찾아보고, 이 책 내용의 일관성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 책 제목도 이해가 되지 않다가, 그제야 영어 부제가 눈에 들어며 책에 뒤늦게 젖어들었다.

🦄 책의 연장선으로 삶의 의미와 허무 특별함까지 생각해 본 시간. 아마 혼자 읽는 것으로 끝났다면 안맞을 수 있던 책이, 같이 읽고 나누었기에 더한 것을 발견할 수 있지 않았을까.

🦄 여담으로 책이 두 출판사버젼이 있었는데, 책의 넘김이나 오타 수정은 최근 버젼이 좀 더 좋다. 작가분이 남자분인 것을 도중 혹은 모임에서 알고 살짝 당황.


🦄 함께 읽어보고 나눈 구절들

🌱
내게 혼자 있는 시간이란 곧 혼자가 아니었던 시간들이 남긴 허탈감을 메우는 시간이다.  
27

🌱
삶에 코인처럼 무언가를 넣으면 삶은 자판기처럼 다시 무언가를 반환해 준다. 원인에는 항상 결과가 따르듯이 행동은 무엇이 됐든 나름의 결과를 불러온다. 
(중간생략)
감정은 삶의 코인이 될 수 없다.
45
life and coin

🌱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겨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51 (당신을 위한 서랍)

🌱
소통이란 실은 추측과 왜곡이 난무하는 현상일 뿐이다. 의도와는 상관없이 필연적으로 오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말과 글을 표현하는 일은 항상 조심스러워야 한다. 
74 (오해의 극복)

🌱
˝그런 걸 왜 해?˝
라고 누군가 물어보면, 너무나도 당연해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를 생각해 본적도 없을 뿐더러 뒤늦게 고민해 봐도 딱히 할 말이 없는, 중력에 이끌리듯 몰두하게 되는 것들을 보다 많이 발견하는 삶을 살아야 겠다.
95 (이유)

🌱
삶의 결말이 죽음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삶 속에서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무한한 의미와 감정들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118 (스포일러)

🌱
 책은 또 하나의 무덤이다. 나는 내 책을 씀으로써 내가 죽은 후에도 나를 가리키고 있을 몇 개의 무덤을 만들어 둘 것이다.
129 (ou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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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현대 물리학과 현대 화학은 매우 복잡한 이 세상을 단 세 가지 소립자로 환원시켜 놓은 셈이다.
- P440

아무튼 전자는 전자를 밀치고, 양성자는 양성자를 배척한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원자핵에 전하를 띤 입자라고는 양성자뿐인데, 핵이 와해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핵에는 또 다른 종류의 힘, 즉 핵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핵력의 정체는 중력도, 전자기력도 아니다. 핵력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만 작용하므로 갈고리에 비유될 수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아주 가까이 있을 때 핵력이라는 이름의 갈고리가 서로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맨다. 
- P441

태양은 한때 아낙사고라스가 생각했던 대로 붉게 달궈진 돌이 아니라,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된 고온의 기체 덩어리인 것이다. 
- P443

우리에게 철저하게 숨겨진 태양의 저깊숙한 내부의 온도는 1570만 도에 이른다. 이렇게 뜨거운 조건에서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그 결과로 빛이 만들어진다.
- P445

별 하나하나가 빛을 낼 수 있는 것은 그 별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P447

그러므로 별들에게도 인간처럼 부모가 있고 그들의 세계에도 세대가 있는 셈이다. 먼저 태어난 별의 죽음이 새로운 별의 탄생을 가져오니까 하는 말이다.
- P447

그 까닭에 적색 거성이 된 태양의 바깥 대기층은 항성풍의 형태로 공간에 서서히 흩어져 나간다. 벌겋게 부풀어 적색 거성이 된 태양은 수성과 금성을 집어 삼키고 종내에는 우리 지구까지 자신의 품안에넣어 버린다. 그러므로 내행성계가 완전히 태양 안에 들어가게 된다.
내행성계의 최후인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수십억 년 후 어느 날 지구는 최후의 날을 맞게 될 것이다. 
- P452

지구의 사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태양은 자신의 진화 과정을 어김없이 밟아 간다. 바다가 끓어올라 물이 모두 증발하고 그 다음 대기마저 완전히 증발하여 사라지면, 우리의 상상력으로는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재앙이 행성 지구를 뒤덮는다. 지구에 이러한 ‘불상사‘가 오기 훨씬 전에 우리 인류는 오늘날과는 꽤나 다른 형태의 존재로 이미 진화했을 것이다. 
- P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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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마지막까지 지켜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 P107

다그것이 힘겨울 때도 있지만, 삶이란 누구에게나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어 나가는 것이겠거니 싶다. 자신이선택한 길 위에서 묵묵히 버티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 P112

삶의 결말이 죽음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삶 속에서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무한한 의미와 감정들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 P118

 책은 또 하나의 무덤이다. 나는 내 책을 씀으로써 내가 죽은 후에도 나를 가리키고 있을 몇 개의 무덤을 만들어 둘 것이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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