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가 잘 되는 날에는 누가 나를 뒤에서 밀어주는 느낌이 든다. 그게 누구냐면 지난 며칠간 꾸준히 달려놓은 과거의 나다. 
- P162

글쓰기에 관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입장은 내게도 적용된다. ‘나의 쓰기는 말하지 않기‘라고 그는 이야기했었다. 이렇게 입 다물고 뛰는 시간이 없다면 일간 연재 같은 건 절대로 계속할 수 없을 테다. 
- P163

역시 글쓰기는 그리움에서 출발하는 것일까.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하려고 문장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일까. 바깥을 향해 난 두 눈으로 본 무언가를 불멸화해보려는 시도일까. 나는 두 눈을 깜빡이며 세계를 수없이 다시 본다.
- P166

어린이들은 수없이 다치며 젊은이를 향해 간다. 같은 방식으로 다쳐도 언젠가는 울지 않을 것이다.
- P174

그러다 울음이 날때도 있다. 생이 끝난다는 것을 생각하다가 그렇게 된다. 지금 누워 있는 자세처럼 언젠가 송장이 될 나를 생각하고 마찬가지로 유한하고 허망한, 사랑하는 이들의 몸을 생각한다. 함께 살았던 고양이 탐이도 생각한다. 죽은 탐이의몸이 얼마나 빨리 딱딱해졌는지도 생각한다. 여전히 나는죽음이 무엇인지 너무 모른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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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자기 자신처럼 굴어도 된다고 믿을 수 있기까지 얼마나 어려웠을까?" 번역하는 여자의 질문이다.
- P133

자의식 지옥에는 꼴 보기 싫은 내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잔뜩 널브러져 있다. 이젠 버릴 때도 되었다 싶어 분리수거하여 내놓았다. 후회스러운 짓들의 목록으로 빼곡한 종이는 반듯하게 접어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천국도 지옥도 아닌 중간 지대로 챙겨간다. 삶은 대체로 중간 지대에서 흐른다. 
- P136

후회를 만지작거리며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 건 번역하는 여자다. 그의 주머니속 종이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는 모르지만 도움이 되었다.
누구의 삶에나 되돌리고 싶은 일이 있는 법이라고, 그는 말해주었다.
- P136

그 거만한 표정과 으쓱하는 어깻짓에 우리는 환호한다. 겸손 따위 내다 버린 모습이 너무 통쾌하니까. 네가 너라서 다행이니까. 이 자리에선 그래도 된다.
- P137

이제는 내 삶이 타인들의 시선에 대롱대롱 매달린다는 것을어떤 유감도 없이 이해한다. 그러나 누구의 시선에 매달릴지 결정할 권한이 내게 있음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또한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타인임을 기억해야 한다. 
- P137

나만 해도 긍정적인 뉘앙스로 자기 연민을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그게 조금 가혹할지도 모르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사실 ‘자기‘도 소중하고 ‘연민‘도 소중한 것인데 말이다. 다르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생을 슬퍼하는 감각이라고 말하면 어떨까?"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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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 글 그대로 복붙🥲

#밀린독서기록정리중 #책사는속도는읽는것보다빠르고
#기록은읽는것보다느리다

#인생은너무도느리고
#희망은너무도난폭해
#빈칸놀이터
#문학을낭독하는사람들

📚 3/18, 25 월요일
용인 동네책방, 빈칸놀이터 @blankplayground.b_l_and

문낭사 3월 도서

📚 인생은 너무도 느리고 희망은 너무도 난폭해
프랑수아즈 사강 (지은이),
김계영 (옮긴이) 레모 2023-12-27, 편지, 140쪽

🍊 왜 이 책이었나.
사강의 <마음의 파수꾼>을 읽었던 친구가 2/3즈음 읽었을 때 작가가 필력은 있지만 좀 이상하다고 하다가, 남은 부분 읽고 난 후 천재라 극찬을 했다. 이름이 유명하지만 그녀의 책을 힐 번도 안읽었던 나는 그 책을 읽어보리라 하고도 밀린 책을 읽느라 못 읽고 있다가... 이 책을 빈칸에서 보고 지나칠 수 없는 제목 (이 언니 제목짓는 스킬은 정말!), 두 번에 나누어 낭독하기 좋은 분량, 미공개 되었던 사강이 친구에게 보낸 실제 편지들이란 말에 운명처럼 결정했다.

🍊 사강의 진실된 모습을 엿 볼수 있었다.
데뷔작으로 뜨면서 어린 나이에 프랑스 국내는 물론 일약 해외에서 스타작가로 뜬 사강의 솔직한 모습들이 솔직하게 담겨있었다. 허세와 순수의 공존이랄까. 사강의 팬들이라면 일으면 좋을책이지만, 기존 팬이 아닌 입문자 역시 탁월한 선택일 수도 싶다. 사강은 아이처럼 친구에게 답장을 독촉하고, 보고싶다 징징대며 귀엽고도 감성적인, 그리고 제멋대로인 모습을 마구 발산한다. 사강을 알고 싶어 이 책을 낭독하던 중간 <슬픔이여 안녕> 데뷔작과, 이 책 완독 후 <신기한 구름>을 이어 읽었는데... 셰실과 조제 주인공에서 사강의 모습이 보였다.

