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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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지간 만물지중 인간이 가장 귀한 이유가 뭔지 아느냐?  염치를 알기 때문이다, 염치는 제 것과 남의 것을 분별하는 데서 생긴다, 염치, 이 두 글자를 평생의 문자로 숭상하여라, 그러면 너는 어디를 가든 사람답게 살 수 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 받으리라, 천분을 넘어서는 것을 욕심내지 마라, 욕심이 과하면 탐심이 생긴다, 탐심은 남의 것을 훔치게 만든다, 도둑질은 절댈 절대로 절대로 하면 안된다, 필요한 것을 남이 가지고 있으면 내가 가진 것과 바꾸어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훔치는 것은 안된다, 훔치지 마라, 훔치고 나면 너는 네것을 모두 도둑맞게 된다, 네 삶을 도둑 맞는다, 그러면 너에게 무엇이 남겠느냐,

 

 

아니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죽는 건 절대 쉽지 않다, 사는 게 휠씬 쉽다, 나는 한번도 내 살마을 포기하지 않았다, 내게는 아직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니까, 그 사람들은 나같은 평범한 사랆이 지지하고 지켜줘야 한다, 내가 포기하는 건  가족까지 포기하는 것이다,

 

인터넷 명언 중의 하나  "진상은 호구가 만든다"

이 말이 딱 떠올랐다,

조금 속되게 소설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천지간에  인간이 가장 귀할 수 있는 이유 바로 염치를 아는 것

그 염치를 가장 잘 알고 겸손하게 몸을 낮추고 살았던 김만수는 결국 호구가 되었고  종내 투명인간이 된다. 유리처머 투명해서 그의 존재는 보이지 않지만 그를 통과해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온 시대를 바라본다, 엿같은 시대라는 생각밖에

인터넷 명언중 또 이런 게 있다  "나를 가장  끝까지 괴롭히는 건 결국 가족이다"

내가 도망갈 수도 없고 끊어낼 수도 없는 가족이 나의 발목을 잡고 나를 막고 나를 가장 오해하고 미워한다.

보통의 속되고 뒷담화를 좋아하고 세상사 모든 일에 토를 달고 모든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인터넷의 보이지 않는 인구들이 만든 말이 세상 어떤 석학이나  지도자 권력자가 만든 말보다 가장  진리에 가깝다

적어도 지금 이순간은 그들이 인터넷속에서 시니컬하게 내뱉는 말이 가장 귀한 명언이다,

김만수씨는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어느 순간도 진심이 아닌 적이 없었는데 그는 모든 이들에게 버림받고 이해받지 못하고 공감받지  못한다, 누구나 그를 이용하고 싶어하고 기대고 싶어하고 귀찮아하고 잊어버린다,

가장 열심히 살고 작품의 주인공인 그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주인공이지 못했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렇다. 이야기는 계속 김만수가 아닌 타인의 이야기에서 또 다른 타인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속에 김만수는 스치듯  간혹 그 대상으로 등장한다,

김만수는 한 번도 자기 입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우리가 독서를 통해 알게되는 김만수는 타인의 눈에 보이는 김만수다,

그건 조각조각 된 김만수의 한 조각일 뿐이고 그 조각마저도 제대로 의미포착이 된 그가 아니다. 말하는 화자를 통해 걸러지는 김만수일뿐이다,

그는 끝까지  형식을 통해서도 외면을 당했나보다,

"국제시장"의 덕수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만수지만 그는 끝내 주인공으로 자리 잡지 못한다. 덕수나 만수나  현대사의 모든 굴곡을 몸으로 다 넘어왔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전자는 그 시대의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이라면 후자는 그 시대들의 찌질함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들이댄다. 그래서 만수는 주인공이 될 수 없었나보다,

책장을 열고 덮을때까지 내내 손에서 놓지를 못했다,

흔히들 말하는 작가 성석제의 입담이라고 볼 수 도 있겠지만  미련한 독자 입장에서 도데체 언제 만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지가 몹시 궁금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결국 드러나지 않았다. 마지막 부분에 조금 많은 비중으로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건 결국 다 지나고 난 뒤 한두마디 덧붙이는 해제에 불과하다,

그는 자기의 삶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냥 이렇게 살아왔으니 되지 않았냐며 두리뭉실하게 넘어갈 뿐이다. 그 전에 언제나 그래왔듯이..

보고 나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

 

 

어느 순간 사라진 석수와 그의 생물학적 아들 태석의 모습이 만수보다 더 오래 마음이 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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