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서툰 계절에도 피어난다

권범석 위기은 윤서윤 이서정 차혜선 황영자 황효정 (지은이)
새벽감성 2024-02-01, 에세이, 120쪽

🍊 두 번째 공저이지만 본의 아니게 가까운 지인을 제외하고는 꽁꽁 숨겨 놓은 책이다. 첫 번째보다 더 자세한 내 삶이 들어가 있어서 괜시리 민망한 마음에 어디에도 쉽게 기록할 수 없었다. 이제는 좀 더 드러내는 것에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다른 분들의 글에 대한 감상도 남기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졌다.

🍊 독자로서 먼저 공동 저자인 다른 작가님들 글 위주로 감상을 남겨본다. 사람은 누구나 잠깐 쉬는 시간이 있다. 책 여는글에도 나왔듯이 이 책은 잠깐 쉬는 시간이 우리의 휴식이며 새로운 시작이라는 삶의 모음이다. 그래서 비록 그 시간이 서툴러 보이는 계절이라도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음을 깨닫는 평범한 삶이다. 이서정 작가님의 글 (98p)을 빌려 말한다면, 평범함이란 자세히 알기 전에는 그 깊이를 파악할 수 없으나 잘 알게되면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책을 읽는 누구나 서툰 생각을 가지고 삶을 살아간다면, 언제든 피어날 수 있으며 (이미 그런지도) 마땅히 응원 받아야 한다.

🍊 직장인과 교사라는 사회생활 속에서 서툰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황효정, 권범석 작가의 삶을 보면 짠하기도 하고 그 와중 꿈을 놓지 않고 자신을 들여다 보는 모습에 감탄을 하게 된다. 위기은, 윤서윤 두 분 작가의 글에서 육아에 지지고 자신 본연의 삶이 사라지는 듯한 일상에서도, 아이와 가족 자신을 사랑하는 노력에 응원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자신의 한 해를 돌아보고 다시 한 번 나아가려는 이서정 작가의 글에는 ‘가보자고‘춘식이 이모티콘을 붙여드리고 싶다. 퇴사와 퇴직 후 새로운 삶을 사는 차혜선, 황영자 작가의 이야기는 다른 이의 버킷리스트 진행을 재미있게 훔쳐보는 듯하다. 비슷한 경험을 하신 독자분들이 많아 자연스레 공감하고 응원을 하고 응원을 받게 되지 않을까.

🍊 이젠 내 글의 비하인드스토리. 이 책은 작년 말에 최종 퇴고가 끝난 책이다. 작년 포부도 컸지만 좌절도 그만큼이었다. 그리고 언제고 계속하리라 마음먹은 직장생활과 힘든 이별을 했다. 그러나 이후 상실감이 아닌 삶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20p). 익스트림 J의 성향과는 다르지만 헤매며 발견하는 미지의 시간이 설레기도 한다(21p) 쓰고나니 비하인드까진 아니군. 비하인드 하나라도 쓰자면, 소제목에서 ‘매뉴얼‘과 ‘버텨냈다‘는 내 직장생활을 함축하는 몇 단어 중 하나이다. 못다한 말은 사진으로 남긴 작가의 말로 대신 한다. (당연하지만, 작가의 말은 정말 정말 드리고 싶은 내 진심이다.)

🌱좀처럼 쉬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버티는 삶이 아닌 누리는 삶을 바랐다. 쉬어감으로 오히려 더 나아지는 것이 많았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나를 응원하기로 했다. 잠깐 쉬어가도 괜찮다고, 종점의 다른 이름은 시작점이라고 스스로 휴식을 주기로했다.
4 (여는글)

🌱아프다는 이유로 할 바를 다하지 않는 책임감 없는 사람으로 보이는 게 싫었다. 자신에게도 말이다. 문제는 결국 나 자신에게 있었다. 그렇게 사직서를 냈다.
10 (차혜선, 삶의 매뉴얼은 없지만 지난 시간도 잘 버텨냈습니다)

