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 심윤경 장편소설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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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그냥 새해 첫날 아기들을 보러 간 거였어 네가 그냥 조용히 왔다면 나는 어쩌다 가끔씩 주말에 너를 보러 가다 그냥저냥 끝났을 거야 나는 먹고 살 일을 찾아야 했을 테니까. 네가 그 방송에 나갔기 때문에 갑자기 기부금이 쏟아져 들어왔고 풀잎 보육원은 큰 보육원이 되었어.그리고 나는 아기들을 돌보고 부엌일을 하면서 작은 월급을 받을 수 있게 된 거야. 설아, 네가 입양 가서 없을 때도 나는 풀잎 보육원에 있었어 그냥 그 곳이 내 일터였으니까 그래서 네가 두 번이나 돌아왔으르 때 거기서 너를 맞아 줄 수 있었던 거야 원장님이 보육원을 그만 두실 땐 애원해서 너를 우리 집으로 아예 데리고 왔어 이런저런 형편때문에 나는 위탁모로 일할 자격이 안 된다고 하더라 원장님이 어떻게 손을 써주신 거지 설아, 그건 모두 다 그 기부금과 원장님 덕분이었어, 그게 없엇다면 우리는  오늘까지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없었을 거란다. "

 

 

나는 나도 모르게 의미없는 덧셈과 뺄셈을 무한히 반보하곤 했다 나에게 부모가 있었다면 , 나에게 곽은태 선생 님처럼 훌륭한 부모가 있었다면, 나에게 기부금이 없었더라면, 나에게 그 음식물 쓰레기통이 없었더라면, 가능하지도 않은 덧셈뺄셈에 병자처럼 집착해, 날마다 셈이 달랐다 어떤 날은 어짜피 부모도 없는데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고 했따가 어떤 날은 부모가 없으니 다른 건 하나도 밑질  수 없다고 발악했다, 셈이 남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떤 날은 크게 밑지고 어떤 날은 적게 밑졌다.

그 모든 덧셈과 뺄셈에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는 숫자가 바로 이모였다. 하나 번도 변한 적ㅇ없이 내 곁에 있어서 의미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그 존재조차 의심해 본 적이 없는 한 사람이었다.

 

 

한 아기가 새해 첫 날 음식물 쓰레기 더미에 버려져 있었고 그건 새해 첫 뉴스로 전국에 전파를 탔고 그  보육원은 기부금과 봉사의 손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그렇게 새해 첫 뉴스를 탄 아이는 자라서 입양이 되었지만 번번이 파양되었고 지금은 위탁모 이모와 함꼐 살고 있다

누구보다 영리하고 예민하고 똑똑한 아이는  파양으로 인해 전학할 수 밖에 없다는 어른들의 결정에 따라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우상 초등학교라는 명문사립으로 전학을 한다

딱 한학기만 죽은 듯이 누구의 눈에 띄지않고 견디면 된다는 생각으로 간 그 학교에서 그 아이는 누구의 눈에 당연히 띌 수 밖에 없는 아이였다.

살아 남기 위해 진한 화장을 하고 누구보다 악착같이 공부를 하고 독기를 품고 아이들 틈에 서 살아남았지만 그 삶이 쉽지는 않았다. 결국 반에서 폭력사태가 일어나고 그 가해자 학생의 집이며 동시에 가장 믿었고, 한 때 아버지가 되었으면 하는 의사 선생님의 집으로  위탁을 간다,

그 과정에 아이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입양과 파양이 아이의 의사가 아니었고 전학 역시 아이의 의사가 아니었으며

뒤늦은 전학으로 항의하는 학부모를 달래기위해 혼자 덩그러니 자격시험을 봐야하는 것도 그 아이 설이의 의사는 전혀 물어보지 않았다. 아무도...

그리고  폭력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이 가해자가 피해자의 위탁모가 된다는 웃기지도 않은 판단 역시 설이에게 물어보지 않고 어른들이 결정한다

그 집에서 부유하고 여유있는 생활도 잠시 그 누구도 설이 의사와는 관계없이 단지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영재학교입학을 위한 트랙에 오르고 학원을 다니고 산더미같은 숙제를 한다. 설이같은 재능을 가진 아이는 당연히 영재학교에 입학해서 그 재능을 꽃피워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영재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학원을 다녀야 한다는 괴상한 논리가 설이를 옥죈다

만약 니가 공부를 잘한다면

만약 니가 영재학교에 입학하게 된다면

만약 니가 학원 최고 반에 입학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랑은 이렇게 조건문을 꼬리표처럼 달고 쏟아진다.

내가 바라보는 모습 내가 상상하고 기대하는 모습이 그 아이의 모습이라고 어른들은 생각한다.

누군가는 늘 웃고 편하게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을 하면서도

그 누군가가 내 아이라면 열심히 누구보다 뛰어나게 살아가길 바란다,

 

설이는 누구앞에서도 당당하고 표독스럽게 가시를 세울 줄 알았지만 동시에 누군가 자기를 무한히 사랑하고 품어주기를 바랬다. 이모가 아무 조건없이 품어준 사랑이 있지만 설이는 남들이 가진 부모와 여유와 그리고 부모가 주는 사랑을 상상하고 그리워한다.