🍊 사강 특유 낭독의 재미가 있다.
빨강머리앤의 혼잣말이나 소녀들, 젊은 숙녀들, 친구들처럼 낭독하는데 재미가있었다. 특유의 과장된 표현, 서로에게 불러주는 엄청많은 닉네임, 서로에대한 찬사와 구박 (그러나 이 책은 사강이 쓴 편지로만 구성되어있다)으로 이어지는 우정을 낭독하며, 낭독하는 나 자신도 친구들과 있던 어린 시절을 향유했다. 또한 미래는 신화라던가, 사람들은 타인의 불행을 원한다든가, 인생은 느리고 희망은 난폭하다는 표현을 낭독한때면 꼭 내가 그런 표현력을 가진 사람 같다
올해 사강 다른 책들을 읽어보겠셔!

🍊마음에 남은 구절들

그래도 이 도시는 이상하리만치 아름다워. 너도알게 되겠지만, 이건 미친 짓이야. 내가 행복한지행복하지 않은지 말하기는 힘들어, 느낄 시간이없으니까. 
53

돌아가면 우리 열심히 토론하자, 미국과 우리에대해서. 왜냐하면 내가 너를 잃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는 데 구멍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
그건 아마 내 잘못일 테고, 그래서 신경 쓰여.
61

네게 편지를 쓰기 위해 내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너는 모를 거야. 끔찍하게 덥고, 나는 지금피부가 빨갛게 벗어진 왼팔을 테이블 위에 꾹 눌러내 몸을 지탱하고 있거든. 아, 우정이란 때로 그추종자에게 혹독한 것이로구나.
67

미래를 걱정하지 마, 사랑하는 플록, 미래는 신화야.
72

˝더 낫구나
훨씬
그 마음을 강요하지 마....˝
74

걱정하지 마,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불행하지 않으니까. 단지 그들은 몇가지 측면에서 자기에게서 멀어지는 이에 대해 그런식으로 말할 뿐이야, 자기 자신의 실망보다 타인의불행을 원하면서 말이야. 나는 조금도 불행하지 않아.
83

낚시한 물고기들을 바라보면서, 오늘 오후에, 나는 나의 좌우명을 찾았어.
˝죽든가 달아나든가.˝
100

내가 (한편으로는) 나의 천재성을 너에게 보여줄긴 철학 편지들 가운데 하나를 너에게 보내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리네. 
107

사람들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덜 똑똑해,
무엇보다, 무엇보다 그들은 절대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야. 하지만 너는 그런 사람이지.
그건 어마어마한 힘이고, 나는 네가 오랫동안 그마음을 간직해주기를 바라. 이건 공연한 미사여구가 아니야,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야. 우리는 한계의한가운데에 살아가고 있어. 
108

그리고 우울해하지 마. 인생은길잖아. 
109

아아, 인생은 너무도 느리고 희망은 너무도 난폭해.
115

너와 파리, 보통의 삶이 그리워.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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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2024-04-04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강책 좋아해서 저도 이책 읽었어요.^^

jenny 2024-04-04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 난후 사강책을 찾아 읽고 있어요 ^^
 

면역 체계의 모토는 분명해. <미안한 것보다 안전한 게 낫다.> 면역 체계는 자기 것과 남의 것, 친숙한 것과 낯선 것, 반가운 것과 위험한 것을 빠르고 정확하게 구분해. 
- P10

피부에 착륙한 외계 박테리아는 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굶어 죽을 때가 많다. 자기만의 완벽한 식량 수급 체계를 구축한 토착 박테리아가 먹을 것을 나누어 줄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방인을 식탁에서 거칠게 밀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일부는 잡아먹기까지 한다. 그들의 몸을 번식에 필요한 양분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 P14

 이 신호 체계는 바이러스에 필요한 효소의 형성을 가로막거나 세포 내 RNA 바이러스를 파괴함으로써 세포에서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것을 차단한다. 이는 상당히 효과적인메커니즘이다. 왜냐하면 그로써 바이러스 번식을 느리게 하거나,
생체 프로그램에 따라 인터페론에 감염된 세포를 이른 죽음으로 내몰기 때문이다. <세포자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일종의 가미카제 작전이다.
- P28

 대신 이들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기적의 무기를 사용한다. 죽음의 고통 속에서 끈끈한 DNA를 그물처럼 내뿜으며 운명을 마감하는 것이다.
스파이더맨과 비슷하지만, 그들은 단 한 발만 갖고 있다. 이렇게 그들은 선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다. 호중구가 끈적거리는 그물로 병원체를 칭칭 감아 두면 병원체도 죽음을 맞는다. 그물에는독성 분자가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 P35

호염기구는 피부를 늘리고 국소 혈액 응고를 억제한다. 예를 들어 그 안에 저장된 히스타민은 주변조직의 부기, 가려움증, 발적을 유발한다. 만일 병원체 탓이고 그래서 그것을 제거한다면 좋은 일이지만, 몸이 원래 무해한 물질에 사격을 가한다면 나쁜 일이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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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참 이상해." 소피아가 말했다. "사랑은 줄수록 돌려받지 못해."
"정말 그래." 할머니가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지?"
"계속 사랑해야지." 소피아가 위협하듯이 말했다. "더욱더많이 사랑해야지."

- P60

그리고 행운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은 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천천히 느긋하게 노를 저었다.  - P72

섬을 방문한 일로 할머니는 어딘가 슬퍼졌다. 말란데르한테는뭔가 생각이 있었지만, 스스로 이해하려고 애를 써도 아직은시간이 더 필요하리라. 너무 늦은 뒤에야 이해하는 것들이 있으니까. 그러고 나면 더 이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힘이 없다. 아니면 중간에 다 잊어버리고는 잊어버린 줄도 모른다. 집으로 노를 저어 오는 동안 할머니는 수평선을 끊는 커다란 집을 바라보았고, 항로 표지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다. 좀 너그럽게 봐주면 항로표지라고 할 수도 있었다. 여기서 항로가 바뀐다는 표시 말이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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