🌱그러나 막상 쓰다보니 오롯이 진솔한 글을 쓴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무언가를 숨기면, 가려 놓은 불편함이 글 속에 그대로 드러났다. 서둘러 쓴 글은 다음날 읽으면 앞뒤가 맞지 않았다. 마음이 지쳐서 쓴 글은 무섭게도 그마음 그대로 녹아 있었다.
11 (차혜선, 삶의 매뉴얼은 없지만 지난 시간도 잘 버텨냈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매일 나의 과거로들어가 가치를 부여할 것을 찾는다. 인내심이필요하다. 쓰기 위해 글을 읽고, 마음을 돌아보고, 시간을 바친다. 나자신을 들여다본다는 건 생각보다 정성이 필요하다는 걸 미처 몰랐다.
12(차혜선, 삶의 매뉴얼은 없지만 지난 시간도 잘 버텨냈습니다)

🌱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 이견을 조율하고 진행하는데 왜 너 하나는 이해시키고 공감을 끌어내기가 어려운 건지, 클라이언트는 도대체 누구인지 용어의 정의가 흔들린다. 버럭 화를 낼 수도 없는 요즘 시대에 몇 번을 어르고 달래지만 이렇게 일해야 하는 건가 싶은 회의감이 들었다. 
25 (황효정, 현실에 묶여 꿈속을 걷는다)

🌱
힘든 시기를 보내던 그때 누군가 미래 완료형으로 글을 적으면 이루어질 거라고 귀띔해 주었다. 
32(황효정, 현실에 묶여 꿈속을 걷는다)

🌱
움직이려는 마음에 비해 움직일 힘이 부족해서 슬프지만, 그럼에도 잘 해냈고 잘 해내고 있다.
36 (위기은,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
아파서 골골, 정신없는 와중에도 출산 소식에 여사람에게서 축하를 받았다. 생각하지 못한 연락과 선물에 마음이 뭉클해졌고, 우리를 예쁘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았음을, 성실하게 살고 있음을 알게 된 순간이라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39 (위기은,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
열정만 앞세우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채지 못한 채, 마냥 초록불인 줄 알고 액셀만 밟았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52 (황영자, 퇴사가 건네준 뜻밖의 선물)

🌱
나의 글에도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집밥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골목골목 숨겨진 책방을 찾2아내어, 어느한칸에 선물처럼 내 이름을 놓아두고 싶다.
63(황영자, 퇴사가 건네준 뜻밖의 선물)

🌱
어릴 적 막연하게 예쁜 엄마가 되고 싶었다. 정갈하게 매만져진 머리에 하늘하늘한 치마를 입고품 안에 잠든 아이를 바라보는 온화한 엄마를 상상했었다. 그런데 웬걸... 그런 엄마는 유니콘같은 존재였다. 아니 돈이 많으면 가능하려나?
66 (윤서윤, 육아, 이 사람과 함께라서 할만하다)

🌱
그래서 나는 금요일 퇴근길,
공덕역 꽃집에서 나를 위한 꽃을 사고, 출근하기전 책장에서 끌리는 책 한 권을 가방에 넣어 나간다. 시간이 없는 나에겐 귀한 루틴이며, 소소하지만 소중한 챙김이다.
76 (윤서윤, 육아, 이 사람과 함께라서 할만하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행복은 현재보다는 알 수 없는 미래로 가득 채워졌다. 소소한 현재의 시간도 미래만큼 소중하다는 걸 간과했다. 정말 소소하지만, 특별한 시간은 하루 동안 수고한 내게는 소중한 선물이었다. 그리고 일상이라는 선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때, 비로소 내ㅈ하루는 특별해졌다.
87 (권범석, 새내기 교사 일기)

🌱어른이 되면 더 따뜻한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반대로 더 차가워지고만 있었다.
92(권범석, 새내기 교사 일기)

