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리는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야경이 아니라, 괴롭게 일그러진 채 유리창에 비친 료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이렇게 말했어. ‘역시 그런 거였어‘라고. ‘역시‘라가 무슨 뜻이야?"
- P210

미도리가 돌아보았다. 얼굴은 눈물에 젖어 일그러져 있었다. 그 눈은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깊은 분노로 불타올랐다.
아마도 이제 서로 어긋난 톱니바퀴는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할것이다.
료타는 우두커니 선 채로 가족이 붕괴하는 소리를 들었다.
- P211

미도리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게이타가 그 맛을 잊지 않길 바랐다. 유카리의 닭튀김도, 그 어떤 고급 음식점의 맛도 엄마가 만들어준 닭튀김에는 대적할 수 없다고 여겨주길 바랐다. 평생, 영원히 잊지 말아달라고 미도리는 기도하는 심정으로 기원했다.
그러나 그 말은 절대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그저 닭튀김에 그 마음을담을 수밖에.
- P215

"너는 왜 이런 미션 같은 걸 하나 싶겠지만 십 년이 지나면 틀림없이해하게 될 거야"
게이타로서는 십 년이 어느 정도 시간인지 알 수 없었다. 아직 시계도 제대로 읽을 줄 몰랐다.
- P216

손의 온기를 느낀 유카리가 더 힘껏 게이타를 끌어안았다.
내 앞에서 슬퍼하는 아이. 그 슬픔을 덜어주고 싶었다. 유카리에게는 그것이 어느 곳의 어떤 아이더라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류세이와의 관계, 류세이에 대한 마음, 류세이에 대한 사랑,
그것은 나만의 것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변할 리 없다고 유카리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 P233

료타는 말을 걸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였다. 그러나 오늘은 왠지 여유가 있었다. 좌천 소식을 들은 당일이니 짜증스러울 법도 하지만, 스스로도 이상할 정도로 마음은 편안했다.
- P242

"그런데 말이야. 노노미야, 왠지 널 좋아하게 될 것 같긴 하다."
스즈모토가 놀렸지만 완전히 농담으로 하는 말 같지는 않았다.
"멍청이 너한테 사랑받아봤자 하나도 안 기뻐."
놀림을 받아치는 가벼운 농담을 던지려 했는데, 절실한 말투가 나오고 말았다.
- P257

예의가 없다? 그렇다. 예의 탓이지 내 ‘핏줄‘ 탓이 아니다. 나쁜 점은 예의 탓이고 좋은 점은 ‘핏줄‘ 탓이다. 좋은 점이 있다면 그렇단 말이지만, 하하하.
- P260

긴 시간일까? 게이타를 키워온 육 년. 류세이와 떨어져 지낸 육 년.
그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했을까? 아니, 애당초 그것을 부모가 선택해야 했을까?
그러나 게이타도 류세이도 분명 인공림의 매미였다. 사람의 손에 의해 그 인생은 크게 바뀌었다.
- P275

자기한테 유리할 때는
‘핏줄‘, 마음에 안 드는 점은 가정교육 탓. 그 모습은 아버지 료스케와 매우 비슷했다. 자기에게 불리한 건 모두 남에게 밀어버린다. 혐오했던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였다.
- P284

이제는 누가 누구의 자식이고, 누가 누구의 부모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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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그 적당한 정도가 심상치 않다. 뭐랄까...... 지나치게 적당해서다.













혹시 흐트러짐에도 어떤 완벽이 있을 수 있는 것일까. - P198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그 적당한 정도가 심상치 않다. 뭐랄까...... 지나치게 적당해서다.
- P198

 따라잡을수 없이 훌륭한 이들이 동시대에 숨 쉰다. 익숙한 절망과 함께 내 인생이 흐른다.
- P210

직업이든 공부든 생계든 해야만 하는 일이 있잖아요.
회피할 수 없는 일, 회피하면 모든 게 무너지는 그런 일이 누구한테나 있어요. 
- P212

살아남는 이야기는 끝이 없다. 나이 든 언니들은 지난날을 회상하며 말하곤 한다. 하나의 고생을 지나면 또 다른 고생이 있는 생이었다고. 그중에서도 어떤 언니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끝내주는 인생이었다고. 그 언니의 말을 들으면 너무 용기가 나서 막 웃는다.
- P218

그러자 이 책이 끝나도 끝나지 않으리란 걸 알게 되었다. 할머니의 삶이 끝났어도 나를 통해 선생님의 마음속에 살아있듯이, 책이 내 손을 떠난 후에도 누군가에게는 이제 막 시작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 P223

제가 하나하나 관여해서 혹시 피곤하시느냐고. 선생님은 대답한다. 정성과 예의를 갖추는 선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 침범해야 한다고. 사랑이란 본래 그런 것이지 않느냐고.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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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부분을 처음으로 읽었을 때, 나는 천재가 무엇인지,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천재란 다름 아닌,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것을 보는 사람이다.
- P70

그녀의 일기를 읽으면서 나는 종종 결론이 나지 않을 질문에 대해 생각했다. 천재성이란 발휘되는 편이 좋을까, 아니면 영원히 잠들어 있는 편이 좋을까.
- P72

작은 것은 유령이다. 왜냐하면 제대로 손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큰 것도 유령이다. 왜냐하면 제대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은 것과 큰 것은 같다.
- P80

그가 왜 변명하지 않았는지 이유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오차가 있다. 측정도 인간의 말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염박사는 오차를 내지 않기 위해 애초에 입을 다물기를 선택했을수도 있다. 
- P92

무언가에 깊이 몰두한 인간만이 경험하는 외로움에 대해 입을여는 것은 지뢰밭임을 알면서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으리라 여기며 그곳으로 걸어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모르는 사람에게 그가 모르는 무언가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자신이 하는 일이 필연적으로 외로움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사람과의 관계를 포기하고 더욱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러다 누군가는 가끔 한계에 도달하기도 한다. 이윽고 그는 심연에 가라앉는다. 어떤이는 그곳을 절망이라 부르겠지만, 나는 가본 적 없는 그곳이 무한히 평화로우리라 상상한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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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절망 사이의 파도에 휩쓸리며 마침내 금요숲은 부모와 함께 육지에 도착했지만 그곳에서도 쫓기거나 숨어다녀야했고, 그 과정에서 결국 부모를 여의고 말았다. 
- P66

이유가 뭐든 그 아이는 불안한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사람은 분노한 권력자도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긴 약자도 아닙니다. 불안해하는 사람이 가장 무서운 법입니다. 무슨 일을 할지 알수 없으니까요.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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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렸던 그녀는 아직 이런 위대한 이름들을 알지 못했기에 불확실함이라는 파도에 버려지는 해안가의 절벽처럼 외로웠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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