벼려진 아이.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부단히 문제를 풀고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

본능처럼 알아가는 눈치로 사방에 가시를 세우지만 늘 지치고 힘들었다.

 

풀잎 위에서 자란 것도 괜찮았다. 그 풀잎을 지키려고 애썼던 원장님의 투쟁과 이모의 순박한 사랑 그리고 참을 수 없이 싫었던 음식물 쓰레기통까지 그 무엇도 빼거나 더할 수 없이 하나인 것을 이제는 알겠다. 많이 흔들렸지만 나는 엄마가 나를 내려놓은 그곳에 두 발로 섰다. 그것을 생각하면 자꾸 콧대가 높아졌다 새해 첫날 나는 언제나 얼굴을 찌푸리고 지냈는데 이렇게 웃으며 맞이한 새해는 처음인 것 같았다.

 

내가 가지 못한 것들 내가 후회하는 지난 일들 되돌아가 가서 되물리고 싶은 많은 기억들 시간들 만약 내게 그게 없었더라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런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곳으로 가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 선택 대신 저 선택을 했더라면 수많은 계산을 하며 우리는 한가지를 잊고 있다. 내가 아는 가장 후회스러운 순간을 빼버리면 내 지난 시간과 기억은 와르르 무너진다. 그저 하나 제일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을 뺀 것이지만 그 하나의 시간이 지탱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는다. 그 시간과 순간을 빼고나면 오롯이 완전한 나머지가 남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그 시간과 삶들은 사라지고 낯설고 다른 모습의 시간과 삶이 나타난다.

그 낯선 모습이 더 나을지 더 나쁠지는 알 수 없다.

내 욕심대로 필요없는 것을 빼고 필요한 것을 더해서 삶을 다시 만들 수 없다.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린다면 그 가장 나빴다고 믿는 순간은 사라지며 동시에 그로 인해 가질 수 있었던 행복한 순간이 함께 무너질 수도 있다.

어쩌면 원장님의 그 위선때문에  많은 기부금으 들어올 수 있었고 그 돈으로 보육원 원생들이 조금이라도 풍족하게 지낼 수 있었을 것이고 엄격하지만 스스로에게도 고지식했던 원장님이기에 자기를 위해 한푼 남겨놓은 게 아니라 보육원을 이해 모든 돈을 쏟아 부었을 것이다,

원장님의 잔소리와 통제가 설이를 어디서든 자신있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부모도 없고 초라하지만 누구보다 똑똑하다는 자부심도 있었을 것이고 기억인지 상상인지 알 수 없지만 새해 첫날 쓰레기통을 열고 자신을 바라보던 원장님의 눈길과 품에 안았을 때의 느낌 그때 내렸던 눈의 질감까지 그건 아프지만 따뜻한 기억일 수도 있다.

무심하고 무지한 이모역시 어떤 조건제시문도 붙이지 않고 설이를 믿고 방치했기에 설이는 자유롭고 편안하면서 안정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나쁜 기억은 어떤 좋은 기억과 등을 기대고 있고 때로는 엉뚱한 결과로 좋은 일이 뒤따리그도 하고 나쁘 일을 견디게도 하는 법이니까

 

이야기는 한 불행한 아이의 성장기를 말하지만 꼭 설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누구든 삶을 되물리고 싶고  자라면서 상처를 받고 자라고 또 자라서는 그걸 잊고 때로는 그것이 전부여서 똑같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힌다.

그 상처가 아픈 이유는 상대가 나에게 상처를 주겠다는 순수한 악의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데 있다,

나를 사랑한다고 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데... 그게 사랑이라고 주는 상처들이라 너무 아프다. 곽은태와 곽시현처럼 말이다

설이는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

힘들 일이 있겠지만 적어도 잘 해쳐나갈 수 있을 거란 믿음이 든다.

그가 경험했던 일들이 아픔이었든 행복이었든 그걸 잘 받아들이고 품어내는 깊은 속을 가졌고 잘 삭혀 내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사족....

이 책을 고른 이유가 책 광고에서 동구 이야기가 나와서였다.

늘 견디고 참아내는 동구를 너무 믿고 착하다고 내버려두지 않았나 한다는 마음과 그 반대로 사납고 거칠고 버릇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섶었다고 반항하고 일방적인 소통을 거부하는 아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말에 끌렸다,

설이는 충분히 반항하고 거칠지만.. 이 아이도 견디고 참아내는 부분이 있었다.

동구와 다르지만 그 아이 방식으로

많이 기대했는데 기대가 너무 컸던 모양이다.

별 생각없이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었지만..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정하고 그 방향으로 글을 쓴다면 이렇게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도 하겠구나 하는 건방진 생각을 잠깐 했다

설이는 참 매력이 많은 아이인데 설이가 부닺치는 상황이 너무 상투적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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