🌱
하지만 행복의 순간들은 물성이 마치 액체와 같아서 담아두지 않으면 금방 낮은 곳으로 흘러가다가, 결국엔 없어져 버리고 만다. 슬프게 들릴지라도 일상의 순간들이 고체에 가깝다면 그냥 헤쳐 나가기엔 너무 고될 테니 오히려 다행이다.
96 (이서정, 용기 내어, 다시 한번)

🌱
때때로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이 상처를 주기도 하고, 정성 들여 전한 말이 아예 정반대의 의미로 오해받기도 한다.
102 (이서정, 용기 내어, 다시 한번)


#권범석 brunch @새내기권선생
#위기은 @kieun_2
#윤서윤 @yoonsbook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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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선 @four_nyangs
#황영자
#황효정 @hwan_hy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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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금요일 퇴근길,
공덕역 꽃집에서 나를 위한 꽃을 사고, 출근하기전 책장에서 끌리는 책 한 권을 가방에 넣어 나간다. 시간이 없는 나에겐 귀한 루틴이며, 소소하지만 소중한 챙김이다.
- P76

사석에서 직장 생활이 너무 힘들고 속상하다며 부장님께 말씀드렸다. 당연히 안타까워하며 내게 조언해 주시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대답은, "사실, 나도 그래". 짧은 문장이었지만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내 상황과 감정을 다알고 있다는 그 말이 너무 뭉클했다. 
- P81

그래서인지 우리의 행복은 현재보다는 알 수 없는 미래로 가득 채워졌다. 소소한 현재의 시간도 미래만큼 소중하다는 걸 간과했다. 정말 소소하지만, 특별한 시간은 하루 동안 수고한 내게는 소중한 선물이었다. 그리고일상이라는 선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때, 비로소 내 하루는 특별해졌다.
- P87

간신히 버티고 있던 내면 아이를 성인이 되어서야 발견하게 되었다. 쓸쓸하게 넘어진 아이에게 이제는 진짜 위로가 필요했다. 어린아이에게
‘괜찮아, 할 수 있어‘ 보다 ‘할 수 없어도 괜찮아‘
라고 이제는 건네고 싶다.
- P90

아이들에게 선행을 베풀라고 닳도록 이야기하면서도 내가 타인에게 나누어줬던 기억이 까마득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면 더 따뜻한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반대로 더 차가워지고만 있었다.
- P92

하지만 행복의 순간들은 물성이 마치 액체와 같아서 담아두지 않으면 금방 낮은 곳으로 흘러가다가, 결국엔 없어져 버리고 만다. 슬프게 들릴지라도 일상의순간들이 고체에 가깝다면 그냥 헤쳐 나가기엔 너무 고될 테니 오히려 다행이다.
- P96

한눈에 보았을 때 특별한 성질을 찾기 어려운것을 평범하다고 말하는 걸까. 무엇이든 자세히 알기 전에는 그 깊이를 파악할 수 없고, 그 대상을 잘 알게 되었을 때는 사랑하게 된다고 하였다. 평범해 보일지라도 그 어떤 노력과 시련이숨겨져 있는지 모른다. 
- P98

때때로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이 상처를 주기도 하고, 정성 들여 전한 말이 아예 정반대의 의미로 오해받기도 한다.
- P102

어릴 적 막연하게 예쁜 엄마가 되고 싶었다. 정갈하게 매만져진 머리에 하늘하늘한 치마를 입고품 안에 잠든 아이를 바라보는 온화한 엄마를 상상했었다. 그런데 웬걸... 그런 엄마는 유니콘같은 존재였다. 아니 돈이 많으면 가능하려나?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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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만 앞세우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채지 못한 채, 마냥 초록불인 줄 알고 액셀만 밟았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 P52

몸은 비록 삐걱거리고 있었지만 마음까지 병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마음만 있고 실천하기 어려워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보려 노력했다. 
- P62

나의 글에도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집밥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골목골목 숨겨진 책방을 찾아내어, 어느한칸에 선물처럼 내 이름을 놓아두고 싶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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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 글 그대로 복붙한 글입니다🙂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은이)   문학동네   2023-08-07
352쪽, 한국소설

🍓 줄거리를 기본으로 전체 참여자들의 나눔 중 주요 부분만 요약한 정리분 입니다.
@little_young_kid
@warmheart814
@gaaokkd
@yusim2
@혜진
@four_nyangs

🍒 주요 주제

- 가족 간의 갈등과 해결 방안
-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성장 과정
- 트라우마와 삶의 평탄함
- 관계와 위로의 중요성
- 전체적으로 모두 회상이 들어감

🍒 최은영 작가 소설의 좋은 점과 버거운 점

- 최은영 작가가 등장 인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상처를 가진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임
- 연약하고 상처받은 자들에게 위로와 연대.
- 상당히 예민해야하고 easy하고 밝진 않음.정서적으로 피곤할수도..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몫

- 굳이 애쓰려고 노력 하지 않아도 되고 단단한 사람이 되는 우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
- 선배 혹은 앞서 나간 누군가의 길을 이어나가는 성장, 반성, 회상

🍒 일 년

- 약자한테는 중립을 지키는 게 가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강자한테는 중립을 지켜도 되지만 약자라고 한다면 적극적으로 방어를 해주어야.
- 자기가 비겁했던 걸 아니까 다시 그 세계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것임

🍒  답신

- 조카한테 쓰는 편지인데 제목이 편지가 아닌 답신인 이유. 보내지 못한 편지
- 언니의 거짓말로 동생은 감옥으로. 언니의 마음은? 가스라이팅? 가정을 지키고자?

🍒 파종

- 유일하게 정상적인(?) 남자 둘 중 하나가 나오는 작품. 외삼촌이 그 인물
- 흉터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심리는 외삼촌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지키려는 마음

🍒 이모에게

- 이모가 돌아가시고 나서 이모가 나에게 남긴 것들을 정리하는 내용의 소설을 읽음
- 이모는 내가 웃고 싶지 않을 때 웃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고 말함

🍒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엄마와 딸의 갈등
- 마이클(이 소설집 두 번째 정상적인 남자...라기 보다 남자아이. 기남의 손자)이 관계를 풀어주는 역할로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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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전체,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이 모든것이 들어 있는 공간마저도 하나의 점에 우그러져 있었다는 말이다.
그것은 사건이 발생할 여지가 전혀 없이 꽉 차 있는 그러한 점이었다.
- P483

그 후 화구의 온도가 더욱 낮아지면서 우주 배경 복사의 파장 대역은 적외선과 전파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우주는 깜깜한 암흑으로 보이게 된 것이다. 오늘날 우주 배경 복사를 검출하려면 전파 망원경에 의존해야 한다.
- P484

회전하는 물체는 회전축에 수직한 방향으로 원심력을 느낀다. 그러므로 회전하는 기체 구름은 중력이 원심력에 상쇄되는 적도 근방보다 회전축 근방에서 빨리 수축한다. 따라서 회전하는 가스 구름은 중력 수축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납작한 모습의 회전 원반체로 변하다가 결국 나선 은하가 된다. 그러니까 거대한 바람개비 구조의 물질 분포가 텅 빈 공간에 자리 잡게되는 셈이다. 
- P486

우주 공간을 눈여겨보면 하나의 거푸집에서 찍어 낸 것처럼 모양이 아주 비슷한 은하들이 우주 도처에 널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은하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중력의 법칙과 각운동량 보존 법칙이 우주 어디에서든지 그대로 성립하기 때문이다. 중력 법칙과 각운동량 보존 법칙은 지상에서는 물체의 낙하 운동과 피겨스케이트 선수의 회전 묘기도 지배한다. 지구라는 미세한 세상에서 성립하던 이 두 법칙이 거대한 천상 세계에서도 그대로 성립하여 은하의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 P486

준성체가 흰 구멍, 즉 ‘화이트홀 white hole‘이라는 이론도 빼놓을 수 없다. 다른 우주의 블랙홀들로 쏟아져 들어간 물질이 반대쪽으로 다시 출현하도록 하는 ‘깔때기‘가 화이트홀이다. 이 이론은 화이트홀이 우리 우주 도처에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 P496

우리는 외계 은하들을 연구함으로써 우주의 질서와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었다. 상상을 초월한규모로 빌어지는 격렬한 혼돈의 폭력 역시 우주의 한 속성이다. 우주는 자연과 생명의 어머니인 동시에 은하와 별과 문명을 멸망시키는 파괴자이다. 우주는 반드시 자비롭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적의를 품지도 않는다. 우주 앞에서 우리의 생명, 인생, 문명, 역사는 그저보잘것없는 존재일 뿐이다.
- P496

그리고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력으로 후퇴한다는 추론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은하들이 도대체 왜 후퇴한단 말인가? 그리고 우리를 피해서 달아나야 할 특별한 이유라도 있단 말인가? 우리가 사는 동네가 우주에서 유독 특별한 곳이란 말인가? 은하들의 사회 활동에서 우리 은하수 은하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질렀거나,
아니면 이웃에게 모종의 행패라도 부렸단 말인가?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
- P507

우주 팽창과 대폭발 이론이 전반적으로 옳다고 한다면, 우리는 좀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대폭발의 순간은 어떤 상태였는가?
대폭발 이전의 상황은? 그 당시 우주의 크기는? 어떻게 물질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던 우주에서 갑자기 물질이 생겨났는가? 이러한 물음은 우리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 P513

무한정 계속 팽창하는 우주론에 따르면 은하들은 팽창과 더불어 우주의 지평선cosmic horizon 너머로 하나둘씩 사라질 것이다. 그러다가 은하수 은하의 지평선 안에 끝까지 남아 있던 마지막 은하마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나면 홀로 남은 은하수 은하는 우주적 고독을 혼자 참아 내야 한다.
- P518

우리 우주가 영원무궁 팽창하는 우주인지, 아니면 팽창과 수축을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우주인지 누구나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구별할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주 물질의 재고를 조사하는 것이 그 한 가지방법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코스모스의 끝, 영원의 벼랑 끝까지 가보는 것이다.
- P520

 다시 말해 자신의 뒤통수를 자기가 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빛이 우주에 갇혀 있으면 내 뒤통수를 떠난 빛이 우주를 한 바퀴 돌아서 나의 정면에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크기는 1920년대에 상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커서,
빛이 우주를 한 바퀴 돌아오려면 우주의 현재 나이보다 더 긴 시간이필요한 것으로 판명됐다. 게다가 은하들의 나이가 우주의 나이보다 짧다. 그렇다고 해서 딛힌 우주의 이야기가 여기서 그냥 끝나지는 않는다. 우주가 닫혀 있기 때문에 빛이 우주를 빠져나갈 수 없다면 그것이바로 블랙홀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블랙홀 안의 상황이 어떤지궁금한가? 그렇다면 자신의 주위를 돌아보면 된다.
- P531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검증된 적이 없고 어쩌면 영원히 검증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인지 모른다. 그것은 ‘우주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계층 구조構造, hicratchy of universes‘를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에 따르면 전자 같은 소립자도 그나름의 닫힌 우주이다. 그 안에 그 나름의 은하들이 우글거리는가 하면 은하보다 작은 구조물들도 있고 또 그들의 세계에 맞는 소립자들이존재한다. 어디 그뿐인가. 이 소립자들 하나하나도 역시 또 하나의 우주이다. 이 계층 구조는 한없이 아래로 내려간다. 우주들의 계층 구조가 이렇게 아래로만 연결되라는 법도 없다. 위로도 끊임없이 연결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은하, 별, 행성, 사람으로 구성된 이 우주도, 바로 한 단계 위의 우주에서 보면, 하나의 소립자에 불과할 수 있다. 이러한 계층 구조는 무한히 계속된다. 아, 내 사고의 흐름을 절벽 같은 것이가로막고 있는 듯하다.
- P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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